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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는 책들은 2가지 공통점이 있다.

1. 누나가 사 놓고 안읽은 책.
2. "한비야"씨가 "그건,사랑이었네"에서 추천한 도서.


이번에 이틀동안 멈춤 없이 스르륵~ 읽어버리게 된 책, "책만 보는 바보" 또한 위와 같은 공통점에 해당된다.

조선 영,정조 시대의 선비인 "이덕무"가 젊은 시절 쓴 일종의 수필격인 "看書痴傳"을 작가인 "안소영씨"가 옮긴 책이다.

청관장(靑莊館) 이라는 호를 쓰는 "이덕무"는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의 "간서치(看書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이 책의 부제인 "이덕무와 그의 벗듯 이야기"에서 알수 있듯이 그의 친구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내 생각에 "책만 보는 바보"의 뜻은 중의적으로 2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말뜻대로 "책만 보는" 사람들.

책 읽는 일을 너무 좋아하는 "이덕무"는 가난한 생활에도 창으로 비추는 햇빛을 쫒아다니며 하루종일 책을 보았을 정도였고, 항상 귀한 책을 찾았으며, 그의 친구들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등과 토론을 하고 책을 빌려주고 빌려가며 읽었다.

심지어는 정조가 즉위하고 관직 진출의 기회를 잡은 그들이 받은 일 또한 조선시대 왕립도서관인 "규장각" 의 "검서관"이라는 직책이었다.


2. 책만 보았지 써먹을 곳이 없는 잉여인간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서러움, 슬픔, 패배의식, 연대의식" 이었다.

주인공인 "이덕무"를 비롯하여 "박제가, 유득공" 등은 모두 서얼, 즉 양반의 적자가 아닌 서자 출신들이다.

바른 성정과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어렸을때 부터 수많은 책을 읽어온 그들이지만 단지 "출신의 굴레" 때문에 관직에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농,공,상업에 몸담을 수도 없는 써먹을 곳 없는 잉여인간이라는 으로 "책만 보는 바보"라고 쓴것이다.


위와 같은 뜻의 "바보"들은 그 와중에도 학업에 정진 하였고, 한양의 백탑(원각사지 10층석탑) 부근에 모여 살면서 나름의 "백탑학파"를 설립하게 된다.

향후 "연암 박지원, 담헌 홍대용" 선생등의 스승을 만나고, 중국 견문을 하면서 쓰일 곳 없는 실력을 쌓아가던 중에 "정조대왕 이산" 이 즉위하게 되고 그는 서얼을 차별하지 않고 능력있는 자는 등용시키는 혜안을 보여 주었다.

나이 40이 넘어 규장각 검서관으로 근무하게 된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

이제 그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그의 자식들의 미래에도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런 인간적인 내용 말고도 나름 충격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으니, 그것은 당시 "북학, 실학"이라는 실용적인 학문에 앞장섰던 "박지원, 박제가" 등의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열하일기, 양반전, 허생전, 호질..."등을 쓴 "연암 박지원"은 유가적 가르침과 출신에 대한 제약보다는 능력 위주의 세상이 올 것이라 하였고...

"담헌 홍대용"은 고지식한 학자였지만 "지구(地球)" 라는 표현을 써서 "땅이 둥근 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려는가!!" 라며 꾸짖었다.

"박제가"는 중국을 다녀와 의복,개간,집짓기,길닦기 등을 배운 내용을 담은 "북학의"에서 조선의 가난을 이겨내려면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상공업을 발달시켜야 한다는 선진적인 주장을 한다.


조선 중기의 새로운 시대상과 학문의 변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쨌든 수필 형식의 글이지만 글과 그림 삽화가 매우 아름다워 순식간에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고 좋은 책이니 적극 추천한다!!!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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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나는 절대로 깊은 사상적 고민과 정치적 판단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사회적 운동과 행동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모르면 쪽팔리니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조그만 꼬마 양심을 지켜가는 젊은이일 뿐이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몇달 전에 읽었던 "한비야"씨의 책 "그건,사랑이었네" 에서 저자가 추천한 도서 목록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현상과 사건에 대한 소개와 감흥은 지겹게 보아 왔다.

근데, 그럼 그것들의 원인이 있을테고 해답을 찾을수 있어야 할텐데 왜 그런 말들은 없는 것일까?

그런 단순하고 원초적인 의문에 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책 구입에 자금을 투자한 미쿡사는 친누이 김선영양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쳇~)


책의 제목에서부터 알수 있듯이 저자인 "장 지글러"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위와 같은 의문에 대한 답변을 들려주기 위해 저술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사실 전달의 보고서형식의 글이 아니라 아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화법과 대화식 서술은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흐름을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대체적인 의문은 가지고 있지만 수업시간에 질문해 보라고 하면 손드는 사람이 없듯이, 독자들도 자신의 의문을 적극적으로 피력하지는 않는데, 그것을 작가의 아들이 "아빠, 이러이러한 것은 왜그런 거에요?" 라며 독자를 대신해 질문해 주기 때문에 독자는 한결 편하게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의문의 시작은 이렇다.

"미국의 곡물생산량으로 전세계사람이 먹고 살수 있고, 프랑스의 곡물생산만으로 유럽 전체가 먹고 살수 있는 전세계적인 식량과잉 세상에서 왜 60억인구중 8억 5000만명이 기아로 굶어 죽어가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한 단편적인 단서로는 "내전 등의 전쟁, 가뭄 등의 천재지변, 특정 작물에 편중된 국가적 상황..." 등이 있지만 작가가 궁극적인 해답으로 제시하는 키워드는 아래와 같다.

1. 워싱턴합의
2. 신자유주의.

위의 키워드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유재산권 보호, 정부규제 축소, 국가 기간산업 민영화, 외국자본에 대한 제한 철폐, 무역자유화, 시장개방, 경쟁력있는 환율제도 채용, 자본시장 자유화, 관세인하, 정부예산삭감...)

돌고래 이상의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직설적인 약소국 죽이기와 강대국 배불리기 인지 알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 또한 현재 (쌀값 폭락으로 쌀을 태우고 농민이 자살하고, 인천공항 민영화, 환율변동으로 인한 서민경제파탄, 한미FTA와 불공정 수입계약, 광우병 소 유입, 복지예산 삭감 및 쓸데없이 무리하게 4대강 사업 시행...) 등의 상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놓고 도둑놈들에게 나라가 겁탈당하고 있음이 자명하여 슬플 따름이다.


승자독식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강대국, 대기업, 투기자본에게 유리하도록 돌아가는 세상의 이치는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지리적, 정치적, 역사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남미의 약소국들이 굶어죽어 갈수 밖에 없도록 짜여져 있다.

똑똑한 개혁가, 힘있는 정치가가 나타나 빈곤과 기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면 그들은 미국,영국,프랑스,스위스 등의 강대국의 힘에 의해 암살되거나 정치적 압박 및 경제적 봉쇄를 당하게 되고, 심할 경우 반대파벌에 대한 강대국의 지원으로 인해 쿠데타 및 내전상황이 반복되게 된다.

강대국 뿐만 아니라 "네슬레" 등 다국적 거대기업 및 곡물등 원자재 투기자본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위와 같은 짓을 서슴치 않고 행한다.



같은 인간인 그들은 왜 인류의 슬픔에 무관심한 것일까?

그들의 대답은 아래 2가지로 요약된다.

1. 18세기 토마스 멜더스의 "인구론"에 의해 식량증가가 인구증가를 못따라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인구 조절을 위해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을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근데 분명히 세계적으로 식량이 남아돌고 있다잖아!!!

2. 그러니까 UN이나 구호단체가 있는 것이고, 거기에다 기부금을 내잖아!!!

->돈 몇푼으로 면죄부를 사면 자신의 죄가 사라진다고 믿던 중세 유럽의 바보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니...쯧쯧

근데 문제는 현실세계의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문제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위와 같이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런 일을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현실을 외면한다.

물론 나 또한 굶주리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어떤 일도 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기득권층은 "나만 굶지 않으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무관심하고...
서민들은 "나도 먹고 살기 힘들다" 라는 마음으로 무관심하고...

그런 이기심만 가득차 있고 다른 강대국, 투기자본에게 책임만 전가한다고 당신의 마음은 편해지는가?

난 이제 못 그러겠네...
더군다나 이런 책을 읽고...^^;;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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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환타지 소설을 손에 잡게 된 계기는 이러하다.

그간 수기,수필,기행문,정치경제사회서적 등을 읽다 보니 점점 머리가 굳어가는 것 같고, 책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는 현실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그러한 이유의 직접적 원인은 5개월동안 100페이지 밖에 읽지 못한 "칼 세이건""코스모스"라는 700페이지짜리 천체과학서적의 절대적인 지식의 방대함에 질렸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출퇴근 시간에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오랜만에 환타지나 무협 소설을 읽어 보고자 했으나, 그간 한국 출판시장의 규모는 죽었지만 출간되는 서적의 양은 늘어가고 있었으니...

특히 매니아 층이 탄탄한 환타지,무협 문학 장르에서는 한국형 장르의 특성이 외국의 모방이듯이 매니아들이 서서히 스스로를 작가의 대열에 합류코저 노력함에 따라 대량의 출판 러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 속에서 원조 장르 매니아가 아닌 지뇽군이 양질의 책을 고르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따라서 역시 매니아들의 적극 추천에 힘입어 "하얀늑대들"을 손에 잡게 되었다.

이전에 매니아들의 추천에 의해 읽은 "하얀 로냐프의 강, 드래곤 라쟈,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폴라립스 랩소디.."등의 환타지 서적은 모두 충분히 기대를 만족시켜 주었기 때문에 또 추천에 대한 신뢰를 품었었는데, 역시 이번에도 범작은 아니었다.

다만 가볍게 읽으려고 한 책이 全12권, 양장본 8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이어서 힘들었는데, 이유는 출퇴근 시간 전철에서 밖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불쌍한 내 신세 때문이라~ 오호! 통재라!!!

어쨌든 1달 조금 모자란 시간 동안 12권의 책을 몰아서 읽다보니 "코스모스"의 피곤함을 넘어서는 피곤이 나의 일상을 잠식해 오고 있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으니 대충 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입문서는 아니지만 정형성은 확실하다.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중세유럽" 비스무레한 시공간적 배경과 함께 "왕,영주,귀족,기사단"의 체제를 갖춘 바탕위에 "기사,어쌔신,마법사,엘프,드래곤"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환타지 장르 문학의 정형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꽉 짜여진 배경과 방대한 스토리 상에서 환타지 문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 하더라도 전혀 어려움 없이 책장을 광속으로 넘기게 하는 이유가 있었으니...

이 소설에는 절대 "전문지식"이 등장하지 않는다.

