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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무라카미 류" 의 소설을 읽으면서 신나게 "무라카미 하루키" 를 까댔는데,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하루키"의 짧은 단편집을 손에 들게 되었다.

사실 그 작가에 대한 평가는 본격적인 장편소설을 위주로 하는 것이 맞겠지만 어찌보면 단편에 있어서도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이니 이 또한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본격적인 평가는 차후 완간된 "1Q84" 가 국내 출간되면 읽어보고 나서 계속할 생각이다.

이 책은 그의 대표적인 단편선집인데, "렉싱턴의 유령, 녹색의 짐승, 침묵, 얼음 사나이, 토니 타키타니, 일곱 번째 남자,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의 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으로 삼은 "렉싱턴의 유령" 은 제일 앞에 수록되어 있으니 대표적일 것이라고 생각되나, 사실 본인이 밝히듯이 자신의 경험을 적은 일종의 수기나 수필의 형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에 반해 "녹색의 짐승, 얼음 사나이" 등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기괴한 소재를 이야기로 풀고 있기 때문에 이것 들에서 작가의 단편 작품의 색깔을 느껴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은 "토니 타키타니,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와 같은 묘사와 서사의 사이에서 묘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향수가 있는 글 들이다.

특히 2004년에 영화로도 제작된 "토니 타키타니" 의 경우에는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이치카와 준"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구체적인 이미지와 "류이치 사카모토" 라는 세계적인 거장이 만든 섬세한 음악까지 곁들여 져서 의도치 않은 호강을 누리게 해주니 오히려 엎드려 감사를 하고 싶을 정도이다.

거기다가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1990년대 아시아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일본의 미녀 "미와자와 리에" 가 등장하여 "165Cm, 230mm, size2" 의 소설속 여주인공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었으니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소설 내적으로 본다면 이 글은 "고독" 에 대한 소고를 "토니 타키타니" 라는 괴상한 이름을 가지고 고독하게 살아온 이상한 미술가의 삶을 가지고 풀어내고 있다.

그 내용을 그의 글로 조금 들추어 내 본다면 이렇다.

"토니 타키타니의 인생에서 고독한 시기는 종언을 고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는 우선 그녀의 모습을 찾았다. 옆에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안도했다. 모습이 없을 때에는 불안감에 온 집을 찾아 다녔다. 그에게 고독하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은 기묘한 상황이었다. 고독에서 벗어남으로써 다시 한번 고독해지면 어쩌나 하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때로 그런 생각을 하면 그는 식은 땀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하지만 그럴 정도로 사랑했던 여자가 죽음으로써 그가 두려워 했던 것처럼 다시 고독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을 잊는 것이 두려워 아내가 남긴 731벌의 옷을 대신 입어줄 여자를 찾지만 결국 그것이 헛된 짓임을 알고 다시 천천히...천천히...잊어간다.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바닥에 앉아 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죽은 자의 그림자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과 동시에, 그는 과거에 거기에 있었던 것을 점차 떠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 색과 냄새의 기억도 어느 결엔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과거에 품었던 그 선연했던 감정마저, 기억의 영역 밖으로 뒷걸음질 치듯 물러났다. 기억은 바람에 흔들리는 안개처럼 천천히 그 형태를 바꾸었고, 형태를 바꿀 때마다 희미해져 갔다. 그것은 그림자의그림자의, 또 그 그림자가 되었다. 거기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과거에 존재했던 것이 뒤에 남기고 간 결락감 뿐이었다..."

그녀를 대신하고자 찾아냈던 여자 또한 결국 대체품이 되지는 못했고, 그는 옷과 구두 그리고 그녀에 대한 기억까지 하나 둘씩 천천히 처분해 나가게 되는 토니 타키타니.

참 씁슬하고 슬픈 내용이지만 그것을 무채색의 공간에 무미건조한 터치로 그려넣은 영화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인상깊었다.

책 자체도 그렇지만 영화 또한 볼만 하니까 기회 되면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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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 큰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무슨 날에나 기회가 되면 한편씩 보는 편인데 이번에 "모차르트"라는 유명 뮤지컬을 볼 기회가 되어서 무턱대고 보게 되었다.

1999년에 독일,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진 비교적 최신 작품이고, 한국에서는 2010년에 초연된 작품이다보니 아직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고 6월에 있는 뮤지컬 어워드에서도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주인공인 "모차르트" 역할에 나름대로 TV에도 자주 나오고 영화 출연도 한 배우 "박건형"이 나오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예전에는 "동방신기""시아준수"가 타이틀 롤을 맡았었기 때문에 특히 젊은 여성층에게 꽤나 인지도가 높다.

이번에는 스케쥴을 확인하고 일부러 "박건형"이 등장하는 날을 골라서 보았는데, 그의 노래와 연기에 대해서는 100% 만족을 했다.

하지만 뮤지컬 자체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게 내리기 어려울 것 같다.

일단 지루하다...

영화 "아마데우스" 에서 보여 주었던 천재의 광기와 라이벌 "살리에르" 와의 흥미진진한 싸움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그의 가족과 그의 삶의 굴레에 대해서만 조명되어 있어서 뮤지컬 자체가 매우 우울하고 지루하다.

