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3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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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무라카미 류" 의 소설을 읽으면서 신나게 "무라카미 하루키" 를 까댔는데,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하루키"의 짧은 단편집을 손에 들게 되었다.
사실 그 작가에 대한 평가는 본격적인 장편소설을 위주로 하는 것이 맞겠지만 어찌보면 단편에 있어서도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이니 이 또한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본격적인 평가는 차후 완간된 "1Q84" 가 국내 출간되면 읽어보고 나서 계속할 생각이다.
이 책은 그의 대표적인 단편선집인데, "렉싱턴의 유령, 녹색의 짐승, 침묵, 얼음 사나이, 토니 타키타니, 일곱 번째 남자,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의 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으로 삼은 "렉싱턴의 유령" 은 제일 앞에 수록되어 있으니 대표적일 것이라고 생각되나, 사실 본인이 밝히듯이 자신의 경험을 적은 일종의 수기나 수필의 형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에 반해 "녹색의 짐승, 얼음 사나이" 등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기괴한 소재를 이야기로 풀고 있기 때문에 이것 들에서 작가의 단편 작품의 색깔을 느껴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은 "토니 타키타니,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와 같은 묘사와 서사의 사이에서 묘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향수가 있는 글 들이다.
특히 2004년에 영화로도 제작된 "토니 타키타니" 의 경우에는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이치카와 준"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구체적인 이미지와 "류이치 사카모토" 라는 세계적인 거장이 만든 섬세한 음악까지 곁들여 져서 의도치 않은 호강을 누리게 해주니 오히려 엎드려 감사를 하고 싶을 정도이다.
거기다가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1990년대 아시아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일본의 미녀 "미와자와 리에" 가 등장하여 "165Cm, 230mm, size2" 의 소설속 여주인공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었으니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소설 내적으로 본다면 이 글은 "고독" 에 대한 소고를 "토니 타키타니" 라는 괴상한 이름을 가지고 고독하게 살아온 이상한 미술가의 삶을 가지고 풀어내고 있다.
그 내용을 그의 글로 조금 들추어 내 본다면 이렇다.
"토니 타키타니의 인생에서 고독한 시기는 종언을 고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는 우선 그녀의 모습을 찾았다. 옆에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안도했다. 모습이 없을 때에는 불안감에 온 집을 찾아 다녔다. 그에게 고독하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은 기묘한 상황이었다. 고독에서 벗어남으로써 다시 한번 고독해지면 어쩌나 하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때로 그런 생각을 하면 그는 식은 땀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하지만 그럴 정도로 사랑했던 여자가 죽음으로써 그가 두려워 했던 것처럼 다시 고독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을 잊는 것이 두려워 아내가 남긴 731벌의 옷을 대신 입어줄 여자를 찾지만 결국 그것이 헛된 짓임을 알고 다시 천천히...천천히...잊어간다.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바닥에 앉아 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죽은 자의 그림자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과 동시에, 그는 과거에 거기에 있었던 것을 점차 떠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 색과 냄새의 기억도 어느 결엔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과거에 품었던 그 선연했던 감정마저, 기억의 영역 밖으로 뒷걸음질 치듯 물러났다. 기억은 바람에 흔들리는 안개처럼 천천히 그 형태를 바꾸었고, 형태를 바꿀 때마다 희미해져 갔다. 그것은 그림자의그림자의, 또 그 그림자가 되었다. 거기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과거에 존재했던 것이 뒤에 남기고 간 결락감 뿐이었다..."
그녀를 대신하고자 찾아냈던 여자 또한 결국 대체품이 되지는 못했고, 그는 옷과 구두 그리고 그녀에 대한 기억까지 하나 둘씩 천천히 처분해 나가게 되는 토니 타키타니.
참 씁슬하고 슬픈 내용이지만 그것을 무채색의 공간에 무미건조한 터치로 그려넣은 영화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인상깊었다.
책 자체도 그렇지만 영화 또한 볼만 하니까 기회 되면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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