요즘의 소설에서는 경쟁적으로 차별성을 띠기 위해 같잖은 지식과 설정 자랑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 독자들이 도입부를 읽으면서 세계관에 대한 개념을 잡기도 어렵고, 갖가지 전문용어를 모르는 것이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불친절한 소설 때문에 민망함을 느끼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예를 들면 칼만 봐도 "바스타드, 롱소드, 대거, 레이피어, 클레이모어..." 등이 등장하고, 마법의 경우에도 갖가지 스펠이 난무하고 "무슨무슨 블래스트~~~, 무슨무슨 볼~~~" 참 거창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전문지식을 자랑하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고 책을 들자.


2. 작가의 필력의 향상과 정체.

아마도 "다크문"인가 하는 환타지 소설로 큰 인기를 끌었던 "윤현승"씨의 2003년 작인 이 소설은 기나긴 여정 동안에 작가도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보여진다.

뭐, 내가 그런 것까지 평가할 자격은 없지만 아직 문체가 완성되지 않은 작가가 장편 문학을 저술하는 경우 흔하게 보이는 일이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마치 만화책에서 1권의 그림과 30권에서의 그림이 차이가 나듯이...

3인칭의 시점을 고수하고 있던 이 소설은 1부에서는 주인공 중심의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는 형식을 보이는데, 이는 작가도 쓰기 편하고 독자도 따라가기 편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부로 넘어가면서 등장인물도 많아지고 사건 전개가 넓은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 지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식을 고수했다가는 필력이 사건전개를 따라가지 못해 정체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여기서부터 작가는 사건 분할을 통한 각각의 인물 중심의 서술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다.

그러나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건이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인물" 중심의 서술 만으로는 평면적인 서술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여기서 작가는 "시간"의 개념에 따른 서술을 시작한다.

예를 들면 "그 사건이 일어나기 7일전" 이라는 소제목이 각 편마다 붙는 것이다.
7일전, 6일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작가의 발전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긴 하나, 하나의 작품에서 이렇게 서술의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분명 작품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밖에 없는 중대한 단점이 될 수 밖에 없음에 주의해야 한다.


3. 먼치킨을 배제한 보편적이면서 독특한 주인공.

환타지 소설이든 무협 소설이든 "주인공의 성장"이 가장 큰 내용 전개의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연,기보가 난무하게 되고 주인공은 점점 힘을 키워 짱이 되어간다.

독자들이 이러한 내용을 기대하고, 또한 그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어 흥분을 이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작품은 천지빼까리로 깔리고 넘친다.

여기서 작가의 유니크함이 돋보이는 설정이 등장하는데, "기사단의 캡틴인데 칼싸움 실력은 젬병" 이라는 특징을 가진 주인공의 등장이다.

대게 뛰어난 칼솜씨와 리더쉽을 지닌 자가 기사단의 캡틴이 되는 것이 정상이고, 환타지 소설의 주인공이라면 당연히 그런 자질을 갖추고 그런 자리에 오르는 것이겠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농부의 아들, 칼솜씨 제로, 입만 살아서 사기를 잘치는 청년" 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주인공이 "캡틴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소설 시작부터 이미 주인공은 "캡틴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에게 실력 향상은 필요치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여타의 범작에 머무르는 환타지 소설과는 행보를 달리할 수 있게 된다.

캡틴에서부터 시작한 그가 나아가야 할 길은 "진정한 캡틴이 되는 길" 뿐이기 때문이다.


4. 그래도 가슴뛰게 하는 남자들의 환타지.

남자라면 누구나 "삼국지"를 읽었을테고, 장판교에서 일기당천의 기세로 적군을 막아서는 "조운" 의 모습에 심장이 뛰었을 것이고, "관우"의 고뇌에서 사나이의 진심을 배웠을 것이며, "왜 하늘은 나를 낳고 공명을 나았나이까!!!"라고 울부짖은 "주유"를 통해 비통한 투쟁심을 새겼을 것이다.

"하얀늑대들"이 많은 점에서 기존의 환타지 문학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맥락의 중요점은 절대 놓치지 않고 있다.

주인공이 싸움을 못한다고 해서 소설에 박력이 떨어지겠는가?

그의 친구들은 세계 최고의 기사단이니, 1대1로는 세계 제일인 "로일""죽지 않는 자들의 군주"를 벨 때 희열을 느꼈을 것이고, "불의 용병 게랄드"가 사랑하는 여자 "아즈윈"을 구하기 위해 수천마리의 모즈(괴물)들을 뚫고 장렬히 전사할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올라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다.

물론 약해빠진 주인공인 "카셀" 또한 놀고 있지만은 않다.

유일한 무기인 "세치 혀"를 앞세워 한 나라의 국왕과 귀족 제현, 그리고 기세 당당한 기사나 적을 대할 때...

그의 긴장이 내 손안의 땀으로 전해지고,
그의 말이 나의 희열이 되고,
그의 성취가 나를 만족하게 해준다.


세계 최강의 영웅만이 주인공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쨌든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요즘 글을 쓰는데 매너리즘에 빠져서 절대 길게 쓸 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길게 써 버렸다.

게다가 지금 이 시간은 크리스마스 새벽 4시 54분이다.

나...미친거 아니야?
@.,@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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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글자크기 10으로 11장에 달하는 긴 글이니 스크롤에 주의하세요^^).
(이 글에는 내용 누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본편 全10권, 외전 全4권...
그리고 110편에 달하는 OVA 애니메이션, 3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까지...

내가 읽은 SF소설 중에서 가장 긴 장편 소설이지만 출퇴근길에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져들수 밖에 없었다.

그 여파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소설의 순위가 바뀌게 하였고, 그 1위의 자리마저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자동으로 그간 1위였던 "조정래"씨의 "아리랑-태백산맥-한강" 연작은 2위로, 2위의 "이영도"씨의 "눈물을 마시는 새"는  3위로 순위조정이 되었다^^;;)

1982년부터 연재가 시작된 이 오래된 고전의 명성은 그간 한두번 들은 것은 아니었으나, 일단 내가 SF소설에 흥미가 없었고 발간된지 너무 오래되어 시시할 것이라는 잘못된 예상 때문에 손에 잡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현시점, 2009년의 대한민국에서 현 정권의 패악질과 노,김 두분의 전직 대통령의 연달은 서거는 심각한 정지적 아미노 상태를 본인에게 야기시켰고, 그때 많은 사람들이 "소설상의 내용이 현재의 한국의 상황과 닮았다!" 라고 추천하는 의견이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
이 소설은 단훈한 SF소설이 아니라 이념과 사상의 대립이라는 고도의 정치적 문제를 우주라는 광활한 배경위에 펼쳐 놓은 수준 높은 픽션인 것이다!!!

어차피 순수문학에 목을 맬 만큼 순결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에 초장편 SF소설을 손에 들게 된 계기는 위와 같다.

일전에 마음에 드는 소설에 대해서 글자크기 10으로 16장에 달하는 독서감상문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길어질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사상적 고민, 정치적 학습, 사고의 확장...등과 더불어 깊은 감동까지 선사한 명작에 대한 예우로써 최선을 다한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1. 세계관의 이해.

(1-1) 대략적인 줄거리.

이 소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공상과학 소설이다.

서기 2801년, 지구는 우주로 뻗어나가는 과학력을 바탕으로 쇠잔해져가는 지구를 벗어나 은하연방을 건설하고 서력 대신 우주력을 사용하게 된다.

우주력 310년, 은하연방은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라는 정치가가 등장하고, 세력을 잡은 그는 전제정권을 옹립함과 동시에 "골덴바움 왕조"의 초대 황제로 즉위하고 독재정치를 시작한다.

우주력 527년, 독재자들의 폭정에 핍박받던 민주공화주의자들은 "알레 하이네센"의 영도아래 1만광년에 이르는 도주를 감행하여 바라트성계에 "자유행성동맹"이라는 공화국을 만들고 100여년간 몰래 숨어서 힘을 키운다. 그리고 우주력 640년에 드디어 "은하제국"과 정식으로 대립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서장(序章)이고, 우주력 790년대부터의 전개가 소설의 시작이다.

(1-2) 은하계의 세력도.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은하계의 세력은 7:3 정도로 (은하제국 : 자유행성동맹)의 세력도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 평면적인 대립구도 만으로는 10권에 이르는 장대한 대하소설을 이끌어가지 못한다.

알데바란계의 행성 "오딘"을 수도로 하는 "은하제국"과 바라트성계의 행성 "하이네센"을 수도로 하는 "자유행성동맹" 사이에는 1만광년에 이르는 머나먼 거리가 있고, 그 사이에는 많은 항성계와 행성들이 있다.

그 사이에 위치하는 행성 "페잔"은 고도의 경제력을 가진 세력들이 예전 은하제국의 골덴바움왕조 시절부터 정치적 공작과 금전적 로비를 통해 자치권을 획득하여 거주하는 상인들의 별, 즉 정치적으로는 중립인 경제 자치 지구이다.

거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수, 식량, 금융을 움직여서 제국과 자유동맹에 대량의 채무를 지워 놓는 방법으로 페잔인들은 자유와 안전을 도모하며, 페잔이 없으면 군사전제정권인 은하제국이든, 제국과 싸우기 위해 어쩔수 없이 군사력을 키워야 하는 자유행성동맹이든...체제를 유지할 수 없으므로 페잔의 존재는 매우 교묘하면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작가의 균형감각이 가장 빛을 발하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알고보면 이것은 우주력이 시작될 때부터 버림받은 지구의 잔존세력들이 뒷조종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폐허가 된 지구에서 규합된 세력은 무력,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독특하게 "종교"라는 개념으로 묶여 "지구교"라는 형태로 우주 역사에 깊게 개입한다.

이상과 같이 (은하제국-자유행성동맹-행성 페잔-지구교) 의 4개 세력이 소설 진행의 주축이 되며, 공간적 배경은 (은하제국 - 자유행성동맹)을 연결하는 "이젤론 회랑"과, (은하제국 - 페잔)을 연결하는 "페잔 회랑"이 전투와 점령의 주무대가 된다.


2. 작가의 의도적 설정.

(2-1) 과학적 한계 설정.

우주를 무대로 하는 SF 공상과학 소설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외계인, 초능력, 초월적 존재, 불가능한 무기..."등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전제는 우주 전체에 퍼져있는 현생인류는 모두 "지구에서 퍼져나간 영장류 인간"라는 것이 대전제이다.

거기다가 상식선에서 실현 가능한 "우주선 함대, 단좌식 전투정, 레이져, 하전입자빔, 백병전용 크리스탈 도끼, 에너지 중화자장, 수폭, 핵공격..."등의 과학적 군사기술만이 등장한다.

다만 우주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물리학적 전제를 통해 우주 생활과 전투가 가능함에 근거를 제시하는데 바로 "중력과 관성"의 제어를 통해 공간의 통제가 가능해지고, 연계되는 시간의 제어를 통해 항성간 이동에 "워프"라는 수단을 만들어 놓아 대략적인 시공간적인 이용에 대해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바가 미래사회의 획기적으로 발달된 모습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고 세계와 자원이 무한해져도 변함없는 인간군상" 이라는 점에서 쓸데없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글의 헛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은 과감히 배제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균형감각에 찬사를 보낸다.

