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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2일 작성된 글입니다).

오우 Jesus!!!

간만에 극장이라는 곳을 찾아서 그간 쌓인 문화적 기갈을 풀고자 했건만, 제약된 시간으로 인해 보고 싶던 “내셔널 트레져”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무방비도시”도 아닌...

어이없게도 “내사랑”을 보고야 말았다.
내 돈 주고...

크리스마스를 지나 연말,신년 시즌이 되면서 또 사랑영화들이 극장에 걸리고 있다.
이런 시기적 잇점을 노린 기획성이 농후한 영화들에 일조하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닌데다가,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재미도 없고 허술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대놓고 “러브 액츄얼리”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잇는 영화라고 홍보까지 해 대니 기분이 더 나빴다.
위의 두 영화에 비하면 이 영화는 한 두수 정도 접고 들어가야 할 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가장 거슬렸던 부분은 역시 시나리오이다.
위의 사랑영화들을 흉내낸 멀티 커플 등장의 다양한 사랑 전개라는 점에서는 별로 나쁘지 않다.
순수한 대학생 커플, 4차원적인 지하철커플,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 옛 여인을 기다리는 프리허그 운동가.

근데 개연성과 구심점이 결여된 등장인물 구성은 난잡하기만 할 뿐 아무 의미도, 감동도 줄 수 없었다.

우선 4개의 커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없다.
“러브 액츄얼리”처럼 크리스마스라는 특정한 시간적 공유점을 갖지도 못하고,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처럼 1주일이라는 공통된 시간적 테두리 안에서 모든 인물들이 연결되는 공감각적 연계성도 제시되지 못한다.

기껏 제시된다는 것이 “개기일식”인데, 이것이 “사랑”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친절하게 류승룡의 입을 빌려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만 가지고 4커플의 사랑에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단 말인가?
크리스마스는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어떤 사랑이든 용납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개기일식이 일어난다고 죽은 여자가 살아 돌아오고, 갑자기 마음이 바뀌고,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뜬다는게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차라리 발렌타인데이로 하지, 왜?

그리고 각본의 설정상 가장 거북한 부분은 무리한 캐릭터 설정에서 절정을 이룬다.
등장인물의 직업이나 신분, 연령상으로 다양한 커플 관계와 사랑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은 알겠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무리수로 억지 설정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싶다.

4차원 소녀로 등장하는 최강희는 왜 지하철에 집착하고 괴상한 짓만 하는 걸까?
감우성과 이어주는 매개체가 지하철이란 것은 알겠는데 단지 특이한 설정이란 것 이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단순히 지하철에서 어이없는 놀이를 하는 둘의 모습과, 결국 지하철 기관사가 되어 2호선을 못 떠나는 감우성과, 낙서들이 아무 기승전결 없이 나열되었다가 갑자기 죽음과 눈물로 끝맺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시선을 끌려고 말도 안되는 캐릭터성을 강조하려고 했다는 의심만 남게 된다.
(심지어 예고편에서는 이 커플이 영화의 전부인 것처럼 보여지고, 홍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한 감독의 전작 영화들에서 빠져 나온 듯한 정일우 이연희 커플은 그나마 가장 정상적이고 개연성있는 드라마를 보여주지만, 어떻게 보면 이 커플이야말로 감독이 억지로나마 주장하는 주제의식인 “개기일식의 기적”과는 가장 동떨어진 커플이 아닌가 싶다.
도대체 개기일식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나마 류승룡 임정은 커플은 직접적으로 “개기일식”이라는 소재를 등장시키고 감정선을 이어가서 클라이막스에 이해와 화해(?)라는 기적아닌 기적을 가지게 되지만 영화 상에서는 극단적인 기다림과 괴로움으로 표현된 장면들만이 등장해서 상대적으로 주제의식을 대표하면서도 등장 분량은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근데 엄태웅, 넌 왜 나온거냐?
난데없이 6년전부터 “프리허그”운동을 해온 남자라니...
한 여자 때문에 6년이나 외국에서 고생하면서 기다려오다가 전화한통에 싹 다 잊고 세상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안아주는 것이...멋있어 보이기는 한다만...도대체 왜 “프리허그”운동가라는 것이 등장하고 결말을 장식하는 신파를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

이한 감독은 전작인 “연애소설”이나 “청춘만화”에서 나름 감수성 있고 예쁘고 애절한 사랑 얘기를 잘 만들어 내더니 왜 이번엔 이런 무리를 했을까 싶다.
물론 사랑영화 전문 감독이라 이런 기획 영화를 해보고 싶은 욕심은 이해가 가지만...
굳이 왜 그가 이런 시도를 하고 이런 졸작을 내 놓았는지는 쉽게 납득하지 못하겠다.

차라리 여러 감독과 함께, 혹은 혼자서라도 4개의 커플을 하나씩 쪼개어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었으면 독특한 캐릭터들과 설정을 잘 살리면서 억지성이 느껴지지 않는 독립된 좋은 영화 4개가 탄생했을지도 모르는데...
안타깝다.

하지만 영화에서 성과가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최강희” 누님의 변함없이 엉뚱하고 상큼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또 전혀 알지도 못 했고 기대도 안 했던 “이연희”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하고, 술을 깨서 부스스한 모습 까지도 이뻤고...
술집에서 일어나 율동과 함께 보여준 “허밍 어번 스테레오”의 “하와이안 커플” 노래는 정말 잊혀지지 않을 귀여움의 기억으로 뇌리에 낙인찍혀 버렸다.
계속해서 머릿 속에서 “귀여워~귀여워~웃을 때 귀여워~~~”라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어쨌든 어쩔 수 없이 본 영화이고, 돈이 아깝지만...
그래 돈이 아까워서 이런 글을 쓴다.
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