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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1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과거의 추억과 경험은 현재의 촉매로 인하여 되살아나고 그것은 실제의 실체보다 훨씬 아름답고 애틋하게 재구성되기 마련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그의 심장을 조여오는 애틋함을 선사하는 만화를 본 기념으로 오랜만에 “만화속의 쥐며느리”에 글을 써 본다.



“이별”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는 슬픔,아쉬움,애틋함...등의 negative mind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별”이라는 것은 그 이전에 “멋진 만남” “행복한 사랑”이라는 과정이 전제가 되어 존재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인생에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찬란한 가치를 지닌다.

대저 “아름다운 이별”이란 별로 존재할 수 없다.

“이별”이라는 행위에는 2명의 객체가 필요한데, 그 두 사람이 모두 후회와 아쉬움, 증오와 불만이 남지 않도록 동의할 수 있는 “이별”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혹여 누군가가 “난 그 사람과 뒷끝 없이 잘 헤어졌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의 말로일 뿐이다.


난 원래 “하라 히데노리”라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전의 그를 세상에 알린 “겨울이야기, 그래하자, 레가타”등의 히트작 들이 내 취향과는 그다지 맞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곧잘 “아다치 미츠루”와 비견되곤 한다.

둘다 10대에서 20대에 이어지는 청년기의 성장 단계를 바탕으로 하는 만화들을 그렸는데, 대게의 일본 만화가 그 수단으로 사용하는 “스포츠”를 자주 사용하였다는 것 또한 비슷하다.

하지만 그가 “아다치 미츠루”와 비견되는 것은 “성인”이라는 점이다.

“아다치 미츠루” "TOUCH", "ROUGH", "H2"로 이어지는 청춘 스포츠 만화를 통해 10대들의 열정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그 20여년의 세월 동안 아다치는 여전히 “10대”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아다치 미츠루”식 만화에서는 애틋한 장면과 가슴에 파장을 일으키는 한마디 대사가 등장하지만 언제나 결말은 open ending이며, 심각한 감정의 대립이나 극단적인 전개는 등장하지 않고 “여운”이라는 단어에 지나치게 집착한 애매모호한 결말을 보여준다.

그에 비해 “하라 히데노리”의 결말은 다르다.

그의 만화는 재수생, 커플, 연상연하...등의 일반인들이 등장하여 “예측가능한 전개”를 보여주지만 “예측불가능한 결말”을 내놓는다는 것이 특별한 점이다.

그는 결코 마지막을 독자에게 맡기는 친절한 작가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세계관과 자신의 시나리오에 충실하는 진정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아다치 미츠루”가 선호하는 “여운” “애매모호함” “우유부단함”인데, 그것이 그의 매력이다.

하지만 그의 만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멋지고 Cool 한 캐릭터들에 비해 작가가 너무 용기가 없고 멍청하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하라 히데노리”여운” “결말” 느낌”이다.

비록 그의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찌질하고 멍청한 우리 주변의 인물, 혹은 “나 자신” 이지만, 작가인 “하라 히데노리”는 냉정하게 결말을 제시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 결말에 대한 의미를 곱씹게 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여운”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문화 매체가 있겠지만 “아다치 미츠루”식의 결말은 “만화, 드라마, 시즌제 영화”에나 먹힐 법한 미진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과감하게 자신이 생각한 결말을 보여주지만, 그 주인공을 “자기 자신”에게 오버랩핑 하는 독자들이 그 의미를 되새김질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는 점에서 “하라 히데노리” 진정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내 집으로 와요”는 5살 연상연하 커플이 만나게 되어 동거를 시작하면서 20대의 꿈과 사랑의 사이에서 방화하며 겪게 되는 사실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시기 적절하게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연애를 해 보았다면 누구나, 특히 연상연하 커플이었던 사람이라면 절절히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가슴을 때린다.

어쩌다 보니 또 비교하는 글이 되어 버렸지만 보잘 것 없는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다.

“아다치 미츠루” 10대를 위한 꿈과 사랑의 드라마 “그렸다”.

“하라 히데노리” 20대를 위한 애틋한 감성 에세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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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1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계속 이어서 만화에 대한 글을 쓰겠습니다.
뭐, 별로 읽고 싶지 않아도 할 수 없습니다.
3월에 아카데미 시상식 하기 전에는 줄창 만화얘기만 할 겁니다.


오늘 얘기할 만화는 청춘 스포츠 만화의 대표작.
너무나도 유명한 만화 "H2"입니다.
뭐 만화로 34권 완결, 애니메이션, 일본 TBS 드라마방영...등 인기코스를 모두 밟은 명작이
죠.
(또 아래부터는 반말~)



나는 스포츠 만화를 3가지로 나눈다.
1. 열혈 스포츠 만화(주인공의 희생과 불철주야 노력으로 인한 성취가 있는 만화-더 파이팅, 4번타자 왕종훈, 스카이 하이, 타로, 스바루...)
2. 학원 스포츠 만화(대게 단체 운동을 하며 그 안의 갈등과 전진을 그린 만화-루키즈, 환타지스타, 저스트 고고, 라이징 임팩트, 스타트..)
3. 청춘 스포츠 만화(스포츠를 소재로 삼고 있으나 인물의 성장, 이성과의 관계 등이 주제가 되는 만화-H2, Touch, Rough, 카츠...등)



어쨌든 이런 분류로 볼 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최고 인기 만화 브랜드 중의 하나인 “아다치 미츠루” 표 만화는 모두 3번, 청춘 스포츠 만화에 속한다.



왜 “청춘”인가 하면 위에도 써 놓았지만 그의 만화에서는 야구, 권투, 수영 등 많은 스포츠를 소재와 배경으로 삼지만 그것이 주제가 아니라 주인공과 히로인 사이의 드라마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만화에서는 운동하는 장면이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 편도 많이 등장한다^^;;)



물론 다른 스포츠 만화에서도 주인공의 소꼽친구, 동네친구, 좋아하는 사람...등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작품 내용에 영향을 미치거나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확연히 구분할 수가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만화에서 여자 친구의 존재는 전체 만화 분량의 1/1000정도도 할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결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아다치 미츠루”표 만화에서도 가장 히트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H2"는 더욱 색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전의 작품들이 한명의 여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4명의 친구(러프), 2명의 형제(터치), 3명의 라이벌(카츠)...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구도가 계속 이어져 왔고, 어떻게 보면 그것은 20년 넘게 “아다치 미츠루”의 고정된 스타일이자 독자들도 당연히 받아들이고 기대하게 되는 플롯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H2"에서는 최초로 2명의 여주인공이 등장하고, 남자 2명과 여자 2명의 복잡한 병렬구도를 선보이게 된다.
바로 이것이 다른 스포츠 만화들...그리고 같은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들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인기 있는 만화로 인정받게 된 이유이다.



표면적으로는 “히로”와 “히데오” 두명의 남자 주인공이 타이틀 롤인 것 같지만 “히까리”와 “하루까”라는 두 명의 여자 주인공 또한 없어서는 안 될 이야기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성별구도 말고도 어찌 보면 “히로”와 “히까리”의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드라마가 이 만화의 가장 중요한 스토리라인이다.
이것을 포괄하는 멋진 제목이 “H2"인 것이다.