SF 소설 저술의 가장 큰 장점이 무한한 상상력의 발휘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유치원생도 가능한 시도이고...
오히려 그러한 당연한 작가로서의 욕구를 자제했다는 점에서 "다나카 요시키"의 훌륭한 점과 이 소설의 특징이 드러나 보이는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

(2-2) 의도적 분열조장.

시공간을 초월하여 무한한 영토와 자원의 획득이 가능해진 시대에서 왜 인간은 추악한 역사를 반복하는가???

이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나는 이해하였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진시황, 알렉산더와 로마의 카이사르, 독일의 히틀러와 일본의 군국주의자들...
그들은 왜 나타났는가?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대에서 권력의 정점에 서있던 "루돌프 폰 골덴바움"인종적, 혈통적, 국가적 우월주의에 빠져들게 된다.

더급하고 추악한 것들이 인간의 모습을 했다고 해서 자신과 같은 풍요를 누린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는 "히틀러"와 같은 인종주의를 제창하며 독일계 북방민족만이 우월하다는 차별을 시작하고 정치,군사,경제의 모든 부분에서 타인종을 배제시킨다.
(이때부터 제국군은 대부분 금발에 파란눈의 백인이며, 언어, 성명, 지명 또한 모두 독일식 조어를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전 우주에서 가장 뛰어난 자신만이 신민들을 다스릴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사로잡혀 "황제"로 등극하게 되며, 위와 같은 인종주의와 혈통주의에 입각해 자신의 핏줄만이 지배자가 될 수 있음을 확고히 하고 인류의 역사적 시계를 "전제군사국가"가 판치던 수백, 수천년 전으로 되돌려 버린다.

따라서 반대급부적으로 생성된 "자유행성동맹""은하제국"의 위와 같은 차별과 분열의 찌꺼기, 조각들을 모두 받아들이게 되며, 그것이 국가 성립의 자원이자 정치적 바탕이 된다.

바로 "민주공화제"의 정의인 "자유와 평등"을 내걸게 되는 것이며, 인종적으로는 다민족 공동체의 모습을 띠게 되고,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상대적 가치를 부각시키게 된다.

이러한 의도적 분열조장은 소설 전개에 있어서 주인공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많은 사건 발발에 상당한 개연성을 제공하는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2-3) 전지적 작가 시점.

작가의 서술은 시종일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이루어진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완전 대립되는 위치의 두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적당한 거리에서 살피고 전해준다.

하지만 이 소설이 단순한 SF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대하소설"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하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바로 "사관(史觀)개입" 이다.

소설 전개상 특정 사건이나 인물의 행동등에 대해서 작가는 "후세의 역사가에 의하면...", "XXX의 회고록에 의하면..." 등등의 표현을 빌려서 특정 부분에 치우치거나 주관적인 해석 혹은 판단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실록이나 사서가 아닌 다음에야 단순 소설에서 이런 독특한 장치를 이용해서 객관적인 사실 전달 이외에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고 나아가 그보다 넓은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3. 정치관의 이해.

(3-1) 군사전제정권과 민주공화정권의 대립.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공간을 초월한 무한의 시대에서 왜 인간은 역사적으로 후퇴하여 정치적인 대립을 계속해야 하는가???" 라는 것이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현대의 정치, 경제적 개념을 보았을 때 (민주주의 VS 사회주의), (자본주의 VS 공산주의)로 명확히 갈리는 시대는 지났다.

더군다나 작가인 "다나카 요시키"가 살고 있는 일본은 자본주의의 바탕위에 입헌군주제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치적 개념을 학습하기는 어려웠을 텐데, 현대시점에서 명확하게 대립하는 정치이념적 사상을 제시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부분 보다는 보다 원초적이고, 시대가 면해도 바뀌지 않는 대립점...인종차별적인 부분이나 종교적인 부분, 혹은 단순한 패권야욕...등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사실 위와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서기 2800년대에 난데없이 "전제군사정치로의 회귀"라는 사건은 설득력이 조금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태동하는 민주공화주의의 싹을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을 평가하자면 위의 단점은 작은 부분으로 치부할수 있을 정도이다.
(단, 이렇게 단순한 대립만 시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의하자, 바로 다음 챕터에서 심화되어 정치대립에 대해 말할 것이다!)

이렇게 쉽게 정치적 이념의 성립과 개념, 대립점을 설명하기도 쉽지 않은데...
나보다 어린 친구나 내 자식을 낳으면 10대때 꼭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설정과 묘사가 아닐 수 없다.

(3-2) 개혁하는 전제독재정권.

아...드디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등장할 때가 되었다!!!

우주력 790년까지 지속되던 은하제국의 "골덴바움 왕조"는 예전의 패왕의 지위는 잃어버리고 주색에 빠져 구사는 등한시하고 폭정을 일삼는 쓰래기들이 되고 말았다.
(마치 하나라 걸왕, 은나라 주왕 처럼 말이다...)

이때 은하제국의 젊은 군인중에 단연 두각을 나타내던 희대의 미남이자 제국 최고의 전략가인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이 나타나 20대 초반에 순식간에 공적을 쌓고 제국 최연소 (준장---->원수)까지 승진하며, 썩어빠진 제국의 정권을 바꾸겠다는 야심을 품는다.

그는 천재적인 군사적 재능에 힘입어 출세함과 동시에 청렴하고 이성적인 성품을 발휘하여 제국의 정권을 장악하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5세에 황제에 오른 "엘윈 요제프"가 봉건 귀족들의 음모에 의해 행방불명되자 제국을 손에 넣고 "로엔그람 왕조"의 시조가 된다.

그가 밟아나가는 단계는 전형적인 전제군사정권에서 상층부로 올라가는 과정이며, 그 또한 체제의 변화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판단에 의해 자신이 속한 국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신민들을 편안하게 살게 하겠다는 의지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800년간의 "골덴바움 왕조"의 허례허식을 모두 철폐하고, 국고를 여는 것과 동시에 조세를 반감하고, 봉건 귀족제도를 폐지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강경 개혁을 감행하였으며, 그 자신은 조금의 사치와 주색을 가까이 하지 않는 청렴한 주군으로 자리잡아 간다.

그리스 철학주 중 수위를 달리는 "플라톤"의 위정론에서는 "철인정치"라는 말이 나온다.
"도덕적으로 완전한 철인만이 다른 사람들을 다스릴 수 있다" 는 정치론이었는데,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그러한 "철인정치"에 걸맞는 최고의 주군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나라는 평안해지고 국민은 살기 좋아졌다.
가장 비민주적으로 성립된 국가이지만, 가장 민주적인 시정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By the people은 아니지만 For the peaple은 절대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전제독재정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젊은 패왕을 비난하고 공격할 수 있을까?

첫번째 딜레마의 등장이다.

(3-3) 부패,타락하는 민주주의.

두번째 주인공인 "양 웬리"는 민주공화제를 주창하는 "자유행성동맹"의 장군이다.

전제독재정치의 폭압에서 어렵게 탈출하여 300년 가량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겨우 겨우 살만한 기반을 마련한 "자유행성동맹"방대해진 자유와 권리의 바다 속에서 표류하여 전형적인 대의민주정치의 오류를 반복해가며 썩어가고 있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와 국민을 위한 정치는 사라지고, 대충 대중적인 인기만을 획득한 정치가들이 자신들만의 보신과 이익에만 매달리는 이전투구를 반복한 끝에 "자유행성동맹"의 정치는 뿌리까지 썩고 말았으며, 은하제국과의 전투에 목숨을 걸면서 민주주의 수호에 나서는 군부를 압박하고 이용하기만 한다.

시위 및 반정부행동을 하는 시민들은 폭력으로 억압하고, 매스컴은 조작하며, 정치적 대립자는 살해하거나 매장해 버린다.
(2009년 한국의 상황과 똑같지?)

제국군의 모략에 휘둘리기도 하고, 경제자치행성 "페잔" 뿐만 아니라 "지구교"와도 얽히고 섥혀서 더러운 정치적 타락의 끝장을 보여준다.

주인공 "양 웬리"는 원래 역사학자가 되고 싶어했던 샌님같은 군인이었지만 누구도 따르지 못할 천재적 군사 능력으로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할 때까지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은 명장이자, 항상 자국 국민과 군인의 생명을 최우선을 하여 대중적인 인기 또한 엄청난 "자유행성동맹" 군부에서 가장 최고위인 원수까지 오르는 인물이다.

하지만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국가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수천만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정작 위기상황이 왔을 때 총평의장 "욥 트류니히트"제국군에 군사적 항복을 하고 자신은 제국으로 망명해 버린다.

이때 "양 웬리"는 제국의 황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함대를 궤멸시키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안전한 곳에 숨어 자신이 살 궁리만 하던 동맹 정부가 "무조건 항복"을 하는 바람에 눈앞에서 적을 놓아보내주고 패장이 되고 만다.

"민주공화제"가장 민주적으로 성립된 정권이지만 가장 비민주적인 시정을 하는 국가.
(By the people이지만 그것이 For the people이 아니기 때문에 빛을 바랜다).

과연 "민주공화제" 라는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이 쓰래기들의 행동은 지지받아야 하는가?

두번째 딜레마의 등장이다.

(3-4) 냉철한 현실 정치 감각.

앞서 말한 대로 작가인 "다나카 요시키"는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입헌군주제를 표방하는 나라인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 그가 이렇게 어렵고 더럽게 꼬인 두 정치체제의 장점과 단점, 성립과 패착...등을 명확하게 비교하여 서술할수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단순히 정치학적 관점에서 서술만을 한것이 아니라 시공간상의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에 힘입어 이렇게 재미까지 줄수 있는 저술을 해내다니...감사할 따름이다.

더군다나 맨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내가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이유가 "2009년의 한국 정치 상황과 똑같다!" 라는 점은 30년의 시간적 공백을 건너뛰어서도 놀라움을 안겨준다.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큰 허점인 국민의 정치 무관심 및 이윤추구에 갇힌 정략 없는 공약만 판치는 선거에서 도둑놈에게 나라를 맡기고...

권력자라는 놈들은 시민을 속이고, 삥뜯고, 폭력으로 탄압하고, 언론을 조종하고, 정보를 날조하고...

어쩜 이리도 확실하게 "망해가는, 후퇴하는 민주주의의 Streo type"21세기 한국땅에서 보여준단 말인가!!!

씁쓸하기 그지없다.


4. 그외의 특이점.

(4-1) 다양한 캐릭터.