이런 전개를 위해서 극은 청바지를 입은 자유로운 천재 "모차르트"와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으면서 가족과 신분에 억압당하는 착한 소년 "아마데" 로 나뉘어 2인 체제로 등장시킨다.

색다른 설정이긴 한데 딱 그만큼의 흥미 유발일 뿐 더이상 극전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한다.
(꼬마 "아마데"가 노래하는 부분은 단 한 씬도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차르트" 를 소재로 한 뮤지컬인데 그의 곡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창작 뮤지컬이다 보니 오리지널 송 넘버로 채워져야 하는 것이 맞긴 하지만, 그럴 것이었으면 굳이 음악가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나?

"모차르트"의 죽음으로 끝나는 매우 초라한 극 결말에 비한다면 종반부의 "오페라 마적(마술피리)" 이 공연되는 부분이 가장 기대되는 하이라이트 였을 텐데, 막상 그 장면은 여배우 한명이 나와서 1분정도 맛보기만 보여주고 지나가 버린다.

쓸데없는 시장 씬, 귀족 무도회 씬 에서는 20~30명의 배우들이 등장하고, 멋진 무대장식이 보여지는데 반해 종반부의 완성도와 흥미도에 있어서는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어쨌든 근래 본 공연 중에서 가장 비싼 공연중에 하나였는데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 슬펐다.

근데 공연장의 여성분들은 눈이 하트가 되어서 사진 팡~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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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가 한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의 그의 소설들을 100% 모두 이해하며 즐긴 적은 없었다.

희대의 명작이라는 "노르웨이의 숲" 부터 시작해서 최근작인 "1Q84" 에 이르기까지 그가 말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잘못도 있지만 희한한 소재와 모호한 세계관, 연령선이 불분명한 주인공들의 육체와 정신의 선들은 보편성을 확보하기 힘든 것 또한 맞지 않나?

따라서 이상하리만치 과열된 그의 인기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굳이 일본 작가 중에서 고르라면 "무라카미 류"대놓고 드러내는 선정성과 폭력성이 좀 더 원초적이기 때문에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무라마키 류" 의 작품 중에서 그나마 내가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바로 "오분 후의 세계"이다.

장편은 아니고 중편 길이의 소설인데, 일단 그 소재에서부터 시선을 확~ 잡아 끌었기 때문에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고 후딱 읽어 버리고 말았다.

소설의 시작은 난데없이 난민 행렬에 휩쓸려 낯선 땅을 걷고 있는 주인공 "오다기리" 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당혹감에서 출발한다.

어디인지도, 언제인지도 모른 채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 걷고있던 "오다기리" 가 있는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이 아니라 살아남은 일본군들이 연합군에 항복을 하지 않고 지하세계인 "언더그라운드" 에 지하 도시를 건설하고 게릴라 활동을 통해 일본을 사수하고 있는 왜곡된 역사의 세계이다.

일본의 지상은 각 지역별로 연합군인 영국, 미국 등의 나라들이 점령하여 이주민들이 건너와서 살다가 5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가 무너지고 국가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버려진 "웨스트 봄베이, 올드 도쿄" 등의 대규모 슬럼가에서 혼혈아들이 모여살고 있다.

이 세계의 특이성은 "오다기리"가 만나게 되는 세계적인 음악가 "와카마쓰"로 대변되고 있는데, 그의 음악은 반복적이고 원초적인 민간 리듬과 여러 나라의 토속 리듬, 신디사이저, 클래식 까지 혼합된 이상한 짬뽕 음악인데 그 음악에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과 일본국민, 준국민 혼혈아들까지 마약을 먹은 것 처럼 열광을 한다.

언더그라운드의 "일본 국민 게릴라"  들은 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들의 후예인데다가 패전의 교훈으로 얻은 "정보, 무기, 화학"의 중요성을 집중 육성하여 현재에는 세계 최강의 군인들이고, 심지어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체 게바라"를 도와서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말도 안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어쨌든 그런 세상인 줄을 모르는 "오다기리"는 언더그라운드에 입성하기 위해 "준국민" 신분이라도 얻고 싶어하는 혼혈아들의 행렬에 끼어들어 있었고, 심사를 받는 도중 그 세계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자신과 심사관이 알게 된다.

"오다기리" 의 시계는 현재의 시간보다 5분 늦고 있었다.

예전에도 몇번인가 별개의 차원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시계 또한 모두 5분씩 늦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의 말도 안되는 역사의 세계"5분 후의 세계" 인 것이다.

어쨌든 다른 차원에서 온 "오다기리"는 국민 게릴라들과 함께 본부인 언더그라운드로 향하는데 그 와중에 마주치는 UN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피비린내나는 전투를 경험하며 자신이 있던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적응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살던 세계와의 차이점에 주목하며 경계심를 품던 그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며 정신줄을 놓을 정도로 전투를 겪어낸 상황에서 국민 게릴라 동지들과 함께 위험상황을 타계해 나아가는 여정 중에 원래의 세계에서의 한심한 양아치에 지나지 않았던 자신이 아닌 새로운 일본 국민, 또 다른 국민 게릴라가 되어 간 것이다.