(아래 오렌지색 부분은 내가 직접 쓴 스토리 요약입니다.)
“히로”는 어릴 적부터 함께 커 온 “히까리”를 초등학교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인 “히데오”에게 소개시켜준다.
하지만 “히로” 본인도 “히까리”를 좋아하고 있었음을 2년이 지난 중학교 2학년때 알게 된다.
“히로”는 언제나 자신의 사춘기가 다른 두 친구보다 2년 늦었음을 후회하지만 사이 좋은 두 친구를 보며 무던히 지내려고 노력한다.
고등학교에 들어와 서로 다른 학교에 입학하고 야구를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함과 동시에 “히까리”를 사이에 둔 미묘한 관계속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여기에 “히로”의 동창생이자 히로를 사랑하는 “하루까"가 등장하여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가슴 떨리는 4명의 관계가 이어진다.
그리고 강속구 투수 “히로”와 갑자원 MVP타자 “히데오”는 고등학교 3학년 여름, 갑자원에서 맞붙게 되고 서로 히까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아다치 미츠루”의 가장 큰 장점은 심플하면서도 담백한 그림체와 대사 속에 가슴떨리는 에피소드와 심장이 뛰게 하는 장면, 그리고 긴 이야기의 긴장을 흩트리지 않고 여유있게 풀어가는 유머까지 갖추고 있어서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지만 결국 다시 몇 장 앞으로 돌아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재미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그의 만화는 곧잘 비교되는 순정만화들 보다 훨씬 훌륭하다.
섬세한 감정의 라인과 굴곡 있는 드라마, 눈물나는 감동이 있으면서도 남자들의 땀과 우정, 갑자원이라는 소년의 꿈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장 훌륭히 교집합을 이끌어내어 남여 독자층을 고루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도 옛날에는 “아다치 미츠루” 만화는 그림도 못 그리고, 내용도 밍숭밍숭해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대 후반~20 초반의 소년 소녀에게 정말 추천해 주고 싶은 만화이다.
“이것이 바로 20세기의 명작이고, 청춘스포츠만화의 바이블이다!”라고 말하면서...



자, 그럼 아직도 이 만화를 보지 못하고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사람은 당장 만화방이나 지뇽이네 집으로 뛰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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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3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뭐 일본 야쿠자나 한국 조폭이나 뭐 별다를 것이 있겠냐만은...
나름대로 유치하나마 “仁義”니 뭐니 하는 야쿠자가 겉으로는 좀 더 그럴 듯 한 것 같다.

사실 이 만화는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만화이지만 일본에서는 매우 큰 인기를 끌었었고 야쿠자 만화의 바이블과 같은 명작 만화로 꼽히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6년 5월에 전 62권으로 완간 되었는데, 그나마 대원씨아이(주)의 정식출판이었기에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62권이나 되는 엄청난 분량 때문에 아마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작가가 10년 넘게 연재한 이 작품은 “키우치 카즈마사, 와타나베 준“이 각각 글과 그림을 맡아 작업한 것인데 막장인생을 사는 말단 조폭이 다시 태어나 일본 조폭의 최고 우두머리가 되는 과정을 정말 심도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아쿠츠 조지”는 30이 넘도록 야쿠자 똘마니로 지내다가 살인 명령을 받고 가서 자기가 쏜 총에 맞아 죽는 멍청이이다.
그러나 그는 죽은 후 자신이 야쿠자를 처음 시작할 당시로 Time Slip을 하여 처음부터 다시 조폭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그동안의 나태함과 좀스러움을 버리고 호기와 인의로 재무장한 그는 “카이에다파”에서 조금씩 인정을 받아 가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미래와 현실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두목 살해범으로 몰리고, 파문 당하고, 치바로 내려가 切齒腐心해서 치바를 손에 넣고 다시 도쿄로 상경, 모진 고난을 멍청하지만 충실한 부하들과 이겨내고 마침내 “카이에다파” 총수가 되지만 곧 사퇴하고 자신만의 “아쿠츠파”로 전국 최고의 조폭이 되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숙적 “에바라”의 방해로 도쿄가 쑥대밭이 되고 1000명에 가까운 부하를 죽음으로 몰아넣어서야 겨우 승리하여 마침내 일본 최대의 야쿠자 연합인 “타가미 우에자와 일가”의 두목이 된다.

만화는 긴 시간을 달려오면서도 사랑, 우정, 신뢰, 배신, 암살, 도망... 등 다양한 드라마를 보여주면서 지루함을 못 느끼게 하고 있으며 동시에 작가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캐릭터들의 색깔로 자리잡고 있어서 지나치게 진지하고 잔인하게 이어지는 스토리를 뒷받침 하고 있다.

처음 연재를 시작할 당시인 90년대 초반에는 “터미네이터”나 “Big"같은 영화가 유행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번 죽음으로써 다시 새인생을 출발한다는 설정도 무척 흥미롭기도 하지만 62권의 결말을 보면 작가가 의도했는지는 몰라도 마지막 역시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숙적 “에바라”가 “아쿠츠 조지”를 죽이기 위해 테러리스트가 등장해 일본 수도 도쿄를 점령하고 미사일, 로켓 등으로 쑥대밭을 만드는 설정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자신의 운명과 과거를 이기고자 애쓰는 주인공의 인간적인 고뇌와 삶이 바탕이라면,
그와 같이하여 앞만 보고 달리는 야쿠자들은 이 만화의 생명이다.

지금까지 많은 야쿠자 만화가 있었지만 거의 다 과장되거나 어이없는 지어낸 얘기거나 아니면 개그 만화의 소재로 등장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지한 야쿠자 세계를 재밌게 그려내며 그 세계를 완벽히 고증하여 보여준 이 만화의 위대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가슴 뜨거운 만화광이여,
아직 이 만화를 보지 못했다면 당장 만화방으로 출발~~~!!!

(요즘 자금 사정이 안 좋은 관계로 5월에 완간된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25권까지 밖에 못 샀습니다. 사실 이 만화가 워낙 길고 안 알려져 있어서 만화방에 없는 경우가 많으니 25권까지라도 보고 싶은 분은 지뇽이네 집으로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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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28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아...너무 오랫동안 글을 안썼네요.
방학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바빴든요.

뭐, 이런 거 쓴다고 볼 사람도 없지만, 이제 1년 남은 대학생활을 위하여 정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한동안은 내 청춘을 빛냈던 만화들에 관한 글만 쓸 예정입니다.

이유는 뭐 내 학생시절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크겠고...
사실 영화에 관한 프리뷰, 리뷰는 여기저기에 넘쳐나는 데다가 모두 저보다 잘 쓴 글들이지요.
하지만 만화에 대해서는 평론가라는 직업도 없고, 주관적인 판단은 커녕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곳조차 전무한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한명으로서 제가 재밌었던 만화라도 알리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반말!!!!)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만화는 “WORST"이다.

이 만화는 속히 말하는 “학원폭력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싸우는 내용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한 싸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대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불량학생”이라는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의 주변인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
그것이 훌륭한 점이다.
그럼 내가 느낀 좋은 점을 알아보자.

1. “최강”은 “최고”에게 질 수밖에 없다.
-이 만화의 배경은 “스즈란 고교”, 속칭 “까마귀 고교”라고 불리우는 고등학교인데 온 동네의 깡패들이 입학하는 곳이라 도시에서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곳에서는 “가장 강한 자가 법”이라는 규율이 있는데 여기까지는 일반 학원폭력만화와 별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수많은 등장인물과 계속해서 이어지는 싸움 속에서 단순한 “강함”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주인공들은 말한다.