-몰락한 하급 귀족에서 완벽한 철인이자 미남자로 성장하여 은하제국의 썩을 뿌리를 직접 제거하고 황위에 오른 자, 불치병으로 서거하는 짧은 생애 동안 검약하고 정직했던 군주, 천재적인 군사 능력으로 모든 전투에서 선두에 섰으며 "양 웬리"를 제외하고는 패배한 적이 없는 명장,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전쟁을 싫어했지만 어쩔 수 없이 군인이 되어 자신이 책임질 국민과 전우들을 위해 천재적인 전략전술을 발휘하여 생전에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은 전설의 명장, 수동적 운명론자 였지만 능동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고자 끊이없이 노력했던 인간, 결국은 대세의 판단은 역사에 맡기고 군인으로서의 판단에 의해 민주공화정부의 잘못된 명령도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정직한 군인, "양 웬리".

위의 두 주인공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인물들이 은하세계의 4개 세력에 가담하여 중요한 역할들을 해내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맹점을 이용해 권력을 악용하는 썩어빠진 정치인 "욥 트류니히트".
-경제자치지구 페잔의 맹주이면서 갖은 모략으로 제국과 연맹을 괴롭히는 "아드리언 루빈스키".
-지구교를 장악해 우주를 장악하려는 맹목적 테러리스트 "빌리에 주교"
-제국에 충성을 바치지만 개인으로서 황제에게 도전하는 제국의 쌍벽中 1人, 金銀燿瞳 "오스카 폰 로이엔탈"
-충직하게 제국과 황제, 그리고 친구 로이엔탈의 곁을 지키는 제국의 쌍벽中 1人  疾風怒濤 "볼프강 미터마이어"
-모든 제국군의 미움을 받지만 황제에 대한 충심 만으로 냉철하게 살아왔던 "파울 폰 오벨슈타인"
-미모와 뛰어난 지략으로 양 웬리를 보좌하고 이젤론 공화국의 정치적 주석이 된 "프리데리커 그린힐"
-미모와 1개함대에 버금가는 전술가인 황비 "힐데가르트 폰 마린돌프"
-양 웬리의 후계자가 아니라 추종자가 되고자 했던 이젤론 군사령관 "율리안 민츠"
-황제의 어릴적 친구로 뛰어난 군사적 재능과 충성심으로 황제의 그림자가 되었던 "지크프리드 키르히아이스"
-제국의 명장이었으나 구귀족에 의해 능욕당하고 종국에는 자유행성동맹의 객장으로 삶을 마감했던 비운의 "빌리바르트 요하임 폰 메르카츠"

(4-2) 본격적인 전략, 전술, 전투의 묘사.

이전의 어떤 대하 역사 전쟁 소설을 보았어도 누가 어디서 누구와 싸워서 이겼다는 내용만 나와있지 전쟁과 전투에 대한 기본 개념을 알려준 소설은 없었다.

나는 "삼국지, 초한지, 수호지, 열국지..."등의 소설을 보아 왔지만 이번에 "은하영웅전설"을 읽고 나서야 (전략/전술)의 개념과 차이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알기 쉽게 한 문장으로 정리해 놓은 문구를 그대로 써 보겠다.

"전쟁을 등산에 비유한다면, 올라가야할 산을 정하는 것이 정치, 어떤 길을 어떤 방법으로 오를 지를 정하는 것이 전략, 그렇게 정해진 길을 가장 효율적으로 오르는 것이 전술이다".

"전략이란 상황을 만드는 기술, 전술이란 상황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또한 여타 소설에서는 몇만대군, 총포칼, XX장군...등의 직접적이고 대략적인 묘사만 나왔지 섬세한 함대 및 군의 이동과 전투에 대해 묘사한 소설은 없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수만대의 함대 운용과, 인공요새의 수성전, 수천만의 군인이 움직이는 대군의 접전, 그리고 피와 살점이 튀는 백병전까지...그 자세한 묘사에 한번 놀라고, 그것을 이끌어낸 주인공들의 전략,전술에 대해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만 우주공간이라는 3차원의 공간에서의 전투를 100% 살리지 못하고, 2차원적인 전투에 약간의 3차원적 상상력이 더해진 정도에 그치는 바람에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4-3) 넘쳐나는 명언들.

-한마리 사자의 지휘를 받는 100마리의 양떼는 한마리 양의 지휘를 받는 100마리 사자의 무리를 쉽게 이긴다(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선행을 하는 자는 혼자서 하기를 바라고, 악행을 하는 자는 여럿이 모이길 바란다(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인간이 나이순대로 죽어가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이다(알렉산도르 뷰코크).

-국가의 흥망 따위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양 웬리).

-체제에 대한 민중의 신뢰를 얻으려면 두가지만 있으면 된다. 공정한 재판과 공평한 세금제도, 다만 그뿐이다(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정치권력과 매스컴이 결탁하면 민주주의는 비판과 자정의 능력을 잃고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게 된다(프레데리커 그린힐)

-공무원이란 패거리들은 권력자의 처벌을 두려워할 망정 민주주의의 주인인 시민에게 헌신하는 따위는 하지 않는다(오스카 폰 로이엔탈).

-정치부패란 정치인이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비판하지 못하는 것이다(양 웬리).

-부패한 민주주의는 독재정치라는 화초를 키우는 온실이다(양 웬리).

-직위가 높아질수록 발상이 유치해진다(양 웬리).

-국민을 해칠 권리는 국민 자신 이외엔 누구에게도 주어져있지 않다(양 웬리).

-문제는 제도 보다는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게 있다(볼프강 미터마이어).

-민주주의국가에 군대가 존재하는 의의는 민간인의 생명을 지키는데 있다(춘 우 쳉).

-매와 참새는 시점이 다르다. 백만장자는 금화 한닢 줍기를 귀찮아 하지만 가난뱅이에겐 생명이 달려있다(양 웬리).

-민주국가의 시민에게는 국가가 저지르는 죄와 오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고, 저항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양 웬리).

-결국 권력자는 늘 잘라내는 쪽에 선다. 팔다리를 자르는 일은 분명 아픈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잘려나가는 팔다리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눈물이든 자기도취로 보일 것이다(발터 폰 센코프).

-동맹은 독재국가에 속해 존속하기보다 민주국가로서 멸망해야 마땅하다. 건국이념과 시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 따위는 없어(알렉산도르 뷰코크)

-정치권력이란 하수처리장과 같은 것이다. 없으면 사회적으로 곤란하다. 그러나 그곳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겐 썩은내가 베는 거야(양 웬리).

-전제정권이 쓰러지는 것은 군주와 중신의 죄이지만, 민주정치가 쓰러지는 것은 모든 시민의 책임이다(알렉산도르 뷰코크).

-트류니히트 의장은 시민의 다수의 의사에 따라 국가 원수로 뽑혔다. 그것이 착각이었다 해도, 그 착각을 수정하는데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해도, 시민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된다(율리안 민츠).

-전제정치도 마찬가지이다. 때때로 폭군이 출현한다고 해서 강력한 지도력을 지닌 정치적 이익을 무시할순 없다(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한가지 정의에 대해 그 반대 방향에 동량,동질의 정의가 반드시 존재하지는 않는 것은 아니다(양 웬리).

-내가 싫어하는 것은 자기만 안전한 장소에 숨은채 전쟁을 찬미하고,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을 전쟁터로 떠밀고는 후방에서 안락한 생활을 보내는 무리이다(양 웬리).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급과 정보이다. 전쟁을 굳이 하나의 경제활동에 비유한다면 보급과 정보는 생산이고 전투는 소비에 해당한다(양 웬리).

-승리의 원인을 도덕적 우월로 돌리는 것 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양 웬리).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물어도 좋은 일과 물어서는 안될 일을 구별하게 된다는 것이다(양 웬리).

-시민에 대한 공공 서비스의 균등성은 사회의 민주성과 비례한다(양 웬리).

-인간이란 주의니 사상이니 하는걸 위해 싸우진 않아! 주의와 사상을 몸으로 나타내는 사람을 위해 싸우는 거다! 혁명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혁명가를 위해 싸운다!(더스티 아텐보로).

-전략가는 "다수로 소수를 치는 일"을 사고의 기본으로 삼지만, 전술가는 종종 "소수로 다수를 치는 일"에서 쾌감을 느낀다(양 웬리).

-전략을 옳으니까 이기는 것이지만, 전술은 이겨서 옳은 것이다(양 웬리).

-전술은 전략에 종속되며, 전략은 정치에, 정치는 경제에 종속된다(양 웬리).

-우주는 하나의 극장이고, 역사는 작자 없는 희곡이다(양 웬리).

-그렇게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최악의 결과라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양 웬리).

-음모와 테러리즘으로는 결국 역사의 흐름을 역행시킬수 없다. 하지만 정체시킬 수는 있다(양 웬리).

-기억해라. 독재자란 출현시킨 쪽에 더 큰 책임이 있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해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면 그 죄는 똑같다(양 부친).

-모욕받을 정도로 약하지 말고, 공포를 줄 정도로 강하지 말라(페잔 국시).

-인긴사회에는 두가지 사상의 흐름이 있다. 생명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사상과,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상이다. 사람이 싸움을 시작할 때는 전자를 구실로 삼고, 그만둘 때는 후자를 구실로 삼지(양 웬리).

-평화라는 것은 무능이 최대의 악덕으로 취급받지 않는 행복한 시대를 가리키지(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특권은 사람의 정신을 부패시키는 최악의 독이다(빌리바르트 요하임 폰 메르카츠).

-윗사람의 면전에서 너무 칭찬을 하면 안된다. 상대가 연약한 사람이라면 자만하여 망하게 만들고, 융통성 없는 인물이면 윗사람에게 아첨하는 놈이라고 싫어할지 모른다(양 웬리).

-이 전투에 달린 것은 고작 국가의 존망일 뿐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비하면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양 웬리)

-신 따위를 생각해낸 인간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꾼이다. 그 기획력과 장삿속은 알아줘야 한다.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어느 나라나 부자라는 것은 "귀족,지주,사원" 이지 않는가?(보리스 코네프)

-신념이란 실수나 어리석은 짓을 정당화하기 위한 화장에 불과하다. 화장이 진하면 진할수록 그 밑의 얼굴은 추악하다(양 웬리).

-신념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일은 돈 때문에 살인을 하는 일보다 하등한 짓이다. 왜냐하면 돈은 만인 공통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신념의 가치는 당사자 한명에게만 통용되기 때문이다(양 웬리).

-전술차원에서의 우연은 전략차원에서의 필연이 남긴 잔광의 파편에 불과하다(양 웬리).

-"정치 따위는 나하고는 관계없어" 라고 하는 한마디는 그 말을 한 사람에 대한 권리박탈 선언이다. 정치는 자신을 경멸한 사람에게 반드시 복수하는 법이다(양 웬리).

-국가는 인간집단이 살아가기 위해 상호보완관계를 효율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도구에게 인간이 지배당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양 웬리).