명확한 기승전결과 사건의 전개가 이어지는 소설이 아닌 "오다기리"가 처한 상황만을 쫒아가던 소설은 사건의 명쾌한 해결이나 끝맺음을 보여주지 않고 작은 단서 하나를 보여주며 마무리 하는데...

뭐, 후련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일을 너무 크게 벌이는 우를 범하지는 않으면서도 유니크한 소재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요즘은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책이지만 "무라카미 류" 를 좋아하는 사람은 꼭 한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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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70,80년대인가?

평화의 댐을 건설해야 하고, 김신조가 쳐들어오고, 서울 불바다 발언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세상인가?

세계는 21세기를 맞이했지만 한국은 계속해서 후퇴하고 있고, 군대가는 놈만 병신 인증되고, 이민가고 싶은 생각만 절대적으로 커지게 만들고 있다.

군최고통수권자가 군미필인 나라.
여당 원내대표가 병역기피로 군미필인 나라.
열심히 나라를 지키던 군인들은 왜 죽었는지도 모른채 정권에 이용만 당하는 나라.


그 개같은 나라의 개같은 군대에 개처럼 끌려간 힘없는 젊은이 중의 한명이 나였고, 딱 10일 전에 제대를 하였다.

그리고 이 정떨어 지는 나라의 이면을 살펴보고자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저자인 "이케하라 마모루"는 왠만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알수 있다고 볼 수 있다.

1. 26년 이상을 한국에서 거주한 외국인.
2. 정재계에서 활동하며 일반 한국인이 알기 힘든 곳까지 알고 있음.
3. 교통질서,사회질서,경제의식,국민성,기본매너 등을 객관적 시각으로 비판함.

1935년생인 이 할아버지는 50년대에 일본 와세다대학 정경학부(정치경제1학부)를 졸업한 초 엘리트이다.
한국에서는 50년대 대학다운 대학도 별로 없을 때 서울대나 고려대 정외과(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정도랄까?

어쨌든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고, 요즘 사람들이 알만한 사람으로 예를 들자면 러시아인 교수 "박노자"씨와도 비슷하다.
("박노자"씨도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비슷한 논조의 책을 쓰기도 했다)

책의 내용은 "IMF문제, 성수대교 붕괴등 부실공사, 총알택시, 엉망인 교통질서, 쓰래기 문제..."등 많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인정"에 대한 부분이다.

情에 약한 한국인.

그게 마냥 좋은 말일까?

"인정" 많다고 하지만 그 한마디에 너무 쉽게 잊고, 용서하고, 고통을 달게 받는 민족...

나라 팔아먹은 놈들에게 통치받기를 즐기고,
몇백, 몇천명을 죽여도 떵떵거리며 살아남고,
보통사람이 하나라도 죄를 지었다면 큰일났을 범죄를 지은 사람들이 풀려나고,
군기피자,성범죄자,경제사범들을 앞다투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고,
수십년간 유린당한 인권,민주주의를 잊어버리고 "향수"라는 이름아래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를 "존경하는 지도자 2위"에 올려놓는 멍청한 국민들...


계속 읽다 보면은 불끈 열이 받기도 하지만 결국은 맞는 말이기 때문에 수긍할 수 밖에 없다.

나조차도 경제살린다고 범죄자에게 투표한 멍청이들이 사는 나라에는 정이 떨어지고 있으니까...

어쨌든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서 추천은 하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거부감이 상당할 수도 있으니까 보실 분은 조심해서 선택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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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는 다고는 하지만 범주가 넓지도 않고 깊이있는 작품도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에 나의 독서 편력 또한 참을 수 없이 가벼웁지 아니한가?

어쨌든 간만에 근대 고전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밀란 쿤데라, 조지 오웰, 움베르토 에코" 등에 도전해 보기로 하고 먼저 제목에서부터 시선을 잡아 끄는 체코의 세계적인 문학가 "밀란 쿤데라" 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부터 손에 잡았다.


이 책의 제목은 참으로 낯이 익다...

1984년에 출간된 이래 전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인용되었고, 도서,회화,영화,예술 등 다양한 파생 분야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어구이기 때문이다.

일단 손에 잡기는 쉬웠으나 절대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소설임에도 1인칭과 3인칭의 시점 변환이 제멋대로이고, (연애+정치+역사+철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려는 작가의 욕심 때문인지 복잡하게 얽힌 사건과 이념들이 소용돌이 쳐서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지하철에서만 책을 읽기에 망정이지 집에서 혼자 읽었더라면 다른 사람들 눈을 신경쓰지 않고 책을 찢어 던졌을 지도 모른다 ㅡ.,ㅡ
(원래 "움베르토 에코"를 먼저 시도했으나 "푸코의 진자"를 10페이지 읽고 집어 던졌음을 참회한다 ㅠ.,ㅠ)



1. 참을 수 없는 존재: 사랑과 소유

원래 소설상의 주인공은 "토마스, 테레사" 부부와 "사비나, 프란츠"의 4명으로 볼 수 있고, 그들의 관계는 "사랑"을 빙자한 "소유, 회피, 불륜, 자유" 등으로 설명되는 육체적, 정신적 혼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은 가장 먼저 "사랑의 대상과 그 행위"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 소설의 양식을 "연애 소설"이라고 판단하게 만든다.