예를 드는 것이 이해하기 가장 빠르겠는데, 도쿄 제일의 싸움꾼이지만 폭력만 앞세워 주변에 사람이 없는 폭군 “쿠즈가미 다츠오”와 “보우야 하루미치”가 싸울 때 부하인 “제튼”이 말한다.

“너희 형님은 틀림없이 최강이겠지, 하지만 겨우 ”최강“ 가지고 ”최고“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보우야“는 자기가 강하기 때문에 대장이 되어달라는 친구들과 학생들을 부담스러워 하고, 절대 패거리나 단체를 만들지도, 또 힘으로 억압하거나 통솔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 단순한 강함만이 아니라 우정과 정의를 생각하는 자가 가장 강한 자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이젠 아랫도리도 두둑할 나이잖아!”
-또 중요한 점은 10대에 잘못 나가기 쉬운 점을 바로잡아 준다는 것이다.
만화에서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싸움이나 일삼고, 공부도 못하는 사회악으로 그려지지만 그들은 “남자”로서 알아야 할 정의, 신의, 우정 등을 지켜나간다.

큰 패거리 내의 배신과 복수,
다수가 달려들어 한사람을 패는 것,
무기나 비겁한 수를 쓰는 것...
등을 주인공들은 하나하나 바로잡아 나간다.

또 예를 들자면 “칠흑의 전갈”이라는 길거리 갱단이 떼로 몰려다니며 무차별적으로 행인과 학생들을 폭행하고 도망다니자 주인공인 “츠키시마 하나”는 외친다.
“이젠 애도 아니고 아랫도리도 두둑할 나이잖아, 그럼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 아니야. 난 도망가지도 떼로 덤비지도 않아, 일대일로 싸우자”

3. “싸우는데 이유는 없어, 한창 피가 끓는 나이에 가만있으면 고여서 썩어버리거든”
-이 만화의 주인공 중에서 약한 자를 괴롭히거나 금품을 갈취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다들 싸움을 일삼는 불량배지만 밤을 새며 아르바이트 해서 언젠가 트럭을 사는 것이 꿈이고, 폭주족의 우두머리지만 라면 집에서 맨날 얻어맞는 알바생들이 주인공인 만화다.

그들이 주먹을 날리는 데에는 사소한 시비도 있겠지만, 불현듯 찾아온 상대에게 한번 씨익~ 웃은 다음 이유를 묻지 않고 주먹을 나누는 것.
그리고 지고 나서 후련해 하는 것.

바로 너무 젊기에 넘쳐나는 혈기를 단순하게 발산하고, 자신을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 돈을 위한 범죄, 이지메와 집단구타...이런 것은 등장하지 않는다.

4. “제발 여자친구 좀 소개시켜 줘!!!!!!”
-또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학원폭력물”, 아니 그냥 “학원물”을 통틀어서 100%남자맊에 나오지 않는 만화는 이 만화가 유일하다.

다시 말하면 이 만화에는 단 한명의 여자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여자에게 인기있는 캐릭터도 등장하지만 대다수의 남자들은 여자 손 한번 못
잡아본 불쌍한, 보통의 고교생일 뿐이다.
다른 만화처럼 섹시한 여자가 항상 폭주족과 같이 다니거나, 싸움 잘하는 놈이 항상 여자를 끼고 다니거나, 나쁜 놈들이 여자를 XXX 해 버리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여자를 이유로 싸우지도 않고, 스토리에 여자가 영향을 끼치는 것도 없는 다분히 남성적인...아니 순수한 “남자 애들”의 만화이다.

5. “죽음”, 그리고 “졸업”
-그렇다고 해서 이 만화는 폭주족, 폭력배들의 생활을 미화하거나 부추기지 않는다.
차가운 현실로 접근해 거리를 두기도 한다.

폭력배만 모인 탓에 졸업해 봐야 취업도 힘들고, 야쿠자 밑에 들어가거나 죽어서 시체로 발견되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그런 암울한 미래에서 벗어나고자 꿈을 위해 전진하고, 나아간 후에는 주먹만으로 대화하지는 않는 사회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그리고 작가가 절대 터부시 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주 독자층인 소년들이 충격을 먹을 수 있는 방편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다, 바로 “죽음”이다.
항시 경쾌하고 유머가 있으며 멋지고 세련된 만화에서 그것은 가장 큰 종소리로 기억에 남는 것이다.

한참 같이 어울리며 말썽을 부리고 마음이 통했던 친구들이 하나하나 쫌생이같이 돈을 저축하고, 아르바이트에 목숨을 거는 모습에 화가 나서 “스네이크 헤드”라는 집단을 만들어 폭력으로 도시를 장악하려던 “진나이 코헤이”는 결국 주인공들에게 패한 후 뉘우치고 앞을 향해 고개를 들기도 전에 똘마니의 칼에 찔려 죽고 만다.

이것으로 인해 만화속의 주인공들도 많은 것을 느끼고 슬퍼했지만, 그것을 보는 독자들 또한 더 많은 충격과 교훈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6. “나는 왜, 나는 왜...이런 것만 생각하면 끝이 없어. 너는 너, 나는 나야!”
-이 만화에는 멋지고 싸움 잘하는 놈들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싸움도 못하고 맨날 얻어터지고 깡패들 심부름이나 하던 인물도 중요 주인공이다.

“나는 왜 덩치가 크지 않은가, 왜 싸움을 못하나, 머리가 좋지 못하나...”라고 고민하고 비관하고 있는 왜소한 소년에게 귀싸대기를 날리며 “너는 너, 나는 나야. 비교만 하고 있으면 발전할 수 없어” 라고 말해주는 것은 친구들과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어른들의 역할이다.

그들은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찾아가고,
굳이 공부나 싸움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아가게 된다.

제일 약한 주인공인 “토라노스케”는 이런 과정을 거쳐 “볼링”이나 “다트”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친구들과 어른들은 이런 기회를 만들어 그가 최고가 되고 빛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주먹만이 아니라 인간성과 따뜻함으로 싸움꾼 친구들 사이에 섞여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결국 작가는 이 만화가 깡패들의 재미나, 약한 학생의 판타지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모두가 변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7. 평범한 작가, 평범한 만화
-이 만화의 작가인 “다카하시 히로시”는 이 이야기의 시작인 “CROWS"로 데뷔해 ”QP", "WORST"로 이어지는 긴 학원폭력물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가 그리는 것은 결코 허무맹랑하고 과장되어 있지만은 않다.
현실에 존재하는 폭주족, 깡패, 약한 학생...등을 등장인물로 삼아 그들의 표면적인 것 뿐 아니라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상을 입혀서 그들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살아있는 얘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
그러나 꿈도 없이 방황하다가 맘을 잡고 만화잡지 공모전에 도전하여 입상...
그러나 인기없는 만화가의 소심함과 좌절...
그리고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

“다카하시 히로시”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가장 팬 서비스가 훌륭한 작가 중에 한명이며, 또 가장 제멋대로인 작가 중에 한명이다.

일본 만화책은 단행본이 발간될 때 권두 서문이나, 한 화가 끝나는 중에 작가 근황이나 작가가 직접 쓴 얘기들이 쓰여지는 공간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만화가들이 아예 쓰지를 않거나 쓸데없는 팬래터 주소, 캐릭터 인기투표, 독자엽서...등으로 때우기 일쑤이다.