-말로 전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말을 다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양 웬리).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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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류 소설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트렌디하고 여성性 편향적인 작품일수록 거부감이 강하게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등에 땀이 배이는 무더운 날 담배를 피운 것처럼 입안이 텁텁하고 몇일을 잠들지 못한 것처럼 눈이 꺼끌꺼끌 하여 쉽게 읽히지 않았다.

"다나베 세이코"씨의 장편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었다.

그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단편소설이었기 때문에 "아쿠타가와상" 에 빛나는 그녀의 필력을 느껴볼 기회가 있지 않았는데 뜻하지 않게 책을 손에 잡게 되어서 초반 기대감이 매우 컸다.

소설 자체는 담담한 전개와 화려한 문체가 뛰어난 앙상블을 이루고, 묘사와 서술에 치중하는 늘어지는 글 또한 30대의 완숙한 느낌으로 다가와서 단단한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다만 소재와 인물과 주제가 내 마음에 안들뿐...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요시모토 바나나" 이후로 나의 편견은 더욱 굳어지게 되었고, 자세한 감상 보다는 객관적으로 놀라고 주관적으로 기억해 두고 싶을 만큼 멋지게 써 놓은 그녀의 글귀로 느낌만을 남겨 두고자 한다.

30대의 나이 꽉차고 부자인 남편과 사는 골드미세스의 감정을 정말 멋지게 표현했다고 느낀 부분이다.



-사치란 좋은 것이구나, 좀 더 호화로운 사치는 얼마든지 있겠지만, 확실한 남자가 있고 나도 그 남자가 좋고 그 남자도 나에게 반해 있다는 것은 사치의 극치가 아닐까?


-채워지리라는 기대가 있는 고픔...이것이 바로 최고가 아닌가!


-이렇게 아름다운 육체가 마침내 늙어져서 다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참하게 시들어 버리다니...믿을 수가 없다.


-여자는 모두 이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조금씩 늙어가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이므로 본인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믿을까 보냐' 라고 필사적으로 외면하는지도 모른다.


-더이상 젊지도 않고, 그렇다고 억지로 끌려가는 노화에 몸을 맡기는 포기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려고 몸부림치며 짙은 화장과 가발로 눈속임하려는 여자가 나도 되는 걸까?


- 추잡한 색정광에, 남자 뒷꽁무니나 쫒아다니는 천한 여자. 마음은 간살과 술책으로 가득찼고,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추한 그림자가 덕지덕지 들러붙기 시작했는데, 자기는 아직 젊다고 착각하고 있는 그런 중년 아줌마가 된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경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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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도 내가 원해서 산 책은 아니고, 미쿡에 있는 누나가 사다 달라고 하여 구입했는데 읽지도 않고 18시간 비행기에 싣고 가기엔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오기로 읽게 되었다.

영화에서도 로맨틱 코메디는 절대 보지 않는 나지만, 예전에 "요시모토 바나나"에게 대박 실망을 한 이후로 여성 감성의 일본 소설은 멀리하게 되었다.

어쨌든 처음 손에 잡은 이후로는 "오호~ 이것 봐라~" 라는 마음이 들어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열심히 읽게 되었다.

6편의 단편이 모여있는 이 소설책은 전체를 관통하는 큰 공통분모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평론가나 역자의 후기등을 보면 뭐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별로 영양가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 한편 한편이 독특한 소재와 굉장한 집중도를 보이고 있어서 각자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다.

특히 6번째 작품인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의 경우 단편이라기엔 조금 긴 중편 길이인데, 2006년에 제135회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한 글로서 2009년 상반기에 무려 NHK에서 드라마로 방영한 명작이다.

이 작가의 성향상 "이건 또 무슨 우수어린 여자가 가을날 찬바람 맞으며 브런치 먹는 소리냐..."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국제기구와 난민문제의 현실과 현장에 대한 고민, 남자와 여자의 문제까지 짧은 글에 잘 녹여낸 수작이었다.

바로 얼마 전에 "한비야"씨의 "그건, 사랑이었네" 라는 책을 읽었을 때에는 현실이고 논픽션임에도 그다지 공감하거나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소설이고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더 가슴에 와 닿았고 여운이 남았다.


세상엔 너무도 많은 구겨지고 위태롭게 펄럭거리는 비닐시트들이 많다.
그것을 잡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


어쨌든 기대했던 것 보다는 만족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근데 얇은 척 하면서 4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이므로 속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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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씨의 책을 대부분 읽어 보았고 많이 낚인 사람들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녀를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그저 조금 독특한 사람이고, 운이 좋았던 사람이고, 약간의 마이페이스 사기꾼(?) 기질이 있는 사람 같다.

독특하다는 것은 좋은 의미로 남들과 다른 생각과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결단성, 과감성이 있다는 뜻이다.

운이 좋았던 사람이라는 점은 오해의 소지가 좀 있는데, 해외 배낭여행객 중에 읽고 나서 가장 후회하는 책 1위가 한비야씨의 "바람의 딸" 시리즈와 "중국 견문록,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이고, 2위가 류시화씨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이라는 풍문이 있다.

오지와 위험지역에서의 주의점과 위험성은 제외시키고 아름다운 점과 재밌는 에피소드만 늘어놓다 보니 그것만 보고 헛바람 든 젊은이들이 많이 따라했다가 몸 버리고, 돈 버린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여자분들이 한비야씨의 예를 들면서 만류하는 가족,친구들을 설득하고 인도 등지로 떠났다가 심한 꼴 당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자주 들려서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마지막으로 마이페이스 사기꾼 같다는 말은 그녀가 자신의 신념대로 꿋꿋하게 사는 것은 상관 없으나 그것을 책으로 내고 강연을 다니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도 국내 유명 여행 커뮤니티 등에서는 한비야씨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상당수 남의 얘기를 각색한 것이라는 의심이 많이 퍼져 있는데다가 그녀가 최근까지 몸 담고 있던 월드비젼이라는 구호 단체에 대한 의구심 해결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월드비젼을 그만두고 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으니, 마이페이스라면 할 말은 없지만 뭔가 뒷끝이 깨끗하지 않다는 점은 아쉬울 뿐이다.
(1995년에 월드비젼에서 주최하는 페민24라는 모금활동과 24시간 굶기 행사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도 좀 껄끄러운데, 확실하지 않은 사실 언급은 명예훼손이 되니 조심해야겠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번 책은 이전의 여행기라던가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글은 아니다.

제목인 "그건, 사랑이었네" 에서 느껴지듯이 예전에 비해 좀 더 편하고 깊게 자기 얘기를 하는 듯한 구성의 에세이 집이다.

9년에 걸친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 생활을 중단하고 유학길에 오르면서 그간의 생활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쓴 듯 한데, 이전의 여행기나 구호 이야기 보다는 재미도 없고 강렬하지도 않지만 그만큼 쉽게 읽히고 거부감 또한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친구 얘기를 하다가 산이 좋다고 하다가, 글쓰기 얘기를 하다가 첫사랑 얘기를 하고...구호 얘기를 하다가 자뻑에 빠지고...하는 점에서 좀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신문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놓은 듯 성의 없어 보이는 것은 좀 아쉽다.


앞서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썼으나 그녀의 존재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한계만 정해놓는다면 그녀 자체의 인생은 매우 재미있고 보람찼을 것이고 매우 부럽다.

그리고 어찌 되었든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 이들에게 세상이 넓다는 것을 알려 주었고, 세계에는 자연재해, 전쟁,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알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단순 수치로만 봐도 2000년도에 2만명이었던 월드비전 후원자가 2009년엔 33만명으로 엄청나게 증가했고, 그녀가 TV와 매체에 노출이 될 수록 기부, 후원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 졌으니 말이다.

또한 최소한 그녀가 실천에 옮기고 있는 행동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나조차도 그런 결단성, 판단력, 행동력이 없기 때문에 존경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그녀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존재 자체는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마치...김운X 前IOC 위원이 죄가 많긴 했지만 그의 로비력과 기타 능력 덕분에 올림픽, 태권도 등 많은 성과가 있지 않았나?

계륵 같긴 하지만 그런 쇼맨쉽 있는 상징적 존재가 필요하긴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돈을 주고 사기는 조금 안타깝지만, 이전의 그녀의 책들을 읽어오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읽어 볼만 하다.


아래는 책읽다가 줄 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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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향한 몸부림은 다독(多讀),다작(多作),다상량(多商量)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젊은이라면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나는 숲속의 낙타인가, 사막의 호랑이인가.


<한비야의 추천도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作)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作)
-행복의 정복(버트런드 러셀作)
-단순한 기쁨(피에르 신부作)
-진리의 말씀 법구경(법정作)
-청바지를 입은 부처(수미 런던作)
-이슬람교(발터 M 바이스作)
-침묵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피트 그리그作)
-의식혁명(데이비드 호킨스作)
-빈곤의 종말(제프리 삭스作)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다나카 유作)
-개발 협력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권해룡作)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루츠 판 다이크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무하마드 유누스作)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作)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作)
-살아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편지(김선규외 作)
-데미안(헤르만 헤세作)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作)
-열하일기(박지원作)
-황진이(홍석중作)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루쉰作)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다- 꼭 읽어야 할 한국 명시 100(신경림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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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2009년 3월 발간되었고, 나는 5월초에 구입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5월 23일에 가셨으니 남겨진 의미는 너무나도 컸으나 미뤄지고 미뤄져서 이제야 다 읽게 되었다.

나의 게으름을 탓해야 겠지만, 생각보다 책이 어렵고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 많아서 읽는 속도도 늦어졌고, 심지어는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책에다가 자를 대고 줄을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스스로 뻘쭘해 했던 기억이 있다.

행정부 요직인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내려오고, 참여정부가 할 일을 마친 시점에서 자칭 "지식소매상"인 유시민씨가 그것을 뒤돌아보며 저작 활동을 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사실이었고, 더군다나 취임 초기부터 수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국민들의 욕을 얻어드시고 계신 현 대통령에 대한 전반기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강부자 내각 통치 1주년을 기념하는 2009년에 발매되었다는 사실에서 이 책의 가치는 기존의 저자의 저작에 비해 (원본가치+시기적 특수성+주제의 적합성)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구성은 2부로 되어있고 내 개인적인 요약은 아래와 같다.

-1부 헌법의 당위: 대한민국 헌법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의 의미, 국가의 존재, 국민의 의무와 권리, 입법,행정,사법의 분리와 언론과의 관계에 대한 친절한 설명.

-2부 권력의 실재: 헌법을 바탕으로 성립된 권력인 정당정치, 대통령,장관등의 행정부, 국회의원등의 입법부,말단 공무원 등의 권력 구성요소의 역할과 처지, 성과에 대한 판단.


하지만 책의 목차를 벗어나서 내용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의식은 제목인 "후불제 민주주의"가 잘 말해주고 있다고 보인다.

저자의 말을 따르자면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치루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 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뤄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 라는 의미이다.

