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Pierre Gagnaire (삐에르 가니에르)- 미슐랭 쓰리스타.
파리 개선문앞 샹젤리제 거리 발작크 호텔 1층에 자리잡은 누구나 인정하는 프랑스 최고의 쉐프가 운영하는 "삐에르 가니에르" 의 본점 입니다.
삐에르 가니에르는 성공한 쉐프라서 한국의 롯데호텔에도 분점이 있고, 도쿄나 다른 대도시에도 분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분이라고 합니다.
이왕 미슐랭 쓰리스타를 먹을 것이라면 최고로 가보자고 해서 한국에서 예약하고 왔습니다.
메일로 "6번째 결혼 기념일이다" 라고 했더니 "주방 바로 앞에 오픈키친 자리가 있어, 거기 앉을래?" 라고 하길래 살짝 쫄아서 "아니, 괜찮아. 그냥 편하게 홀의 자리로 부탁해" 라고 했습니다.
최고급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친절이 과도해서 저같은 촌놈을 몸둘바를 모르게 하는데, 나중에 아주 좋은 서비스도 해줍니다(뒤에 설명).
역시 식전주로 샴페인을 한잔씩 시킵니다.
프랑스 정찬은 항상 주문도 하기 전에 식전주를 거의 무조건 마시는 분위기여서 저희도 마셔 보았는데 샴페인 자체가 달달하고 산뜻해서 의외로 매번 시키게 되었습니다
(가격은 대부분 한잔에 2~3만원으로 나중에 계산서 볼때마다 울화통이 터지곤 했습니다 @.,@;;)
아뮤즈 부쉬 라고 하나...
어쨌든 본격적인 스타터가 나오기 전에 손으로 먹는 음식들이 나오는데 이쁘긴 한데...맛은 정말 철학적인 맛입니다.
와이프는 하나를 입에 넣자 마자 뱉은 것도 있구요...
"야, 우리 입이 삐꾸인거 아니여?" 라고 서로 킥킥 대었습니다.
저 식탁 위에 있는 장식품 들도 모두 먹을수 있는 것이라고 담담 서버가 말해 주었습니다.
다양한 빵과 역시 다양한 버터,가염버터,첨가물버터가 나옵니다.
프랑스 애들은 빵에 자격지심이 있는지 꼭 빵을 직접 만들어 내어 오고, 물어보고 더주고 하는데 어떤 곳은 빵에 입을 대면 빵에대한 차지를 따로 청구하는 곳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총 5개 접시의 스타터가 앞에 깔립니다.
벌써부터 촌놈은 쫄리기 시작합니다.
고급 식당이라 서버도 영어를 하니까 다행인데, 문제는 재료나 요리법을 설명해도 제가 잘 모르니 답답합니다.
어쨌든 앞의 버섯요리부터 시계방향으로 먹으라고 합니다.
맛은...역시 철학적 입니다.
이때부터 와이프가 떡볶이, 돼지갈비, 라면...한국에서 맛있었던 음식 얘기를 하면서 불평을 시작합니다 @.,@
이게 내탓이냐????
메인 메뉴가 나와서 잠시 와이파이가 제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대학교때부터 그렇지만 항상 남을 찍어주기만 하다보니 제 사진은 정말 희귀합니다.
문제의 메인요리 입니다.
소고기 요리인데 전에 먹어 보았던 부르귀뇽과 비슷하지만 좀 더 푹 익혀서 포크만 대어도 찍어지고 입에 넣으면 녹아버릴 정도로 흐물흐물 합니다.
저는 먹을만 했는데 와이파이는 또 옆에서 "이거 장조림야 뭐야?" 이럽니다...
메인 요리가 나오면 이 식당의 오너이자 수쉐프인 삐에르 가니에르가 직접 홀에 나와서 테이블마다 돌면서 인사도 하고 음식은 어떠냐고 물어 봅니다.
저희 테이블에도 와서 제가 긴장해서 우물쭈물 하며 "한국에도 너의 식당이 있어서 잘 알고 있어. 너랑 사진도 찍어도 될까?" 했더니 옆에서 매니져가 제지를 합니다.
괜히 내가 무례한 말을 한건가 싶어서 촌놈 기질에 또 쫄리기 시작합니다.
잠시후 메인 요리를 다먹고 나서 하프 타임이라고 테이블보부터 시작해서 모든걸 새로 셋팅해 줍니다.
물론 나이프,포크,수저는 매 접시마다 새로 가져다 주기 때문에 따로 서양 테이블 매너를 익힐 필요도 없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이때 매니져가 다가와서 "이봐, 너희를 주방으로 초대해 줄게. 가서 삐에르랑 사진도 찍자고"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 모든 테이블이 하는 것도 아니고 둘러보니 저희만 주방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어째 저째 잘 기억은 안나는데 삐에르 할아버지가 다시 반갑게 맞이해 주고, 악수도 하고, 주방도 보여주고, 같이 기념 사진도 찍었습니다.
음식은 맛이 없었지만 서비스나 응대가 너무 환상적으로 좋아서 와이파이가 고급 레스토랑, 미슐랭에 대한 인식이 다시 좋아졌습니다.
후식이 나왔습니다, 아니, 후식이 시작했습니다 ㅠ.,ㅠ
식사 시작후 2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아직도 계속 접시가 나옵니다.
또 후식이 나왔습니다.
달디 단 초콜렛 무스 입니다.
이제 먹다가 지친 와이파이의 공허한 눈빛이 보입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인가??????
Coffee or Tea? 해서 커피를 마시는데, 여기는 설탕도 참 특이합니다.
좌측의 고체 설탕은 입에 물고 커피를 한잔 마셔보라고 하고, 그게 마음에 안들면 우측의 가루 설탕을 타서 먹으라고 합니다.
신기해서 한입마다 좌측의 설탕 덩어리를 입에 물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셔 보았습니다.
이제 나도 파리지앵 인가? ㅋㅋㅋ
아...아직도 안끝났네...
담당 서버가 초콜렛 박스를 들고와서 맛보라고 합니다.
이미 배가 꽉찬 와이파이 대신 제가 다 먹습니다.
여기까지 30만원도 넘게 들었는데 아까워서라도 배가 꽉 차고 맛도 없지만 우걱우걱 와이프 몫까지 두조각씩 먹었습니다.
거진 2시간30분이 넘어서 점심식사가 끝났습니다.
이제 저녁시간이 다가오는 기분인데...
먼나라 이웃나라 1권의 이야기가 사실이었네요.
어쨌든 익숙하고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기상천외하고 처음 맛보는 신기한 음식들이 많아서 좋았고, 무엇보다 최고급 식당에서 최고급 서비스를 받으며 식사를 경험해 본다는 의미로 좋은 식사 였다고 생각합니다.
(와이프는 동의하지 않음ㅋㅋ)
<p.s: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라는 파리 오페라점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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