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고 기대작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개봉일(12일)에 보려고 예매 했으나...
11일 밤에 미리 전야 개봉할 줄이야 ㅡ.,ㅡ;;
굳이 개봉일에 영화를 보는 이유는 보통 재미있는 영화, 기다리던 영화를 누구보다 빨리 보고 싶다는 이유가 크지만, 개봉후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퍼지는 정보와 소문 때문에 영화의 재미를 온존히 느끼지 못할까봐 겁나서 이기도 하다.
그래서 원치않게 개봉 이틀째에 보게 되었으니, 단 하나의 스포일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인터넷과 SNS를 철저히 차단한채 하루를 기다려 보게 되었다.
나홍진...
나홍진...
한국 영화 팬들에게 너무나도 큰 이름이지만 사실 이제 겨우 2작품 개봉한 초라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현재 한국영화계를 주도하는 감독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최동훈, 류승완" 과 함께 이름이 거론되곤 하는 거장이 되어 있었다.
(씨네21 신년 대담 출연진 들이다 ㅋㅋ)
"추격자, 황해" 단 두작품이 얼마만큼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는지,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그 기대감이 "곡성" 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재미 측면에서 본다면 영화는 그리 재미있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차라리 영화 제작 이전부터 다른 많은 감독들이 칭찬하기에 입이 부르텄다는 시나리오 버전으로 본다면 좀더 내용에 집중을 하고 몰입해서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보는 내내 스릴러 소설책을 읽는 것 같았으니까...
이전의 폭력성과 잔인함에 더해서 오컬트 적인 근원적 공포감이 더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앞선 두영화보다 너무너무 무서웠다.
"나홍진" 감독이 2년반을 투자해서 직접 각본을 썼다는데 이전의 거친 두 영화보다 훨씬 템포는 느리지만 팽팽하게 날이 선 긴장감이 극 종반까지 쭈욱 이어지다 못해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휘몰아치는 전개에 심장을 쥐어 짜는 느낌을 받게 했다.
하지만 내용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도 분명히 존재할 것 같다.
작년에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 이라는 기독교(개신교가 아닌) 세계관에 따른 오컬트 호러 영화가 개봉하여 54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귀신이나 요괴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왕왕 있어 왔지만 본격적으로 귀신과 싸우고 저주와 퇴마가 난무하는 오컬트 호러 영화는 거의 없었다.
한국인에게 인상깊은 귀신영화 말해보라면 대개 "오멘, 처키" 등을 말할테니까...
아마 "곡성" 의 흥행 여부가 앞으로 "퇴마 무녀굴, 여고괴담" 을 뛰어넘어 다음 으로 나아가는 한국 오컬트 호러 영화의 교두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후 내용은 스포일러 주의!!!)
"나홍진" 감독은 이 영화에 "악마" 라는 적을 설정하면서 "일본 샤먼, 한국 무당, 서양 기독교(개신교 아님)" 등의 다양한 다리를 뻗어서 인물들을 배치 시켰다.
산양이나 소의 대가리를 숭상하고 날짐승을 뜯어먹는 샤머니즘이 보이다가...
일본 승려가 주문을 외우고...
한국 무당이 굿판을 벌이다가...
부두교 처럼 좀비가 덤비고...
기독교 사제가 악마와 대화하고...
토속 신? 할매신? 을 따르는 착한 신이 구해주러 온다...
소재의 낯설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쳐들어오는 불분명한 존재(?)들에 의해 관객들은 극도의 혼란과 긴장에 빠지게 된다.
누가 진짜 악마이고, 그것을 막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누가 내 가족을 지켜주려 하는가.
나감독은 대략적으로 단서들을 보여주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깨끗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그 깨름칙한 불쾌한 부분이 관객들의 긴장감과 공포감과 맞물려서 사람의 감정을 극도로 소모시켜 버리는지 모른다.
어쨌든 영화의 주제는 첫장면의 "낚시에 미끼를 끼우는 일본인" 이 모든것 임이 분명하다.
악마는 미끼를 던지고 뭐가 걸리든지 상관 없었이 대상들을 파괴해 나아갈 뿐이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종반의 일본인과 부제(천주교 사제)의 대화에서 모두 나온다.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을 믿지 못하는 의심이 악마의 추악함과 신의 선한 의도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게 한다.
뭐 여기저기 SNS에 내용을 해석하는 감상평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나홍진" 감독 또한 낚시질을 제대로 한것 같다.
영화 이외의 부분을 이야기 하자면 "홍경표" 촬영감독의 화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굉장한 광각의 풍경 샷이 자주 등장하는데, 익히 알려진 대로 일체의 인위적인 조명이나 조작 없이 촬영된 곡성의 자연과 산과 강의 모습에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장면은 아름다움과 함께 스산한 분위기를 동시에 전해준다.
운무에 싸인 산과 해질녘의 강가.
추적추적 쏟아지는 비와 울창한 숲의 어둑어둑함.
지중해 오래된 도시의 골목처럼 운치있게 그려지는 곡성 시내와 시골집들의 골목.
미술팀과 함께 살려낸 선연한 피와 잔인한 파괴의 살인현장의 충격.
모든 것들이 시각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음악 또한 신경을 긁는 현악 선율이나 깜짝 놀래키는 금속 소음이 아닌 점점 심장을 쥐어오는 압박감과 긴장감이 전해오는 굉장한 음악 이었다.
나감독의 전작 "황해" 도 작업하고, "타짜, 도둑들, 암살,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등 굵직굵직한 거장 감독의 영화에서도 공동작업을 해왔던 "달파란, 장영규" 두사람의 음악은 정말 훌륭했다.
아쉬운 점은 칸 영화제에 "곡성"을 출품할때 시간에 쫒겨서 음악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편집본이 나갔다는 건데...
나감독이 너무 완벽주의 추구자라서 편집이나 후반작업을 1년이나 끄니까 그렇지...쯧쯧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배우들의 연기.
"황정민" 에게 지루함을 생각했던 관객이라면 크게 걱정할게 없는 것이, 이 영화에서 그는 철저한 조연이다.
물론 박수무당으로서 살벌한 굿판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조연.
주연은 생애 최초로 단독 주연을 맡은 "곽도원" 씨 이다.
이 캐스팅이 이 영화에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 부분이기도 하다.
시나리오의 설정 처럼 덩치는 큰데 소심하고 간이 작은 겁쟁이 경찰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선 곰처렁 들고일어나 뛰어다니는 강인한 덩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인것 같다.
물론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그림도 살짝 그려지긴 하는데 그래도 "곽도원" 씨가 워낙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해 내어서 아주아주 만족한다.
특히 그의 오버하지 않는 연기들이 작은 감정의 씬들, 딸가진 아버지로서의 모습들이 리얼하게 살려낸것 같다.
일본 아저씨 "쿠니무라 준", 귀신들린 꼬마 "김환희", 귀신인지 사람인지 알수없는 묘한 매력의 "천우희" 등의 조연들의 연기도 나무랄데 없이 훌륭했다.
사전 정보를 최대한 제한한 상태에서 기대감 만으로 본 영화는 충분히 기대에 부응해 주었다.
하지만 소재의 낯섬과 나감독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처음부터 이 영화를 멀리하는 관객들이 있을까 걱정이 되는데, 그래도 한번 꼭 보기를 권하고 싶다.
맨날 "슈퍼내츄럴, 오멘, 트와일라잇, 콘스탄틴, 워킹데드" 같은 헐리웃 호러 영화나 드라마만 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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