대한민국은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주공화국이 되면서 정치 지도층과 일반 국민 모두 그 개념과 가치를 고민하지 않고 권리와 의무를 개인적인 이해에 따라 행사하다 보니까 나라 꼴이 이모양이라는 것이다.

개혁정당과 참여정부 인사였던 작가의 입장에서 그간의 억울한 일과 잘못된 이해를 밝히는 내용 또한 필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지만, 그럼으로써 상대적으로 현재의 이명박 정권에 대해 "문명 역주행"이라며 비판의 칼날을 들이미는 부분은 정말 감명깊고 통쾌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말의 의미처럼, 현재의 대한민국이 이런 처지에 처한 것은 정치세력과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자 개인의 잘못이 더 크다는 점에 작가는 주목하고 있고 알리려 하고 있다.
(근데 지나치게 계몽적인 언조는 아니니 걱정 마시라...)

이제라도 국민들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의미를 공부하고 이해해서 대의정치로서의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발전시켜 나아가자는 희망의 메세지가 원래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월 18일 김대중 대통령 서거...

비록 이 책이 출판된 후에 일어난 일들이지만, 이런 사태를 맞이해서야 과거를 한탄하며 후회하는 것을 "선불"하지 않은 국민들이 짊어지고 갚아나아가야할 "현실"이자 "부채"라는 점을 책에서는 예견하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작가는 자조적인 의미로 세계 정치사와 한국 근대사에서의 국민의 무책임과 방기를 언급한 것이지만 그것이 또 바로 현실로, 너무 큰 일로,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되니 더욱 가슴아프고, 더욱 슬프고, 더욱 억울할 수 밖에...

앞으로라도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리 공부하고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나도 유시민씨의 책은 거의 빼놓지 않고 읽어오고 있지만 이번 책은 그중에서도 너무나도 시기적절하게 중요한 내용을 말해주고 있어서 감히 가장 훌륭한 저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줄쳐가면서 읽은 주제에 무슨 감상문이고 요약이 있겠는가?
그냥 위의 간단한 소감과 함께 책에서 내가 줄친 부분 몇구절만 인용하는 것으로 감상문을 대신하고자 한다.

(리뷰를 목적으로 한 직접 쓴 인용이므로 저작권법에 저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혹여 문제가 된다면 이하 부분은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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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공짜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지만 사회 전체가 공짜로 가치있는 무엇을 가질 수는 없다. 그 "가치있는 무엇"의 대표적인 예가 "민주주의"이다.

-이명박 정부 5년은 우리 국민이 헌법과 민주주의 절차의 소중함과 "후불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더 깊이 체험하는 학습기간이 될 것이다.

-당신이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당신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는 만인이 신봉하는 것처럼 보이는 명제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질문할 수 있는 자유이다.

-권력복종에 대한 "문화유전자"...박정희의 절대권력에 대한 공포감과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 추종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유신헌법은 두뇌는 명석하나 심성은 혼탁한 명문대학 출신의 법률전문가들이 만들었다. 그런 사람들은 "양복입은 침팬지"라고 부르는게 합당하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심성이 나쁘면, 머리 나쁘고 심성도 나쁜 사람보다 훨씬 더 심각한 반사회적 범죄를 일으킨다-->뉴라이트.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권력자의 선의에 크게 의존하는 취약한 민주주의이다.

-"진보""당위"를 추구하고, "보수""존재"를 추종한다.

-진보의 경쟁력은 이상을 향한 열정과 논리의 힘이며, 망할 때는 거의 언제나 "연합하는 능력"의 부족 때문이다.

-보수는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불가피한 자연적 질서로 간주하고 그것을 지키려 한다.

-관용이 없는 보수는 "극우"가 되고, 관용이 없는 진보는 "극좌"가 된다.

-헌법은 이미 이루어진 진화의 결과를 공고히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자체가 진화를 추동하는 동력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진보는 경쟁 그 자체를 혐오하고, 보수는 경쟁 그 자체를 예찬한다.

-민주공화국은 호모사피엔스의 문명사에서 일어난 제도 진화의 최고봉이다.이는 두개의 토대 위에 선 건축물이다. 하나는 개인의 자유를 토대로 한 "법률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인격적 가치의 평등을 지향하는 "복지시스템"이다.

-"국가경쟁력"은 국민 개개인이 각자가 지닌 잠재적 능력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최대한 발휘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모든 국민들이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공감을 이루고 협동함으로써 공동체의 환경 적응력과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국가의 총체적 능력을 의미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타주의를 배워야 한다. 집단의 생존과 번영은 개체에게 이익을 준다. 나라가 잘되면 개인이 잘 될 가능성이 커진다.

-"애국"을 국가라는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 가능성, 또는 국가의 다원주의적 경쟁력을 높이는 행동으로 규정한다.

-"헌법애국주의"는 헌법의 규정과 정신을 온전하게 실현하는데 기여하면 애국이 되고 그 반대면 해국이 된다.

-시장은 권력보다 확실히 강하다.

-"법치주의"는 국민이 법을 지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권력자들이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이다.

-주권자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나의 기본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미네르바"...표현의 자유는 오류를 말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한나라당 대변인의 말처럼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지만 그 책임의 범위와 책임지는 방식을 권력자가 정하는 것은 아니다...권력의 기분에 따라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언론재벌은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시장권력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고위 권력자들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선언한 헌법 제20조의 존재를 아예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김일성이라는 "왕"이 살아서 통치했고, 죽어서도 통치하는 왕조국가라고 하는 편이 진실이다. 교육과 언론을 국가가 장악해 국민의 사상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는 전체주의국가 내지는 파시즘 국가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두명의 전임 대통령이 그토록 힘겹게 열었던 남북 공동 번영으로 가는 "좁은 문"을 단시간에 너무나 손쉽게 봉쇄해 버렸다.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 기준과 의식은 비판과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냉철한 자기성찰이 없으면 대중은 타락하고 권력은 추악해진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성공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보다 어렵다.

-정치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은 언론을 대통령과 국가권력을 미화하고 홍보하는 나팔수로 삼기 위해서이다.

-언론권력 역시 다른 권력을 길들여 자기에게 복속시키고 싶어한다. 매일 1000만부 가까운 부수를 찍는 거대 보수 신문들이 한목소리로 똑같은 악플을 5년 내내 달아대면 어느 대통령, 어느 정부도 견디기 힘들다.

-실현할 수 없는 공약 그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정말로 지키려고 집착하는 것이다(대운하).

-언론인은 낚시꾼과 닮았다. 언론인은 주관적 시각으로 "사실"을 낚는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의지하고 싶어한다. 대통령은 제한된 권력의 소유자로서 일을 제대로 하려면 입법부인 국회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은 그 누구도 정파를 초월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정파를 초월한 대통령을 원한다.

-헌법 제7조의 정치적 중립은 공무원이 지켜야할 의무라기 보다는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공무원의 권리에 속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모든 것이 허용된다".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모든 것이 금지된다".
-독재 국가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금지되며, 법률이 허용한 것도 금지된다".

-대통령직은 분명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따라 국민과 맺은 계약의 산물이지만, 예전의 대통령은 운명이 맺어준 만백성의 왕처럼 말했다. 우리 마음속의 왕을 죽여야 민주공화국이 산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좋게 보면 "인격적 철인"이고, 나쁘게 보면 "제도화된 괴물"이다.

-대통령 뒤에 숨어 자기를 지키려는 이는 많아도, 자기 몸을 던져 대통령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관은 청와대 수석회의가 아니라 국무회의이다.

-장관은 대통령이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를 잘 이해하고, 국무위원이자 특정 행정부처의 수장으로서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장관과 대통령은 철학과 정책의 Code가 어느 정도는 맞아야 한다.

-"말"을 활용하지 못하는 권력자에게 남는 수단은 "힘" 밖에 없다.

-똑똑한 자들은 언제나 참을성이 없다. 지식이 많을 수록 참을성은 줄기 때문이다.

-"피터의 원리"는 위계질서를 가진 모든 조직에서 사람들은 자기의 무능력이 입증되는 지위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무능을 인식할 수는 있지만 인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자존감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대통령과 장관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며, 대통령과 장관에게 책임지는 존재도 아니다. 그들은 국민에게 봉사하며 국민에게 책임진다.


-장관의 4가지 조건은 "공사구분, 존중과 배려, 지적능력, 상급자의 신임"이다.

-감시와 비판을 무서워하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나태해지고 부패한다.

-모두의 책임이 되면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리더는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와 그 시기 전략 과제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실무자들이 방법을 잘 찾지 못할 때는 돌파구를 열어주어야 한다.

-영어는 연구자에게 지적 자유와 독립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필수조건이며, 지성의 힘을 기르는 중요한 수단이다.

-정당은 정치적 이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모인 결사를 말한다.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

-유권자들은 정치인과 정책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지만 정당에는 관심이 없다.

-민주노동당의 주장은 항상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실개천이 있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한강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정치와 정당체제가 보수편향으로 흐르는 것은 선거제도와 지역주의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타난 모든 정책은 집권 세력의 이념적 지향과 현실 제약 조건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사회자유주의"는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를 인정하면서 그 장점을 취하는 중도통합 또는 중도진보적 이념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시대적 과제에 잘 대응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역량이 부족한 중도 정권은 그것이 중도진보이든 중도보수이든 좌우 양쪽에서 오는 이념적 공격에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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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故 노무현 대통령님의 49재 날이다.
봉하마을에선 지금쯤...

사실 최근에는 Off-Line 상에서 공공연하게 정치색을 말하기 힘들어 했었다.
바뀌지 않는 멍청이들, 알려고 하지 않는 원생동물 들에게 말하기도 귀찮고 욕 먹기도 짜증났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단지 이 이유로 인간관계를 끊으려는 인간이 존재하는 곳이 한국이라는 사실이 더 싫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아무 말 없이 이 책을 병원으로 보내준 지인께 감사한다.

이 책은 그분이 돌아가신 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추억하면서, 기리면서, 재평가 하면서 쓴 글들의 모음이다.

감정적인 글도 있고, 울분에 찬 글도 있으며, 냉정하게 평가하는 글도 있다.

더 자세한 내용과 더 감정적인 내 마음을 쓰기에는 대한민국이, 싸이월드가, 블로그가, 이 모든 것이...적절치 않다.

다만 마음에 들었던 부분만 객관적 인용을 해 볼까 하는데, 일반적인 추억담이나 추모 시, 글은 배재하고 고인이 되어서까지도 나의 조그만 가슴에 물결을 만들어 주는 글귀만 줄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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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님의 호 "白凡"은 그 스스로 "白丁(백정)"과 "凡夫(범부)" 를 따서 지었다면, 노무현의 별호인 "바보, 노짱"은 지지자들로부터 선물받은 것이다 -- (정운현 태X앤미디어 대표).