하지만 “다카하시“는 자기가 어릴 때부터 방황한 얘기, 만화가로 데뷔한 얘기...부터 시작해서 좋아하는 밴드, 좋아하는 만화, 요즘 어디에 홀딱 빠져있다...등의 사소한 얘기까지 정성들여 길게 써 주는 것이다.
(내가 본 만화가 중에서는 “와타나베 준(엠블렘 Take 2)" 이후 최고다.
사실 이런거에 신경쓰지 않고 책장을 넘기는 독자에게는 하나도 고맙지 않겠지만 난 이런 작가를 만나고, 또 이런 작가의 만화책을 구입할 때마다 너무 고맙다.

때문에 만화를 보는 독자는 “CROWS"”WORST"의 팬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작가에 대한 친근함을 담아 “다카하시파”라고 말할 뿐이다.



어쨌든 위와 같은 것들이 내가 이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고, 다른 만화들과 차별화 되는 훌륭한 점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스즈란고교”를 배경으로 하는 이 만화는 25권으로 완간된 “CROWS"에 이어서 현재 ”WORST"라는 이름으로 13권까지 발매중이고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럼 뜨거운 청춘의 만화가 그리운 사람은 당장 서점으로 출발~
(물론 지뇽이네 집에 오면 모두 새책으로 구비되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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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9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현재는 완결된 만화입니다).

아아...이 만화는 정말 재미있다!
그 어느 만화 클럽이나 카페에 가 보더라도 최고의 만화를 꼽는데 주저함 없이 이 만화를 추천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 만화는 본격적인 “음악“만화이다.
그간의 화려하고 퇴폐적인 음악 만화가 아니라 이것은 진짜 순수한 음악 청년들의 만화이다.

요즘 댄스 가수처럼 기획사의 투자로 만들어진 인형들이 아니라 락 스타를 동경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연습을 즐기고,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기타 하나를 사는데 감동을 하고, 라이브 하우스나 클럽의 공연에 최선을 다하고, 세상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애쓰는... 그런 청년들의 삶 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작가인 헤롤드 사쿠이시는 이전 작품들의 그림체나 분위기를 많이 변화시켜 최대한 단순한 만화체의 등장 인물들을 만들어 냈고, 그들이 보여주는 일상은 코믹함으로 가득 차 있어서 너무도 즐거운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아...나도 저기에 끼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다.

만화를 보면서 또 하나의 재미는 실존하는 음악가들을 찾거나 비슷한 인물을 추측하면서 보는 것이다.
실제로 존 레논, 커트 코베인, 톰 모레로 등의 음악가들은 실명으로 등장하지만 더욱 재미있는 것은 작가가 슬쩍 등장시키는 결정적인 인물들이 정말 흥미를 끈다.

예를 들어 정말 놀랐던 것은 그들의 밴드 BECK의 기타리스트가 치는 기타였다.
그것은 "루씰“이라는 이름의 총탄 자국이 있는 깁슨 모델이었다.
만화 상에서 이것은 전설의 부르스 기타리스트 “서니보이 워터즈”가 무대에서 연주하던 중 “루씰”이라는 여자 때문에 벌어진 싸움에서 무대를 향해 쏜 총탄을 연주 중에 맞았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전설의 기타이다.

하지만 이 기타는 실제로 존재하며 전설 또한 비슷하다.
현실에서는 역시 전설의 부르스 기타리스트인 B.B.King 의 깁슨 모델인 “루씰”이 있다.
비비킹은 나같은 음악 초짜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데 그가 라이브 하우스에서 연주를 하고 있을 때 역시 “루씰”이라는 여자 때문에 싸움이 벌어져서 라이브 하우스에 불이 났었다고 한다.
당황한 비비킹은 필사적으로 기타 하나만 들고 나왔고 이후 이 기타를 문제의 여자 이름을 따서 “루씰”이라고 부른다.

비비킹이 워낙에 유명하기 때문에 “루씰”에 대한 전설은 널리 알려졌다.
예를 들면 역시 내가 좋아하는 한국 음악가인 한영애씨(신촌 블루스^^) 역시 87년인가 88년인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루씰”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발표했었다.
그리고 만화에서도 기타의 신이라는 에릭 클랩튼이 가장 존경하는 음악가라고 서니보이 워터즈가 소개되는데, 역시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에 현실 세계에서 에릭 클랩튼과 B.B king의 공동 제작 앨범이 발매되었다!!!
(아...음악 얘기를 하자니 아큐펑쳐 분들의 눈길이 겁나네요^^;;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살며시 알려주세요~)

어쨌든 또 바보같이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지만 이런 재미가 있다^^.
그리고 솔직히 90년대 들어서 나처럼 만화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는 만화가들은 자신의 만화에 “음악”을 입히는 유행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가장 고전적인 것은 만화 연재 시에 각 회의 소제목을 노래 제목을 가져다 쓰는 것이다.
이번 연재분이 완전 달려가는 내용이다~싶으면 완전 락앤롤을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더 발전한 작가들은 만화 컷(장면)에 BGM을 붙인다.
이런 경향은 순정 만화가에게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주인공이 연인과 이별을 하고 슬픔에 젖어있다...그러면 이것은 한 페이지짜리 풀 컷으로 주인공의 뒷모습이라거나 비맞는 모습, 창가에 기댄 모습..들을 보여주고 컷 밑에 주를 달아 “bgm: XXX by xxx" 라는 식으로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 발전을 하게 된다면 BECK처럼 되는 것이다.
역시 음악 만화 이다보니 좀 특이한데 연재가 되는 화마다 표지를 유명 음반의 표지를 패러디해서 그려 넣는 것이다!(모든 표지가 그렇지는 않지만...)
난 단행본으로 보았기 때문에 사실 각 화마다 끊어지는 표지를 짜증냈었다.
(빨리 내용이 궁금한데 괜히 장수만 잡아먹으니까...그래서 많은 만화가들이 단행본 출간에서 매끄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표지를 그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이 만화를 2번째 볼 때 즈음이었나...
가끔 표지 중에 내가 아는 음반(내가 아는 정도래봐야 정말 몇 개 안되지만^^;;)의 표지가 있었다.
작가에게는 장난이겠지만 이런 서비스가 팬에게는 무한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어쨌든 음악 얘기는 이정도로 관두고 만화 얘기를 더 해 보아야겠다.

이 만화는 음악 만화라는 점도 절대 무시 할 수 없지만 많은 평론가들이 인정 하는대로 이 만화가 훌륭한 점은 정말 잘 만든 “성장 드라마”라는 것이다.

주인공인 유키오는 14세 여름, 아이돌 여가수나 좋아하는 평범하디 평범한 동네 소년이었다.
그러다가 만난 친구와 음악 한곡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말았다.

좋아하는 기타를 사기 위해 밤을 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밴드에 들어가기 위해 소에 피 튀기게 기타 연습을 하고,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미국으로 투어를 떠나고...

그가 이렇게 변하게 되는 것에는 이 만화의 제목인 BECK을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BECK이라는 단어에서 “벡“이나 ”제프 백“의 2명의 이름을 우선 떠올릴 것이다.
이것은 만화에 등장하는 개(멍멍이)의 이름임과 동시에 주인공들이 만든 밴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멍멍이 벡은 미국의 갱(마피아)가 키우던 개로 어릴 때 2개월에 걸쳐서 각기 다른 가죽을 꼬메 붙여서 살린 누더기 개이다.
어릴 때 많은 고통이 있었지만 오랜 재활 끝에 이 개는 보통의 개와 다름없이 지내고, 주인공들은 별 생각 없이 벡을 밴드 네임으로 정한다.