프라하의 잘나가는 이혼남 외과의사 "토마스" 는 자유 연애를 표방하며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하고, 자신의 연애관을 존중해주는 Cool한 애인 "사비나" 라는 여자도 있다.

그러던 중에 잠깐 들린 시골에서 만난 웨이트리스 처녀 "테레사"가 무작정 프라하로 "토마스" 를 찾아오고, 둘은 동거를 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가까워 지고...부담을 느껴 피하기도 하고...외도로 인해 힘들어 하고...소유하기 위해 몸부림 치기도 한다.

화가인 "사비나" 또한 "토마스" 와의 연애를 즐기면서 "프란츠" 라는 저명한 학자를 불륜에 끌어들이고 다시 떠나기도 하는 등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유로운 성관계""의존과 피의존의 이성관계" 의 울타리를 서로 오고가며 "사랑" 이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을 이어 나간다.

사랑에 대한 각자의 관념은 "꿈 과 망상" 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토마스""테레사"의 관계는 바람둥이 토마스가 수심명의 벌거벗은 여자들을 무릎꿇려 놓고 노래를 시키거나 유혹하라고 시켜서 마음에 안들면 죽여버리는 꿈으로 구체화되고, 매일 밤 "토마스"의 머리에서 나는 낯선 여자의 성기 냄새에 몸서리 치는 "테레사" 는 그런 상상 속에서 "토마스"에게 선택되지 못하고 죽임을 당할까봐 고통에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 고통은 소설의 마지막, 그들이 늙고 삶을 마감할 즈음까지도 계속 반복되고 최후의 순간이 되어서야 "테레사"그런 의심과 소유욕의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

"사비나" 는 엄격했던 아버지와 고위 공직자였던 외조부에 대한 이성상을 옛애인인 "토마스" 와 현재 애인인 "프란츠"에게 대입하여 비교하고 즐기기를 좋아하고, 어느 한명의 남자에게 정착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연애자인 "토마스" 와는 그 정신적, 육체적 교류를 계속 이어 나아갈 수 있었지만, "사비나" 때문에 건실하고 부유한 가정에서 일탈하여 바람을 피게 되는 저명한 학자 "프란츠"는 정신적 공황을 느끼게 된다.

"프란츠"는 부유한 집안의 딸과 결혼도 하고 직업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만, 어린시절 변형된 그의 어머니상으로 인해 "플라톤의 여성의 이데아"를 찾고자하는 잠재의식이 있었고, 그것이 "사비나" 와의 외도로 폭발되자 그녀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하고 잘보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여자 "사비나""프란츠" 를 떠나 프랑스, 미국으로 떠나고, 남겨진 "프란츠"는 부자인 부인도 아니고 외도의 대상인 "사비나" 도 아닌 자신이 강의하는 대학의 못생긴 어린 학생과 다시 바람을 피우게 된다.

자, 그럼 4명의 남녀가 주장하고 보여주는 "사랑"의 가치는 정리가 되는가?

흠...난 잘 모르겠다.
@.,@

다만 직접적으로 주제의식이 표출되어진 부분을 책에서 인용해 보자.

-인생의 드라마는 언제나 무게의 메타포로 표현될 수 있다. 어떤 짐이 누구의 어깨 위에 떨어졌다고 말한다. 사람은 그 짐을 지고 갈 수 있기도 하고 혹은 지고 갈 수 없기도 하다. 짐의 무게에 쓰러지고, 그것에 대항해 싸우고, 지거나 이기거나 한다.
그런데 사비나에게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아무 일도...그녀는 한 남자를 떠났다. 그를 떠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가 그녀를 박해 했던가? 그가 보복을 했던가? 아니...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이다. 사비나의 어깨 위에 떨어진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2. 참을 수 없는 존재: 전쟁과 삶의 가치

소설의 배경은 소련의 침공이 시작되는 체코의 프라하인데, 그래서 1991년에 명배우인 "줄리엣 비노쉬,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을 때는 역사적인 이 사건의 이름을 따서 "프라하의 봄" 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었다.

소련군에 의해 점령당한 프라하의 모습과 점차적으로 그들의 지배에 적응해 가는 사회의 모습을 그려줌과 동시에 그 역사의 소용돌이의 중앙은 아니지만 적절하게 등장인물들을 얽혀들게 해 놓아서 작가는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면서 존재론적인 고민을 서술해 나간다.

"테레사" 는 사진가가 되어 전쟁의 양상을 사진에 담고, 스위스로 도망갔던 "토마스""테레사" 를 찾아 다시 돌아온 프라하에서 돌연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글을 잡지에 기고하여 병원에서도 쫒겨나고 비밀경찰들에게 감시당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 이전까지는 자신만을 생각하던 외과전문의 "토마스"는 그 사건으로 인해 병원과 사회에서 배제되는 과정을 통해 병원장, 형사, 편집인 들에게 타협과 회유의 선택을 강요 받는다.

그가 편하고 존경받고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창문닦이가 되면서 선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 이었을까?

작가는 여기서 난데없이 "똥"을 등장시킨다.

"똥" 의 더럽고 하찮음을 "하느님" 이라는 가장 고귀하고 손댈 수 없는 존재에 대입시킴 으로써 무게의 천칭을 비교하는 것이다.