-곡쟁이가 상주보다 더 섧게 운다더니, 이X박 정권이 들어서자 조X일보가 더 설치는구나.
-우리 역사에서 개혁, 진보의 기치를 든 지도자는 살아남기 힘들었다. 장보고, 만적, 묘청, 신돈, 정도전, 홍경래, 최제우, 전봉준, 김옥균, 김구, 조봉암, 장준하...등 모두가 참살당하거나 자결로 생을 접었다.
-수구세력은 외세에는 빌붙어 강아지 노릇을 하면서도 내부의 진보, 개혁 세력에는 사납게 물고 찢는 승냥이가 되었다 --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들판에 홀로 핀 들국화를 외롭다고 하는 것은 시가 아니듯, 가능성이 있다고 저항하는 것은 기회주의자의 처신이다. 우리는 불가능하기에 그 꿈을 향해 우리를 던진다 -- (이도흠 한X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퇴임후 대통령 옆에 누가 남아있는지 두고봐라. 지금은 모두가 다 인간적 의리를 지킬 것처럼 말하지만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 (강금원 회장).

-내가 "노변(노무현)" 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은 흔히 말하는 "먹물, 지식인" 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행동의 한계를 설정하고, 선을 긋는 점이다. 변호사니까 단체에 참여하더라고 재정적인 지원 등 2선이나 바람막이를 하고... 몸으로 부대끼는 것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스스로 규정하는데, "노변"은 그런 것이 없다 -- (문재인 변호사).

-검사: 박종철 추도회를 제지하지 않으면 인천 사태등과 같이 극도의 혼란 사태가 생기지 않고, 피의자가 말하는 평화적인 추도회만으로 끝났을 것으로 자신하는가?
-노무현: 자신할 수 있다. 그런 불안은 이런 추도회를 평화적인 추도회로 끝날 수 없도록 원인을 제공한 자들의 불안일 뿐이다. 민주적인 제 권리가 보장된 곳에서는 추도회가 폭력 사태로 발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1987년 2월 19일 부산지검 취조서).

-노 변호사는 1987년 9월 2일 구속되어 9월 23일 구속적부심 재판을 통해 석방된다. 구속적부심 재판은 대개 변호사, 피의자, 판사 등이 참가하는 "소형재판" 이라서 판사 방이나 소형 법정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당시 부산지법은 심리시간을 오후 2시에서 오후 4시30분으로 변경하면서까지 대형 법정에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변론에 참가할 변호사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 (정재현 월간 <말> 前기자).

-당시 노무현의 무료 변론에는 부산지역에 개업한 변호사 대부분이 차가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99명이 무료변론을 자청하여 선임계를 제출했다  -- (문재인 "참 멋진 놈 만났더라" 中)

-민주당 부총재 노무현은 신뢰하지 않았지만 인간 노무현은 존경한다. 개인적으로 민주노동당에 입당하라고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울산에 있는 동안 내내 본관 회의실에서 간이침대를 펴 놓고 잠을 잤다. 여당 부총재에게 제공되는 편안한 잠자리를 거부했다 -- (김광식 현X자동차 노조위원장).

-사람들은 화살을 잘 피하고 물살을 잘 타는 사람의 묘기를 지켜보면서 재미를 느끼지만, 아주 거대한 흐름에 굽히지 않고 부딪쳐 나가고, 상처를 입으면서도 비바람을 뚫고 나가는 꿋꿋한 모습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그 사회의 희망과 기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사회에 그런 기상을 가진 사람이 많아야 사회적으로 큰 위기가 왔을 대 그것을 돌파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정통성과 선명한 노선을 강조하면서 정치를 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를 할 것입니다 -- (노무현/ 월간 <말> 200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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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의 목차로써 저작자들과 그들의 마음을 남겨본다.

-서시: 우리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 (박노해 시인)
-추모가: 바보연가 (윤민석 송앤라이프 대표)
-넥타이를 고르며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
-님을 보내며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
-대통령의 외로웠던 봄 (윤태영 前 청와대 대변인)
-들찔레꽃 당신, 어려운 길만 골라 갔지요 (도종환 시인)
-나는 그를 남자로 좋아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당신은 노무현만큼 살 자신이 있는가 (김평호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법견, 법살 그리고 자기응징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
-성찰 없는 권력의 가학성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바보 노무현"을 추모하고, "살인검"을 추궁한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무현 대통령 각하, 천국에서 평안하십시오 (박동천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죽은 지도자의 사회 (주경복 건국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사지로 내몬 "빨대검찰"과 언론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그의 유지 (박지웅 前 법무관,변호사)
-노무현 대통령과 백범 김구 선생 (정운현 태터앤미디어 대표)
-꽃이 져도 그를 잊은 적이 없다 (이광재 민주당 국회의원)
-당신의 참말 (유용주 시인,소설가)
-바보 노무현 (김주대 시인)
-삼가 고인의 유서를 읽는다 (황현산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지붕 낮은 집을 원한 대통령 (정기용 건축가)
-우리는 꿈과 희망을 주는 정치인을 잃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노 대통령과의 "작은" 인연 (김상웅 前 독립기념관장)
-외교 대통령 노무현을 기리며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무대 앞"과 "무대 뒤"의 말이 다르지 않은 분 (김상철 前 청와대 행정관)
-새아침은 죽음의 묘지 위에서 열린다 (이도흠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덕수궁 돌담길의 초혼 (이대근 경향신문 에디터)
-어리석다, 향불이 곧 촛불인데 (김종배 시사평론가)
-한 사람만이 울 수 있다 (방현석 소설가)
-"상록수"를 들으며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조금 더 뻔뻔했으면...바보 노무현 (김보경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비주류 노무현과 닥터 노구치 (위창남 만화가)
-우리가 당신을 버렸습니다 (백무산 시인)
-"63부작 드라마", 노무현의 파란만장한 생애 (배혜정 민중의 소리 기자)
-노무현 민주화운동 보고서 (정재현 前 월간 말 기자)
-과정도 하나의 적업이었다 (노무현 사법고시 합격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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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인간은 참으로 종잇장보다 가벼운 지식과 얕은 상식을 가지고 언제나 말만 앞서는 놈이다.

특히나 순수문학은 좋아하면서도 인문사회과학 서적은 그리 취미가 없어서 빨리 읽히지가 않으니 이것 참 문제다.

어쨌든 올해 쌓아둔 이러한 책들 중에서 유시민씨의 책을 먼저 손에 잡게 되었다.

얼마 전의 故노무현 전대통령 서거의 일도 있고, 유시민씨의 2009년도 책인 "후불제 민주주의"를 사버렸기 때문에 작가가 앞서 저술한 책들을 서둘러 읽게 된 것이다.

내가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공부할 리는 萬無하다.

다만 정치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주에 관련된 경제활동의 바탕 위에 생각의 모임이 생기게 되고 정치가 태어나는 것이라고 본다면, 정치와 경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고, 오히려 경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이 책의 첫인상은 빈부격차와 사회문제...등에 대한 것이라고만 생각되었었는데, 그것은 순전히 제목에 기인한 실수였다.

사실은 18~19세기 경제학이 학문으로 자리잡기 시작할 무렵부터의 경제학파와 학자들에 대해 가볍게 훑어주는 경제학 입문서와 같은 느낌이다.

중학교 사회 과목 정도만 배웠어도 이름을 알고 있어야만 하는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시류의 흐름에 따른 경제학 사조와 함께 그것을 주장한 경제학자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개인 가족사, 사회 시국 등과 결부시켜서 알기 쉽게 설명해 줌과 동시에 "경제학 발전의 흐름" 이라는 큰 줄기를 놓치지 않게 이어준다.



1. "보이지 않는 손"의 위대한 탄생:
 -자유방임시장의 예언자, 아담 스미스.


변명의 여지 없이 그당시 세계의 중심은 유럽이었고, 그중에서도 영국이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고전주의 경제학의 태동 또한 영국이었으며, 그것이 제국주의 식민지경영을 통해 또다시 세계의 1/3을 손에 넣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 영국이 경제학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유명한 "아담 스미스" 에서 시작되는 고전주의 경제학은 그래서 더욱 인상깊은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유방임시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밝히고 "국부론"을 저술한 그의 업적은 신세계를 발견한 것 만큼 위대한 것이지만, 그 한계를 100년이 넘도록 경제학자들에게 지워 놓아서 자본주의를 세뇌시켰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생각한다.

흐름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이, 경제학이 학파를 따라 발전하는 학문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앞선 학자, 스승의 손바닥을 벗어 나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절대적인 자본주의와 지주, 자본가에 대한 옹호적 입장은 향후 신고전파 경제학자들과 많은 유한계급 정치인들에게 당위성을 부여하여 전세계가 자가당착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게 한다.



2. 대중의 빈곤은 신의 섭리이다: 
 -토마스 로버트 멜더스 목사의 암울한 세상.

3. 지주의 이익은 사회의 이익과 항상 대립된다: 
 -부르주아 계급의 선봉장 리카도.


다만 의미있는 발언을 한 사람을 꼽자면 인구 증가에 따른 자본주의 비관론과 함께 공황에 대한 우려를 100년이나 앞서서 펼친 "토마스 로버트 멜더스", 그리고 그와 생산적인 논쟁을 함으로써 "노동가치론"과 함께 적극적으로 "지주의 이익은 사회의 이익과 반한다"이라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생각을 가져서 사회지지층 부각하는 "자본가" 계급의 절대적 지지로 인해 19세기 경제학의 중심이 된 "데이비드 리카도" 정도일까?
(유시민씨도 계속해서 이때 리카도가 경제학의 중심이 안되었다면...이라는 아쉬움에 찬 가정을 언급한다).



4. 자유무역은 예속으로 가는 길:
 -우국지사의 경제학, 프리드리히 리스트.


그리고 단일 시장의 작은 사회에서의 자유방임경제가 아닌 국가대 국가 단위의 대규모 시장에서의 자유무역은 반드시 강대국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낸 "프리드리히 리스트"도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당시 경제의 중심은 강대국인 영국이었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도 영국의 힘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자유무역론이 당연시 되던 시기였다.

근데 독일은 당시 여러 개의 공국이 연합된 형태라서 사분오열되어 국력과 경제력이 약해 맨날 영국에게 착취당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애국심 가득한 똑똑이..."리스트"의 독일의 통합과 공업 발전을 서둘러야 하며 영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굉장한 발상이라고 판정하고 싶다.



5. 분열된 세상, 싸우는 세상:
 -부자의 경제학과 빈민의 경제학.


여기서 부터는 드디어 유산계급과 빈민 계급에 대한 비교와 함께 그것에 대한 정당화와 고찰이 이어진다.