누더기 개...그것은 주인공과 밴드가 어렵게 모여 많은 고난을 겪으며 자신을 찾아 나간다는 의미의 함축 이 아닐까 싶다.
특히 주인공인 유키오의 변화상을 보면 정말 그렇다.

아...
이 만화를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이었다.
별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인상 깊은 그림채도 아니지만 벌써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작년부터 일본에서는 이 만화가 TV animation으로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다.
음악 만화이기 때문에 밴드가 연습하는 장면이나 노래하는 라이브 하우스의 장면에서 정말 궁금했는데 애니에서 그 노래들을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실망했다. ㅡ.,ㅡ

그냥 만화에서 작가가 라이트 조명아래 그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그 소리를 상상하던 것이 훨씬 멋진 이미지로 남아있다.

어쨌든!!!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만화입니다.
이미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 보세요~.
물론 지뇽이네 집에 오시면 빳빳한 새책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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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28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의지란 무엇인가?

무엇이나 살아있는 생명체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굳이 “의지”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존재의 이유, 정언명령...” 어쨌든 그러한 이성과 본능을 앞서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현대의 이론으로 무생물까지도 포함한다(대체로 인간의 이론이란 자연과학의 100만분의 1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겠지만...^^;;)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주제의식이나 화법 등의 독특하고 심오함으로 인해 “명작”이라는 칭호가 붙은 “기생수”라는 만화가 있다.
(한국에서도 절판이후에 “애장판”이라는 고급 소장용으로 다시 출간되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 만화의 시작은 이러한 거대한 “의지”에 대한 고찰과 자신에게 부여된 “정언명령”에 대한 수행과 반성으로 이루어 진다.

어느 날 지구의 50억이나 되는 인간이 서로에게는 물론 지구 자체에게도 해가 된다고 생각한 누군가(神이라고 해두자^^)가 “인간을 죽여라”라고 프로그램된 기생생물을 지구에 보낸다.
그것은 자신이 왜 인간에게 기생하고, 다른 인간을 잡아먹으며, 죽이고자 하는 충동을 억누를 수 없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다만 자신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의지의 명령에 의해 살육을 계속할 뿐이다.


이 만화가 이러한 괴물과 인간들의 싸움만을 그렸다면 “명작”이라는 칭호가 붙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만화의 훌륭한 점은 치밀한 인물구성과 역할수행에 있다.

먼저 첫째로 기생수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누구이며 왜 인간을 죽여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괴물이 있다.
그는 “인간만은 천적이 없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개체수가 너무 늘어났으며, 그 결과 지구의 환경이 점차 파괴되고 있다. 인간은 기생수를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개체의 천적으로서 존재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라는 결론을 내린다.

...
나는 이 부분을 읽고 나서 솔직히 충격에 빠졌다.
정말 멋진 한방을 이 만화의 작가가 지구인들에게 날려 주었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후기에서도 밝혔지만 이 만화가 연재될 당시에는 아직 환경운동이 주목을 받지 못하던 1990년대 초반이었다)

위의 [생각하는 기생수]는 이어서 “인간이나 기생수나 지구에 보내진 생명체다. 공존하기 위한 방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학교에 가서 사회인류학을 수강하고, 인간의 아기를 임신해서 낳아보고, 인간을 먹지 않고 살기 위해 일반적인 음식물을 먹는 연습을 한다.

두 번째 놀라운 인물은 “시장(市長,Mayer)”이다.
기생수들의 무분별한 살인 충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인간들이 기생수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지식이 뛰어난 기생수를 중심으로 조직체를 구성하여 힘을 모으게 된다(착실한 사회구성의 과정을 보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그 결과로 기생수중의 한명을 시장 후보로 입후보해서 결국은 그가 도시의 시장으로 당선이 된다.
그는 “환경론적 입장”을 고수하며 사람들의 위기의식을 고양시키고 아직 늦지 않았음을 설파한다.
만화의 종반부에 경찰과 육상자위대 군인들이 시 청사를 봉쇄하고 X-ray로 투시하여 기생수들을 말살시킬때, 시장은 죽이러 온 군인들에게 “왜 아직도 알지 못하느냐! 기생수는 인간에게 내려진 경고이며, 지구에게 있어선 해충구제자라는 것을!!!”이라고 마지막 까지 설교하다가 반항하지 않고 총에 맞아 죽는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었다.
기생수가 아닌 인간이었던 것이다!!!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괴물의 존재 이유를 인정하며 스스로 괴물들을 찾아갔고, 괴물들은 그런 인간인 그를 잡아먹지 않고 동료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같은 “의지”를 가지고 같은 “명령”을 수행하는 인간은 그들에게 “먹이”가 아니라 동지였던 것이다.


세 번째 놀라운 점은 “살인마”의 등장이다.
어려서부터 인간을 죽이기를 즐겨온 이 살인마는 살기와 느낌으로 인간과 기생수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경찰로부터 기생수를 구별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지만 시 청사 습격사건때 혼란한 틈을 타서 도주한다.

만화의 마지막에서 그는 다시 등장해서 주인공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내가 인간을 죽이는 것이 잘못한 일이냐! 모든 사회는 弱肉强食의 사회이고 내가 하는 일은 도태된 동물을 죽이는 동물과 다를 바가 없고 인간에게는 그러한 일을 할 개체(천적)이 없기 때문에 기생수가 나타난 것 아닌가? 법이라는 惡 때문에 쓸데없는 인간의 숫자만 늘어나고 있다” 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신이치”와 불완전 융합되어 그의 오른 팔에만 기생하고 있는 기생수 “오른쪽이”를 살펴봐야 겠다.
처음에 신이치는 자신의 팔에 기생수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평범하게 살기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기생수들의 무분별한 살육으로 그의 어머니와 학교 친구들...주변 사람들이 죽기 시작하자 자신과 오른쪽이의 힘을 이용하여 기생수들에게 맞서기 시작한다.
여기서 기생수인 “오른쪽이”는 자기의 숙주인 신이치가 위험에 처한다는 전제하에 그에게 힘을 빌려주지만, 보통의 경우 다른 기생수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내가 다른 기생수를 죽이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는 것과 같은 동족을 죽이는 일이다. 그것도 내가 위험하다거나 식량이 필요하다거나 하지도 않는데 그들을 죽인다는 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이기적인 생각이다” 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평소에 나 자신도 생각해 오던 것이라 너무 공감이 갔다.

인간이 돼지, 소를 먹기 위해 사육하고 도륙하는 것은 괜찮고, 어떤 존재가 인간을 죽이는 것은 잘못이란 말인가?
그것도 자신의 위험이나 배고픔때문이 아니라 창고에 쌓아놓거나 재미를 위해서 사냥하는 행위가 합당한 것 일까?
그리고 이런 자가당착을 계속 일관적으로 유지하려면 차라리 그것이 낫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렇지도 못하기에 지나가던 똥개가 웃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떻게 이렇게 귀엽고 인간에게 가까운 개를 처참하게 죽이고 잡아먹을 수 있느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사람은 과연 더 처참하게 사육되고 죽어서 자신의 뱃속으로 들어오는 돼지와 소들에게
한번이라도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돼지나 소는 괜찮고, 개는 안 되는 것인가?