"하느님도 똥을 싼다" 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 존재의 가치는 어떻게 되는가?

하느님은 고귀하니까 그 똥도 고귀한 것인가?
똥은 더러운 것이니까 똥싼 하느님은 더러운 것인가?


여기서 다시 저자가 서술한 책의 부분을 인용해 보자.

-보헤미아의 역사와 유럽의 역사란 개별적인 인간의 삶과 똑같이 가벼운 존재이다.
그것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깃털처럼 가벼운...휘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내일이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아...
아무리 정리를 해보려고 해도 나 자신조차 소설을 100% 이해하고 있지 못하니 제대로 안되네...

역시 책은 직접 읽어 보고 각자가 느껴봐야 하니까 다들 이 책 한번 끝까지 읽어보고 저와 함께 토론해 봅시다.

마지막 또한 소설에 등장하는 어구로 끝맺음 해 보겠다.
작가가 이 세상과 사람들을 움직이는 일종의 정언명령으로 나타낸 말.

"그렇게 할 수 밖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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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에 볼만한 공연을 찾다가 그나마 유명한 사람이 많이 나오고 매진이 많이 되는 걸로 고른 것이 "메노포즈"였다.

그리고 평소처럼 대학로 소극장의 불편한 좌석에 여친님을 앉히고 싶지 않아서 2층으로 된 큰 공연장인 "두산 아트홀"도 결정에 큰 역할을 했고...
(작년에 일반외과 무균형이 공짜표를 줘서 "형제는 용감했다"를 보러 와본 적이 있다)

포스터에 보다시피 "혜은이, 이영자, 홍지민, 김숙" 등이 출연한다.

사실 전문 뮤지컬 배우이자 "드림걸즈"2009 뮤지컬어워드 대상, 여우주연상 등의 수상경력에 빛나는 "홍지민"씨가 왜 "혜은이, 이영자" 씨의 뒤에 이름이 붙어야 하는지는 알수 없지만...

어쨌든 장기 공연중이기 때문에 더블캐스팅으로 운영되는데, 다행히 우리가 보러간 날은 메인 멤버인 "홍지민, 이영자"가 모두 등장하는 날이었다.
(이 두명은 2007년 공연에도 등장했던 원년 멤버이다).

사실 "홍지민"씨야 워낙 명성을 익히 들어서 놀라운 실력에 고개를 끄덕~끄덕~ 했지만 정말 놀랐던 것은 "이영자"씨의 노래와 연기였다.

지방흡입 사기 다이어트 사건 이후로 TV에서는 보기 힘들었는데, 그후에 뮤지컬계로 와서 2007년부터 "메노포즈"에 출연중이라고 한다.

육중한 몸매와는 다르게 춤도 잘추고, 노래도 상당히 잘한다.

그리고 더욱 돋보이는 부분은 "개그맨의 끼"가 돋보이는 순간적인 애드립과 유모어, 관객과의 호흡 이었다.

자신의 치부인 "다이어트 사건" 마저도 웃음의 소재로 이용하고, 질펀한 성적(性的) 농담을 늘어놓으며 남자관객의 무릎에 앉을 때...

나는 진정한 개그맨...광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배우 이영자"에 대한 재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유명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쉴틈 없이 웃다가 나올 수 있는 재미있는 뮤지컬이었지만 표를 사기 전에 유의점이 있다.

내용이 "갱년기 여성들의 애환" 이라는 점이다.

연일 매진 행렬이라기에 갔는데, 알고보니 아줌마 단체 관객들이 대부분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여친님이 재미있게 봐 주어서 좋았지만, 화이트데이에 여자친구와 볼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상당히 야하기도 해서 낯뜨겁기도 하지만...아줌마들은 정말 박수를 치며 박장대소 하신다 ㅡ.,ㅡ)

어쨌든 보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는데, 아들이랑 같이 볼만한 내용은 아니니까 나중에 누나가 미국에 들어왔을때 표를 사주고 보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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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손에 들게 된 이유는 얼마 전에 극장에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전우치"를 보았기 때문이라는 알량한 이유~.

사실 "홍길동전, 전우치전" 등의 이야기는 허구를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그 당시의 시대상과 현존 인물이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매우 흥미를 동하기 마련이나 이러저러한 버전으로 나도는 와중에도 너무 식상한 내용들이라 굳이 애써 찾아보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이왕 관심이 생긴 김에 찾아보게 되었는데, 대게의 판본이 아가들이나 보는 전래동화로나 남아있지 제대로 된 내용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책 중에 장편으로 이루어진 것이 "권오단"씨의 작품이라서 全6권의 장편 소설 "전우치전"을 시작하였다.


근간이 되는 조선시대 소설에는 중종임금때 실존했던 전우치라는 사람에 대한 내용인데, 원본에서는 궁핍한 민초들을 위해 임금에게 사기를 쳐서 황금 대들보를 만들게 했다가 빼앗아서 돕는 의적의 이미지 였다.

그러다가 도술만 믿고 너무 일을 많이 저지르니까 "화담 서경덕"에게 잡혀서 제자가 되어 산으로 들어갔다는 내용인데, 이는 영화상에 바탕이 되는 내용과 비슷하다.

하지만 소설 내용은 그동안 알던 전래동화와는 많이 다르다.