작은 공동생산 공동소비체인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이 실천에 옮겼다가 개망신 당하기도 하고(난 유토피아의 의미가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쾌락주의, 공리주의"의 창시자 "벤담"과 이 책에서 몇 안되는 "천재"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존 스튜어트 밀"도 이 시기에 나타나는데 "벤담"은 역시 자본계급 옹호론자와 보수주의자이며 "밀"은 그나마 사회의 문제점을 바라보고 인식하였으나 어렸을때 부터 좋은 집안에서 영재교육만 받고 자란 그에게 파괴적인 힘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지 말자"라고 외친 "세이""시니어", 그리고 "모든 재산은 강탈한 것이다"라고 말한 "톰슨""호지스킨"의 사상은 곧 이어질 사회주의 세상에 대한 태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또 이상한 똘추가 한명 나오는데 "부자들이여 번민하지 말라"라고 외친 "바스티아"라는 놈이다.

심지어 이놈은 "사회주의는 점성술이고, 자본주의 경제학이야말로 과학이다" 라는 발언을 했는데, 책을 읽을 당시에는 "얘는 뭐야??"라고 생각했으나...나중에 곰곰히 되새겨 보니 대안과 발전이 없는 사회주의의 맹점을 잘 꼬집은 말 같기도 해서 이 사람을 마냥 무시하기도 힘들어졌다.
ㅡ.,ㅡ



6. 모든 지배계급을 공산주의 혁명아래 떨게하라:
 -칼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


그리고 1830~40년, 지주와 자본계급만을 옹호하며 빈민이 가난한 것은 당연하다고만 주장하는 꽉 막힌 경제계에 정면으로 반대의견을 피력한 사회주의자들이 나타난다.

원래는 지주에 대한 자본계급의 대항에서 시작된 투쟁에 그동안 수십시간 일하면서도 쥐꼬리만한 봉급, 더러운 직장, 보호받지 못하던 노동자들까지 들고 일어나서 1843년 혁명이 일어나고, 결국은 또 노동자들만 죽어나면서 마무리 된다.

천재로 태어나 망명, 질병 등에 시달리다 죽은 "칼 마르크스"와 영원히 그의 이름 옆에 나란히 할 "프리드리히 앵겔스"는 현재의 계급 사회에서 Reset을 할 방법은 폭력적 혁명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그 유명한 "공산당 선언"을 제창한다.

이 책의 제목에 쓰여있는 "부자 & 빈민" 을 구분하지 않고 전복, 혹은 적극적인 수정이 가능하다고 여긴 사람들...

그들의 사상을 100%이해하진 못하겠지만, 동감하는 부분도 많고...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너무 감명깊게 읽어서 따로 "공산당선언"을 찾아서 읽고 쓴 앞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7. "보이지 않는 손"의 신성화:
 -풍요한 세계의 신고전파 경제학자들.


꺼져, 병신들...

여기 등장하는 "레옹 왈라스, 알프레드 마샬, 빌프레도 파레토" 등은 절대적으로 자유방임주의와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다.

부자, 자본가...즉, 부르주아들은 그들 자신이 검약하고 절제의 미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보다 부자인 것이지, 절대 노동자들을 착취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맞는 말도 있지만, 그당시의 꽉 막힌...가진 자들 위주의 생각과 융통성 없음에는 질리고 말았다.



8. 모든 지대는 도둑질이다:
 -불로소득을 규탄하는 영혼의 외침, 헨리 조지.


경제가 발전하면서, 아니...상공업이 발전하면서 그간의 지배계층이던 "지주"에 대한 비판이 생겨남과 동시에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본계급"이 등장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경제의 가치가 "지대"가 아니라 "노동력"이라는 생각이 점점 지지를 얻어 가는데, "지대는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말함에도 불구하고 "부자가 되려면 땅 한조각이라도 사두라"고 말하는 역설적 외침이 2000년대를 살아가는 내 가슴에도 비수처럼 꽂히는 이유는 뭘까?



9. 낭비하라, 그러면 존경을 얻으리라:
 -영원한 이방인, 도스타인 베블렌.


베블렌씨는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다, 여러모로...

마치 외계인이 지구인 사회를 관찰하듯이, 지식인이 미개사회를 관찰하듯이 경제사회를 바라본 이 사람은 노르웨이 이민자이면서 유럽이 아니라 미국의 사회를 주목했다.

새로운 자본주의 시장에서 자본의 응집과 독점에 의한 벼락부자, 억만장자가 탄생하기 시작한 미국사회에서 "부자와 빈민은 생각하는 것과 소비심리 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다""유한계급론"을 주창한다.

생존과 쾌락인 목적이 아닌 "금전적 다툼"에서 승리하기 위한 경제활동, 그 결과를 자랑하기 위한 "과시적 소비"...

진짜 독특한 아저씨가 아닐 수 없다.



10. 제국주의는 세계를 망친다:
 -세계대전의 예언자, 존 앗킨슨 홉슨.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전세계에선 제국주의 침략과 전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유럽을 중심으로한 선진국은 미개척지, 신대륙을 찾아내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경제적 착취를 하여 자국의 부를 늘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이 명백한 경제적 행위에 대해 유명하고 유능한 유럽의 경제학자들은 함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침략, 전쟁, 식민지경영 등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탐험정신, 애국심, 군사적 정치적 이념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절대 경제적 분야라고는 여기지 않았는데, 참...무슨 생각인지 어이가 없었다.

어쨌든 "홉슨"은 아프리카에서 직접 겪은 일들과 생각을 정리하여 "제국주의론"이라는 책을 발표하여 그 현상과 파급을 경제학의 분야로 끌어들였다.



11. 저축이 미덕은 아니다:
 -자유방임주의의 종말을 예언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


유시민씨가 이 책을 통해 천재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사람은 "칼 마르크스, 케인즈, 고르바초프" 3사람이고, 현재의 경제학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가장 인정 받는 사람"케인즈"라고 몇차례나 언급하고 있다.

"아담 스미스, 존 스튜어트 밀" 등의 사람들도 뛰어난 사람이라고 봐야 겠지만, "케인즈"는 개인의 능력과 사회적 입지로 보았을 때 정말 독보적인 존재인 것 같다.

제국주의 전쟁의 종말인 1차 세계대전의 패전 회의때 젊은 나이로 영국 재무성 대표(차관급)로 독일의 패전 배상문제 회의에 출석했던 이 천재 관료는 하이에나가 썪은 고기를 물어 뜯듯이 독일을 물어뜯는 열강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돌연 공직을 버리고 경제학자가 된다.

그의 뛰어난 점은 그가 전형적인 부르주아이고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있으면서도 그 맹점을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어 보아서 자유방임주의의 종말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신고전파의 황당한 믿음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그 신성하고 완전한 이론이 왜 깨지는지 모르고 있었으나, 결국 현실로 다가온 "대공황"의 여파에 무릎을 꿇게 되고 케인즈를 찾게 된다.

이때 케인즈는 해결책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현상 개입"을 내놓는데, 이것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보이지 않는 손"에 시장을 맡겨두는 자유방임주의 논리에 적극 反하는 동시에 "사회주의"와 같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현상 해결을 위한 미봉책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복잡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케인즈는 평생 부르주아의 입장에서 자본주의를 살리려 했고, 사회주의를 개무시했기 때문에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다.

그리고 제목에 나온 것 처럼 그는 "유동성"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가지고 경제학에서 유명한 "수로 이론"을 통해 (노동자저축->소비긴축->유동성감소->기업투자감소->경제악화->노동자해고) 의 흐름을 제시하였는데, 대공황을 이겨내기 위한 국가의 적극 개입을 주장한 것도 국가가 돈을 풀어서 유동성을 강제로 확보하자는 걸로 볼 수 있다.
(결국 케인즈는 그 유명한, 한국인에게도 낯익은 "국제 통화 기금(IMF)"의 창립자가 된다).

또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케인즈의 이론을 보지 않고 똑같은 생각을 실행에 옮긴 독일의 "히틀러"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다.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패전의 폐허 속에서 나라를 일으킨 "히틀러"와 대공황의 여파에서 자본 투입과 공적 사업으로 자금 흐름을 일으킨 "루즈벨트" 대통령도 결과야 어찌 되었든 뛰어난 정치, 경제적 감각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12. 유토피아를 위한 거대한 실험:
 -사회주의 70년의 영욕과 고르바초프의 좌절.


처음 사회주의가 태동했던 영국 등의 서유럽이 아니라 정치, 경제적으로 전혀 동떨어진 외진 땅에서 난데없이 볼셰비키 혁명으로 인해 지구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의 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한다.

순수한 사회주의의 발생 목적과 존재 의의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반대"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시의 무너져가는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는 경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칼 마르크스"등이 주창한 사회주의는 정당성과 당위성을 가지고 폭력혁명을 선동하였으나, 그 이후의 문제...즉 "사회주의 이상향을 이루었을 때 어떻게 나라를 꾸리고 이끌어 갈지" 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소비에트 연방"레닌, 스탈린...을 이어오면서 "공산당"의 일당 독재하에 자본주의에 찌든 농민들을 이끌어 20세기 중반까지 눈부신 발전을 해서 GDP는 미국의 몇배이고, 유인 우주선을 날려보낼 정도의 과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7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맹점"을 알게 되어 사유재산 소유라는 목적의식이 없어져 점차 게을러지고 사회 공적인 일에 소흘해 지게 된다.
(책에서 언급된 텃밭 생산 사건은 정말 이런 실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때 엘리트 교육을 받고 소련 역사상 최연소로 승진을 거듭해 서기장의 자리에 오른 "고르바초프"가 등장을 하고, 이 똑똑한 천재는 사회주의의 병폐가 체제 내에서는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냉철하게 판단한 후에 과감히 버릴 사상은 버리고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조금씩 소련 사회에 이식하는 개혁운동을 전개한다.

하지만 반대 혁명이 일어나고 "고르바초프"의 가장 측근이었던 "보리스 옐친"이 혁명에 가담하는 바람에 결국 "고르바초프"의 개혁운동은 빛을 못보고 사회주의 세계의 멸망으로 끝맺음되고 만다.



에필로그에서도 나오지만 이런 결과 끝에 "사회주의는 망했으니까 쓰래기고, 자본주의가 절대적으로 옳다"라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지금도 경제학은 발전해가는 단계에 있고, 대공황과 같은 위기가 계속 반복 되면서 계속 수정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발간된 것은 소련이 무너진지 얼마 안된 때인 1992년이니, 1997년 한국의 IMF사태나 2002년의 IT버블 붕괴, 2007년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등 계속해서 복병처럼 등장하는 자본주의의 병폐들이 반영되면 또 다른 생각이 등장할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어쨌든 항상 막연하게 입으로만 정치니 경제니 떠들어 댔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대충이나마 세계 경제계의 발전 단계와 사상들에 대해 알게 되어 조금이나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물론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지만@.,@).

나도 너무 늦게 이 책을 손에 잡았다고 후회하고 있으니...
지금 이 글을 보고있는 사람중에 아직 이 책을 보지 않은 사람은 더 늦기 전에 빨랑 읽어보도록!!!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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