어쨌든 또 쓸데없는 얘기로 흘러 버렸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이 만화에서 “인간”이라는 나의 신분을 지워버리고 정말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당연히 해 볼만한 고민들을 잔뜩 담고 있는 만화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지만 너무도 멋진 대사라 “오른쪽이”의 마지막 말을 올리면서 끝내겠다.
“왜 죽은 동물을 보면 연민이 생기냐구? 그건 인간이 그렇게 한가한 동물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게 바로 인간이 지닌 최대의 강점이라구. 마음에 여유가 있는 생물, 이 얼마나 멋진 일이야!"


어쨌든 최근에 이 만화를 다시 읽게 되었는데 너무도 좋은 내용이라 꼭 모두에게 추천을 해주고 싶었다.
방학동안 시간 많은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개인적으로 카프카보다 더한 충격을 느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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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30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으음...오랜만에 다시 “한의학도가 보아야 할 만화“ 시리즈를 이어 보겠습니다.
단지 오늘 얘기할 만화도 일본 만화라는 것이 조금 걸리는 군요...^^;;

오늘 얘기할 만화는 의학적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오컬트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목은 “호문쿨루스” 인데 한국에서 출간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는 5권 정도까지 나온 것 같네요)

좀 더 쉽게 말을 꺼낼 수 있도록 일단 이 만화의 대체적인 줄거리를 써 보죠...(제 주관적인느낌으로^^)

얼마 전까지 매우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주인공 “나코시“는 언제부터인가 공원의 노숙자가 되어 있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약간의 돈과 집이자 휴식처이자 발이 되어주는 자동차.
어느 날, 정체불명의 남자가 “나코시”에게 다가와 기괴한 제안을 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실험에 동참해주면 70만엔(한화 70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황당함에 거절한 “나코시”지만, 자신을 “이토”라고 밝힌 괴한은 “나코시”의 유일한 안식처인 자동차를 견인해가 버린다. 당황한 “나코시”는 이토의 “육감(Six sense)" 기르기 실험에 동참하게 되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위의 이상한 실험이라 함은 살아있는 인간의 두개골에 2~3mm정도의 구멍을 뚫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신생아 때와 같이 두뇌호흡이 가능하게 되며,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뇌세포가 잠재능력을 99% 발휘하여 제6의 감각, 즉 “육감“이라는 것을 얻게 된다
는 가설이다
.

으음...
여기쯤 오면 아이를 낳아보신 분이나 본과생 이상의 학생이라면 대충 제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아시겠지요?
얼마 전부터 소아과 수업을 듣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참 재미있는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양방에서도 그렇지만 한의학에서도 아기가 태어나면 머리에 숨골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양방에서 숨골이라고 하면 대게 생명유지에 필요한 “연수“를 말하는 거라고 알고 있는뎁쇼~, 신생아의 경우에 머리 전정부에 하나, 후두부에 하나, 이렇게 2개의 말랑말랑한 부분이 있고 숨을 쉴 때마다 들썩들썩한다죠?(아기를 안 키워 봐서 잘 모르지만^^;;)

어쨌든 이때 전정부에 있는걸 大天門, 후두부에 있는걸 小天門 이라고 하는데 소천문은 생후 6~8주, 대천문은 생후 14~18개월에 닫히죠...
현재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태아상태에서는 두개골이 완전히 생성된 것이 아니라 조각으로 나뉘어 있어서 그 틈새가 바로 숨골이라고 하는데, 뭐 출산을 쉽게 해주기 위해서 라고도 하고...

어쨌든 재미있는 것은 아기가 태어나서 1년인가? 그동안에 뇌가 가장 많은 발달을 보이게 된다는 것인데, 대소천문이 닫히면서 그런 걸 수도 있지 않은가요?(성인만큼 되려면 4~5세가 되어야 한다지만)
위의 의학적 정설 말고 단전호흡이나 선도 수행하는 곳에선 아직도 百會가 있는 곳에 天門이 열려 하늘의 기를 받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고 하던데...
음...말로는 잘 설명을 못하겠지만 어쨌든 대소 천문이 닫힘과 동시에 뇌 발달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 연관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이상!!! 저의 주관적인 책 소개의 배경 설명이었습니다!
헤헤~

그럼 다시 만화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주인공인 “나코시”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구 수술을 받게 됩니다.
“이토”는 부모가 신경정신과 병원을 하고, 자신도 의대를 나온 청년이었으며 자신이 스스로 “나코시”를 마취시키고 두개골에 드릴로 구멍을 뚫습니다.
만화상의 통계에서는 이 시술을 받은 사람은 30%의 확률로 예지능력, 염동력, 심미안, 독심술...등의 능력을 얻는다고 하더군요.

불안하게 수술 결과를 기다리던 나코시는 우연찮게 한쪽 눈을 감게 되는데 순간 눈앞의 인간들의 모습이 왜곡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모습은 동물, 로봇, 분할인간, 액체인간....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보이게 되는데, 이토와의 토론과 실제 경험에 비추어 이것이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상처(트라우마)에 의한 억눌린 의식이 이미지화 되어 보이는 것이라고 결론짓게 된다.

목을 졸린 경험이 있는 여자는 자라목처럼 보이고, 약삭빠른 웨이터는 타조처럼 보이고, 겉으론 강해보이는 야쿠자 두목은 로봇 갑옷 속에 숨은 울고 있는 어린애로 보이고, 남자의 전화를 받는 여자는 생식기 부분만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황해하던 그들은 상황을 분석하고, 시험해보기에 이른다.
결국 프로이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상당히 성(性적)인 부분에 집중되어 사건들이 전개되고, “나코시”는 자신의 눈으로 보이는 인간들의 상처를 본의 아니게 치료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 만화는 사실 의학도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는 상당히 지루하고 자극적인 만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만화의 대부분이 “이토”와 “나코시”가 카페에서 토론하는 장면에 쓰이고 있는데다가 용어들이 의학적 기초가 없다면 다소 어려운 것들이라 상당히 지루할 것 같다(난 재밌게 읽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적극 추천하고 있는 만화 중에 하나입니다.
한국에는 얼마 전에 4권이 나온 것 같던데...
그럼 시험도 끝났겠다, 재밌는 만화 찾고 계신 분은 가까운 만화방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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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8 에 작성한 글입니다).

일본만화의 무서움은 그것이 단순한 그림동화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일본만화(이후 속칭 "망가"로 표현)는 긴 역사와 함께 그 독자층의 연령 확대가 자연스레 이루어져 왔으며 그것을 당당한 하나의 문화로서 대해왔기 때문에 그 완성도는 어떤 명작 소설보다도 완벽하며, 그 구성은 그 어떤 명작 영화보다도 완벽하고, 그 그림은 어떤 아그리파 데생 보다도 훌륭하다.

나이를 먹어가는 독자들은 계속 만화를 보고 싶고, 만화가들은 그런 수요층을 잃고 싶지 않기에 좀더 성인시각의 화두를 찾게 된다.
따라서 공상적인 판타지, 소소한 사랑이야기, 활기찬 스포츠 만화는 소년만화로 내려가고, 보다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접근이 많은 회사원과 장년층을 끌어들이게 된다.