일단 소설 장르를 가르자면 (역사 소설 + 무협소설) 이라고 할만 하다.

패주 연산군 시절부터 시작되는 소설은 "무오사화"를 거치면서 조선의 무참한 상황을 보여주고, 그 와중에 사라지거나 은거하는 의인, 이인들을 등장시킨다.

"김종직,정도전,서경덕" 등의 실존 선비부터 시작해서, "허균"의 유명한 소설 주인공인 "홍길동"의 활빈당이 등장하고, "전우치"의 아버지인 "전유선"이 언급된다.

이후 20년이 흐른 후에 성인이 된 "전우치"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풀기 위해 조선 8도를 유랑하면서 겪는 일이 소설의 90%를 차지하게 된다.

그 여행 상에서 조선 성리학의 거두였던 청년 "퇴계 이황"을 만나 유학에 대해 논하고, "유의태"를 만나 의학에 대해 경쟁하며, 강호의 여러 고수들을 만나 무술을 배우게 되는데...


이때 이 소설의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인 "작가의 해박한 한국 지식"이 두드러 지는데, "유학"에 대해 말할 때는 "대학,중용,논어,맹자"의 사서 뿐만 아니라 예기, 춘추, 시경, 주역...등 다양한 학식을 바탕으로 진지한 인용과 논의가 이어진다.

"의학" 또한 마찬가지여서, 어렸을 때부터 의학을 배운 전우치가 팔도를 유랑하는 도중 여러 사람을 살리고 "유의태"를 만나 "구침자희"를 하는 배경에는 본초경, 침구갑을경, 황제내경...등의 한의학 원전이 실제 인용되며, 치료법이나 무술 시전 상에서 실제 혈자리(혈도)나 탕제 이름이 등장하여 신빙성을 확보한다.


게다가 전체적인 소설의 색깔이 "무협소설"의 색채를 띠게 되는데, "내공이나 경신술" 등 여타의 무협소설에서 등장하는 공통분모 이외에도 "본국검법, 신라검법" 등의 검술과 "이성계""태조검법과 각궁", 한국 고유의 무술인 "북수박 남택견", 봉정사 등의 사찰을 중심으로한 승가의 무술...

이러한 한국(조선)만의 독특한 무가의 계통을 자세하게 밝히고 인용하고 있어서 그간의 중국 중심의 무협소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또한 허무맹랑한 "무협소설"의 바탕을 벗어나고자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의 면모를 강하게 보여주는데, 갑자사화, 무오사화 등의 정변이나 연산군,중종 임금 시절 조선의 실상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고, 전우치가 팔도를 유람하면서 각 지방의 명소를 알려주고, 일본까지 건너가서 대마도를 유랑하고 일본의 조선 침략 음모를 분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는 방편을 사용하는데, 사람 이름을 소설 제목으로 사용하는 걸 생각하면 좀 유치하지만 "영웅호걸"의 이미지에 맞게 "전우치"가 조선8도를 유랑하는 동안 양반집 규수, 진주의 명기(기생) 자매, 일본 대마도주의 딸...등등 5명의 미녀들에 둘러싸여 애간장을 태우기도 한다.


결국 따지고 보면 참으로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면서 조선시대를 그려내는 무협활극 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큰 줄기를 잡고자 "조선 침략의 위기" 라는 설정을 가미한다.

"풍류문" 이라는 조선 고유의 문파는 원래 백두산, 지리산 등 5군데 명산에 숨어서 조선 무학의 전통을 지켜오던 문파인데, 그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연산군의 폭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여 일본, 몽고 등의 세력을 끌어들여 조선 왕조를 폐위 시키고 중원의 패자가 되고자 획책한다.

애초에 출생의 비밀을 밝히고자 8도 유랑에 나섰던 "전우치"는 본의아니게 계속해서 "풍류문"의 계획에 연루가 되고, 여행중에 만난 여러 의인들과 힘을 합쳐 조선의 위기를 막게 된다는 것이 6권의 방대한 조선 8도 유랑을 관통하는 줄거리가 된다.


1973년생인 젊은 작가의 의욕만큼이나 방대하고 깊은 내용의 이 소설은 "조선" 이라는 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의 일면 뿐만 아니라 학문, 의술, 무학 등의 잡학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아우르고 있으며 빼어난 경관에 대한 여행기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그 가치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도사 전우치" 라는 속세의 전래동화와는 내용이 많이 상이하지만, 그래도 엄청 재미있게 읽었으니 기회가 되신다면 꼭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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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의 사랑도 잘 모르고 챙기지도 못하면서 남의 사랑에 관심을 두고 살아갈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이 책 또한 친애하는 여친님께서 구입후 읽어보시고 내게 전하면서 꼭 읽어야 한다고 당부했기 때문에 본 것이지 애초에 특별히 손에 잡은 이유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책의 내용은 고스란히 매스컴에 보도된 것이 전부이다.

마흔 한살의 중년 남자와 서른 여섯의 유명 여배우의 1년 8개월 동안의 짧았던 사랑이야기...

그것은 여느 멜로 드라마나 영화보다 흥미롭다거나 구슬프지 않다.