예를 들자면 20년째 연재되고 있는 회사원의 이야기(시마과장)이라든가, 일본 정치, 미국 정치의 한복판을 그린 망가(정치9단,이글)라든가, 소방수(긴급출동911), 무용수(스바루, 스완), 연극배우(유리가면), 외판원(좋은 사람), 택배원(딩동댕동 택배맨), 경찰관...수많은 직업군에 있어서 그 생활상의 디테일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이것은 진짜 그 직업군에 종사했던 사람이 직접 만화를 그린다거나, 혹은 실제 종사자에게 감수를 부탁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이런 면은 전문직종에서 두드러지는데, 가장 많은 망가가 탄생한 것이 "의학"관련 분야이다.

그 옛날 데츠카 오사무라는 전설의 인물이 남긴 "Black jack"을 시작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슈퍼닥터 K", "Dr.노구치, 그리고 요즘에 갑자기 많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는 "헬로우 블랙잭", "Dr.코토의 진료소", "의룡"등부터 시작해서 "비뇨기과 닷컴"같은 말도 안되는 코믹만화도 있고, "메이지 침술명인"같은 고대 민간의료를 다룬 만화도 있으며, 간호사의 일상을 그린 "간호사의 일"이란 만화도 있어서 정말 헤아릴 수가 없다.

오늘 소개할 만화는 위에서 무지하게 길게 말한 "사실성"을 가장 잘 묘사한 의학만화인 "헬로우 블랙잭"이다.
(여담이지만 이 만화의 원제는 "Say hello to BLACK JACK"이다. 이것은 작가와 만화의 주인공인 사이토가 전설의 만화속에서 당당하게 세상에 맞선 천재 외과의사인 BLACK JACK에게 바치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이 만화는 발매가 시작된지 아직 1년여 밖에 안되었고 현재 단행본 5권까지 밖에 발매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일본 문화관광청의 "문화미디어상"(맞나? ^^;)을 수상하였고, 일본내 총 판매량은 500만권을 넘어섰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데에는 자극에 둔감해진 현대인들에게 파고드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었을 터인데, 그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사실성"이라는 것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인 "사이토"는 시골출신이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2000만엔(약2억)의 빚을 지면서 일본 최고의 의대인 에이로쿠 의대에 입학, 졸업하게 된다.
고생했지만 힘차게 인턴이 된 사이토는 실제 임상에서 접하게 되는 일본의 의료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하며, 절규하게 된다.


이것이 간략한 스토리 이다.
일본과 한국은 매우 독특한 의료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의 역사에 기인하며, 전 세계에서도 독특한 두 나라가 되어 있다.

의사 과잉, 포화 상태인 나라이지만 소아과 ,신생아실 같은 곳에는 의사가 모자라고, 돈을 벌기 위해서 교통 사고 환자만 받는가 하면 암환자에게 신약치료를 감행하는 비정한 의료계...

교수에게 잘못 찍히면 영원히 의사로서 살아갈수 없는 권위적인 의국세계, 출신 대학이 좌우하는 의사임용, 임상의가 아닌 연구의가 병원교수를 맡고 있는 현실, 말도 안되는 저임금으로 막노동에 가까운 하루 16시간의 일을 해야하는 더러운 인턴생활...


이 모든 것이 정말로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물론 흥미 유발을 위해 조금은 과장이 되었을 수도 있으나, 작가는 "일본의학연구소"의 감수를 받았고, 또한 각종 조사, 앙케이트 자료들을 인용하여 그 현실을 낱낱히 공개하고 있다.


이 만화를 보게 되면 자신이 의학도인게 절망스럽고, 병원에 남는 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지도 모른다.
굳이 "한국과는 다르겠지..."라고 자위해 봐도,
굳이 "한방병원은 다르겠지..."라고 자위해 봐도,
접하는 현실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으음...
너무 비관적인 현실만 얘기한것 같으니 본연의 취지로 돌아와 왜 의학도가 이 만화를 봐야 하는지 얘기를 해보자.
(흥분해서 글이 너무 길어지네^^;;)


1. 임상 각 과의 특성을 알수 있다.

인턴의 생활은 수료 기간동안 각과를 한번씩 경험하는 "로테이션 방식"과, 특정 과에서 레지던트까지 가는 "스트레이트 방식"이 있다.
이 만화의 배경이 되는 "에이로쿠 대학병원"은 로테이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주인공은 내과, 외과, NICU(신생아실), 소아과, 종양내과...등의 임상 각과를 순회하며 과마다 하는 일과 구성, 생활, 문제점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되도록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의학을 공부하는 우리에게도 그렇지만, 병원에 갈때 어디로 가야할지 걱정부터 되는 많은 일반인들에게 의학 상식을 전해줄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나다.
왜냐하면 기존의 의학만화들은 대부분이 특정 과의 전문의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고, 그중 대부분은 "외과의" 이다.
때문에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 전개상 편중된 방향밖에 보이지 않지만, 이 만화에서는 보다 다양한 시각이 주인공을 제외한 의학 세계에서 제공된다.


2. "의사"라는 직업을 알수 있다.

병원 교수와 각 과에서 인턴을 통솔하는 담당의는 전문의로서의 변화 단계를 보여준다.
모두가 전부 처음부터 냉혹하고, 무관심하며, 돈만 밝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각 과의 특성상 변화하게 되는 의사의 단계를 확인할 수 있으며, 또한 다양한 가능성으로서 존재하는 개성있는 의사들을 만날 수 있다.

3. 역시 "휴먼드라마"이다!

주인공은 좌절하게 되는 의료계에 맞서 일어선다.
병원과 교수를 무시하고 환자를 살리려고 발버둥 치고, 버려지는 태아를 위해 법까지 공부하며 발버둥친다.

자신이 왕따가 되고, 지친 몸과 생활고에 자빠져도...
그래도 소신을 잃지 않고 있던 의사가 있고, 아타까워 하던 간호사들의 도움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웃어주는 환자가 있다...



이상으로 길고 긴 글을 마칠까 한다.
이 만화는 한국에 단행본 5권까지 발매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만화가 연재되던 "YOUNG JUMP"라는 한국 만화 잡지가 경기 침체로 폐간되어 단행본 출간마져 위태롭다는 것인데...

워낙에 인기있는 만화니 동네 어느 대여점에 가도 있을 겁니다.
귀찮으시면 지뇽이 방에 오시면 빳빳한 새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ㅠ.,ㅜ) 방학, 좋은 만화와 함께 마무리 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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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05)에 작성한 글입니다.

90년대에 들어 한의학의 인기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냉정한 판단 없이 가열되고 있는 인기는 언젠가 거품처럼 사그라져 버릴 것이다.

얼마 전에 만화방에서 매우 흥미로운 제목의 만화를 발견했다.
그 제목은 바로 신침(神鍼)이었는데, 부제가 "한의학의 감동 신비 체험"이었다.
한의학의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언젠가 나올 것이라 예상은 했었지만, 드디어 그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한의학도로서 뿌듯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만화의 내용은 아버지가 중국으로 침술을 배우러 간 사이에 어머니가 병들어 죽고, 주인공인 "한동이"는 아버지를 저주하게 된다.
중국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무면허 의료시술을 하다가 의료사고를 내고 감옥에 가고, 동이는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등학교에 다닌다.
친구들과 주변 환경에 의한 에피소드들에 휘말려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봐온 아버지의 침술로 환자들을 고치지만 자신이 침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러던 중에 친구를 구하게 됨과 동시에 침술의 더욱 오묘하고 깊은 세계에 감화되어 진심으로 침술을 좋아하게 되는데...


이상이 대체적으로 내가 간추린 내용이다.
인기가 그다지 없었는지 4권으로 완결되었기 때문에 일견 스토리가 좀 엉성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차치고라도 내가 한의학도로서 이 책을 보고 느낀 점을 말하겠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점은 작가의 한의학에 대한 사전 조사와 이해의 부족이었다.
물론 자신이 한의사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한계를 인정해 주긴 해야겠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한의사나 관련 분야 권위자에게 감수를 맡겼어야 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주인공의 아버지는 중국에서 침술을 배워온 사람인데 그가 사용하고, 또 아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한국의 전통 침술인 "사암침"이었고(실제로 정승격을 쓴다), 주인공인 "한동이"는 望聞問切의 기본적인 진단 과정도 없이 중풍 환자를 "뇌졸중"으로 진단하고 시침한다.

일본에서는 바둑, 의료, 다도...심지어는 정치 등 수많은 전문 분야를 다룬 만화가 있지만 언제나 긴 준비기간을 갖고 조사하며 혹여 라도 잘못된 점이나 미흡한 점이 있을 까봐서 꼭 전문가의 감수를 받는다.
만화를 접하는 독자들은 대부분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어린이 포함)이기 때문에 잘못된 전달을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예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준비가 미흡한 것도 있지만, 작가가 처음에 잡아놓은 기초적인 플롯이 워낙에 빈약해서 스토리가 우왕좌왕한다.
게다가 작가가 만화를 그리는 도중에 "수지침"을 배우기 시작했는지 갑자기 수지침이 가장 편하고 효과가 높은 "한의학"이라고 묘사하고 있어서 매우 어처구니가 없었다.
(책 중간에는 수지침의 고안자인 "유태우"박사 소개글이 있고, 책의 말미에는 수지침 도해가 실려있다 ㅡ,.ㅡ)
그리고 마지막에는 "권도원"선생님 스토리가 등장하면서 잠시 "체질침"이 등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미흡한 조사와 내용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만화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자면 한의학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주는 사례로서 이 만화의 존재는 이후에 나올 작품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 한의학을 좀더 잘 다룬 전문 한의학 만화가 등장할 날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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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04)에 작성한 글입니다.

방학동안 그다지 바쁜 일도 없고 해서 언젠가 쓰려고 했던 "한의학도라면 꼭 봐야할 만화"시리즈를 써보려고 한다.

먼저 그 첫째로 일본 만화인 "닥터 노구찌"를 소개한다.
이 만화는 워낙에 유명한 만화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항상 그렇듯...내 주관만으로 글을 쓸 예정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고 읽기를 바란다.

처음에 이 만화를 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쯤 전인가? 내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이었다.
그 당시 스스로의 만화를 보는 눈에 절대적인(지금 생각하면 조잡하고 편견에 가득찬 오만^^;;) 자심감에 차 있던 나는 책을 펴보고 그림이 시원찮으면 "뭐야 이거!!! 이렇게 그림을 성의없이 그리다니! 이건 독자에 대한 모독이다!!!" 라고 판단하여 책장을 넘기지 않았다.
때문에 그 유명한 TOUCH나 H2같은 만화도 당연히 안 봤다^^;;

이 만화는 나와 같이 항상 만화책을 돌려보던 친구가 가져와서 공짜이기 때문에 보았다.
하지만 언제나 세상은 예상을 뒤엎는 감동이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 아닐까?
그렇게 별 진지함 없이 넘기던 책장에는 어느새 한 페이지를 넘기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흔히 말하길 이 만화의 강점은 "감동"이다.

일본 산골의 지지리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엄마의 실수로 손에 화상을 입어 손가락이 손바닥에 오그라 붙는 "조악손"이 되어 사람들에게 놀림과 멸시를 당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의사라는 자신만의 사명을 다하다가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나도 이 "감동"에 철저히 농락당하였고, 읽다 보면 어느덧 흐르는 눈물로 책장을 적시기 일쑤였다.

그럼 개인적으로 이 만화를 평가해 보겠다.

이 만화를 보다보면 지극히 착하고 성실하며 정의로운 주인공의 주변엔 언제나 항상 그를 시기하고 멸시하며 괴롭히는 나쁜 놈들이 존재한다.
노구찌가 어릴 때도 나이 들었을 때도...일본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도...그런 놈들의 존재는 항상 있다.

이런 극단적인 선악 구조는 일본의 소년 만화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그 유명한 "우라사와 나오키"의 "HAPPY"라는 작품을 기억하는가?
테니스 만화로 너무 착해서 짜증이 날 정도인 주인공과, 어쩜 그렇게 사악한지 얄미운 라이벌 소녀의 존재, 그리고 모든 역경을 딛고 정상에 서는 주인공...
사실 이런 주제는 그 옛날 캔디 시절부터 있어 왔으나 매우 현실적이며 다소 진지하고 깊이 있는 작품(마스터 키튼, 몬스터 등)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이 작가도 소년 만화를 그림에 있어서는 이런 극단적인 선악구조를 통해 왕따와 이지메에 둘러싸인 일본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주인공을 인정하고 무릎꿇으며 사죄하는 악당들을 보면서 독자들이 느끼게 되는 통쾌한 카트르시스 또한 "닥터 노구찌"에서는 잘 이용되고 있다는 말을 덧 붙이고 싶다.

그리고 조금 다르게 분석하자면 이것은 "일본 위인 전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조금이라도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국가가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애국심을 함양하기 위해 시도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1. 국가의 언어를 지키는 것.
2. 국가의 위대한 인물을 부각시켜 자긍심을 되찾기 위한 위인전 발간.

우리 나라도 일제 시대에 이런 위기를 이겨나가기 위해 "우리말 사전"이나 "이순신전"같은 책들이 간행되었다.
일본에서는 이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에 나라 전체에 역병처럼 퍼져있는 "국민적 패배감"을 이겨나가기 위해 이런 작업을 안 했을 수 없고, 동양의 작은 나라인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이란 국명보다 먼저 이름을 세계에 떨쳤던 "노구찌 히데오"를 발굴해 낸 것이다.
실제로 "노구찌 히데오"의 위인 전기는 일본에서 책으로 먼저 출간되었다.

하지만 만화나 책에 나온 것보다 실제 그의 알려진 업적은 그리 크지 않다.
뱀독이나 매독, 황열병 연구등의 분야에 있어서 의학에 공헌한 바는 크지만 절대적으로 내세울 만한 결과물은 제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업적이 지나치게 축소되었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그가 노벨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이 있으니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일이다(물론 노벨상은 못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작품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역시 앞에서 말한 "감동"이다.
만화에서는 그의 "의학적 업적"보다는 "장애와 동양인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서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고 있다.
내가 감동한 부분도 의학도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느낀 것이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이렇게 인간의 심금을 울리도록 구성하는 것도 대단한 역량이 아닐 수 없다.

으음...
어째 쓰다보니 굳이 의학도가 보아야 할 만화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져 버렸지만...
1997년 완간 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으며, 그 인기에 힘입어 다시 "디럭스판"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 휴먼 드라마...

방학때(특히 명절때)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꼭 빌려다 보시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눈시울을 적실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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