"장진영" 이라는 여배우에 대한 호감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스스로를 냉정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남자나 내성적이고 갇혀진 틀에 맞추어 살아갔던 여자 사이의 연애는 남들이 부러워 하거나 감동할 만큼의 무언가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길고 지루한 서두가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비극적인 결말 때문일 것이다.

한창 나이에 열렬히 연기를 사랑했고 이제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는데 말기 암이라는 사형선고를 받은 비련의 여배우 "장진영".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헌신적으로 돌보고 마지막까지 함께한 "김영균".

그 결말이 주는 안타까움과 애절함이 그 둘만의 무미건조했던 사랑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눈물 흘릴 수 있는 로맨스로 탈바꿈 시켜 주었으리라.

내가 이렇게 혹평을 가하는 이유는 그런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둘만의 것으로 간직할 일이지, 사랑하는 사람의 사후에 책으로 발간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이다.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고인을 추모한다는 사람이 쓴 책이라기에는 목적성이 모호하고 내용 구성이 아름답지 못하다.

둘이 같이 TV 아침 방송에 나와서 아름다웠던 연애담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이 그녀가 언제 첫날밤을 보냈는지까지 시시콜콜 듣고 있어야 하나?

그녀와 주고 받은 문자 하나하나...
그녀의 함께 본 영화 한편한편...
그녀의 집에서 들은 음악 한곡한곡...

모두 잊지 않고 적어 놓은 것은 기특한 일이지만 그것이 그녀의 팬들이나 독자들이 원하는 것이었을지는 알수 없다.

추모를 하려면 그녀의 인생이나, 연기 경력에 대한 부분 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고, 그것이 차라리 고인을 기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적당히 각색해서 짧은 기고문이나 추모 단막극 형식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지도 모른다.

이건 뭐 신문 기사나 인터뷰 등에서나 잠깐 언급해야 할 말을 책까지 냈으니...
헐리웃 스타나 유명인의 안좋은 일이나 사후에 바닥까지 들추어 내려는 행태와 별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아무리 남편이 쓴 글이라도 공개적으로 죽은 사람과의 일을 알리는 것은 나에겐 꽤나 불쾌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두사람의 사랑에 감동받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나도 그 결말에 대해서는 눈물 흘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책은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니 혹시 자신의 감정과 다른 의견을 써 놓았다고 화내시는 일 없도록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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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래 경제적으로 트인 사람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멍청하게 당하는 사람이 되기 싫고, 남들과 대화할 때 없어 보이기 싫어서 Kospi, KRX, Kosdaq, DOW극장,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정도만 매일 확인하고(나의 Ipod Touch가 매일 수고하는 중^^) 신문 경제면이나 경제방송을 가끔 주시하는 정도이다.

일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장의 흐름에 떠밀려서 중국,브라질,러시아 등지의 이머징 마켓에 투자를 하였다가 마침 불어온 2007년 말기부터의 반토막 바람에 휘말려 된통 당한 후에는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콘제니탈 부자가 아닌 보통의 2~30대 젊은 층의 재투자 방법은 금융쪽 밖에 없기 때문에 내 주위에도 나처럼 소극적인 관심층과 더불어 현물, 주식, 옵션 워렌티 등에 적극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다.

그런 친구 중에 나와 대학교 6년을 함께 동고동락하고, 그리고 지금까지도 속을 터놓고 친히 지내는 전라북도 남원의 공중보건의 "유일한"옹께서 친히 새해 선물로 "앙드레 코스톨라니 투자전서 全3권"을 택배로 보내 주었다.
(그래서 현재 읽고 있는 책이 2권이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물받은 책을 먼저 읽어버렸다~)

흔히들 투자의 귀재라고 한다면 "워렌 버핏"을 떠올릴 것이고, 경제학의 대부를 꼽으라면 "케인즈"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긍융 관계자와 현업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의 멘토, 정신적 스승으로 인정받는 사람은 다름아닌 "앙드레 코스톨라니" 이다.

1999년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80년이 넘는 세월을 세계 주식 시장에서 활동했던 그는 투자 실적에 있어서도 두드러지는 존재이지만, 총 13권의 저작을 통해 전세계 300만 독자에게 선량하고 정직한 가르침을 전했기 때문에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였던 그는 대공황을 이겨내었고, 채권시장에서 러시아의 몰락을 이용하여 6000배의 수익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쌓기도 하였으며, 독일 주식시장에서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을 이루어서 매스컴이 일천하였던 그당시에 일반인들 까지도 알아보는 유명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발자취로만 그를 평가하기에는 그의 위상은 너무나도 높다.

주식시장에 정보를 주는 브로커나 돈버는 방법만 알리는 교언영색한 이는 많지만, 올바른 투자관을 가르치는 정직한 선생은 드물다...아니, 없다.

그런 점에서 "앙드레 코스톨라니" 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가르침으로 전세계적인 스승이 된 자이다.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한 투자를 지양하고, 항상 실패의 위험과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것을 통함 배움 또한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성공한 투자자란 많은 돈을 번 사람이 아니라 100번의 투자 중에 51번의 성공을 한 사람이다" 라는 말은 투자에서 왕도라던가 무조건 성공하는 법은 없다는 중요한 교훈을 알려준다.

또한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을 경계하였는데, 책에서 배운 이론으로 살아 움직이는 주식 시장을 재단하고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말한 것이었다.

그것은 투자시장이 "사람의 심리"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유동적인 세계라는 깨달음에 기인한 것이었다.

실제로 유럽 주식 시장이나 중개인 고용 회사에서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 보다는 실제 주식 투자 경험이 많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 바로 경험이 바탕이 된 증거일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매점매석으로 나타나는 현물(곡물,광물 등) 거래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투기성이 적은 국채나 채권에 대한 관심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투자=투기" 로 생각하고 일확천금을 노리기 때문에 알거지가 되거나 세력에게 이용을 당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주식에서 시작해서 선물 옵션 워렌티 등에 까지 손을 대서 점점 타락의 바닥을 뚫고 떨어지고 한강 투신을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꼭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그가 투자자에게 전하는 말은 아래 10가지 원칙으로 요약되는데, 이것은 실전 투자자 뿐만 아니라 "돈+심리"라는 세상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원리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에 새겨 놓아야 할 잠언으로 여겨야 한다.

1. 매입 시기라고 생각되면 어느 업종의 주식을 매입할 것인지 결정하라.
2.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충분한 돈을 가지고 행동하라.
3. 모든 일이 생각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4. 확신이 있으면 강하고 고집스럽게 밀어부쳐라.
5. 유연하게 행동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6.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 즉시 팔아라.
7. 때때로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리스트를 보고 지금이라도 역시 샀을 것인지 검토하라.
8. 대단한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을 경우에만 사라.
9. 계속해서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역시 항상 염두에 두어라.
10. 자신의 주장이 옳더라도 겸손하라.


다시 한번 좋은 책을 추천하고 손수 구입해서 원로에 보내어준 친구 "유일한"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어려운 독서 감상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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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나오키상 수상작이자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에서 한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소설인 "공중그네"를 읽고 매우 실망한 적이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이라부"라는 괴짜 의사의 괴상한 처방으로 치유한다는 그 소설은 뚜렷한 개연성도, 흥분되는 재미도, 따뜻한 결말도 결여된...

단지 "설정만으로 상을 받게 해준 전형적인 일본식 얕은 깊이의 결과물" 이라고 판단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게된 2권 짜리 본격 장편 소설인 "남쪽으로 튀어"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남쪽으로 튀어" 는 기본적으로 반사회적인 주장을 "개인 대 사회" 의 양태로 펼쳐내는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예전에 내가 그렇게 짜증났던 "일본식 적당한 가벼운 유머" 로 그 주제를 잘 포장했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은 독자층을 전공투(6~70년대 일본의 사회주의 투쟁) 세대를 모르는 일본의 청소년, 청년층으로 잡고 있는 듯 하다.

그런 내용을 독자에게 편하게 이입시기키 위하여 작가는 "지로"라는 초등학교 6학년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소설의 초반부에는 일종의 "성장소설" 의 형식을 차용하여 21세기 현대 사회의 작은 가정에서 "좌익 반사회 운동"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을 대변한다.

"지로" 의 아버지 "우에하라" 는 오키나와 미군 전투기 방화사건 등 전설적인 투사임과 동시에 좌익 운동권 지도자의 오른팔로 혁혁한 공을 세워 2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공안경찰의 감시를 받는 열혈 운동권 인사이다.

세금 및 국민연금 납세 거부 등, 일본 정부 및 나아가서는 "국가" 라는 체제 자체에 대한 완강한 거부의사를 온 몸으로 밝히는 투사이다.

하지만 "우에하라" 는 이른바 "내홍" 이라는 좌익 운동권 내부의 지배층 갈등 및 폭력 사태에 염증을 느끼고 사회에 대한 반항을 "단체에 숨은 한명" 이 아니라 "체제에 대항하는 한명의 개인" 의 자격으로 당당히 나서기 때문에 21세기 투사로서의 의미를 새롭게 한다.

예를 들면 다시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우에하라"를 이용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좌익 인사들을 두들겨 패서 돌려보내고, 규탄하기 위해서 찾아온 우익 인사들과는 티격태격 하지만 결국 "혼자 싸우는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투사요!!!" 라고 의기투합 하는 장면들 에서는 "좌익 VS 우익" 의 쓸데없는 이데올로기 싸움이 아니라 "개인의 주관에 의해 행동하는 아나키스트" 로서의 모습이 21세기 투쟁의 새방향을 제시한다고 판단되었다.

특히 소설의 2권 분량은 일본 남쪽의 섬인 오키나와 군도의 이리오모테 섬에서 투기 자본에 대한 자연,환경,전통 보호 운동을 하게 되는 내용이 나오는데, 거기에서는 국가와 체제에서 파생된 새로운 적으로서 등장하는 "기업, 자본가" 에 대한 분노를 통해 (냉전->반정부) 투쟁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회 문제와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고리타분한 내용 같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소설은 일종의 "개그 소설" 이다.

작가는 자신의 색깔을 지키며 끝까지 유머러스한 논조를 잃지 않기 때문에 긴 글을 재미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런 무거운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점은 내가 일본 작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네시로 카즈키" 와 비슷하기 때문에 더 좋았다.

어쨌든 원래 싫어했던 작가 였지만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좋아하게 되었으니 좋은 기회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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