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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5일 작성된 글입니다).

한참 무협지에 빠져있던 중,고교 시절에 김룡 소설 몇 개 읽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않겠노라...라는 광오한 생각을 가지던 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인 김룡의 소설을 무협지 입문용으로 권하고 있지만, 사실 그의 소설은 초기 무협소설의 원형을 완성한 문학적 의미 이외에도 너무나 훌륭점이 많은 작품들이기 때문에 첫 무협지를 읽는 사람은 2가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첫째는 무척 긴 내용과 기구하게 꼬여있는 스토리로 인해 그의 소설의 훌륭한 점을 알아채지 못하고 단순히 답답하고 지루하다는 생각만 가질 수 있다.
둘째는 처음 접한 무협지가 완전한 플롯과 서사를 완비한 하나의 문학작품으로서 머리 속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후 만나는 대만 및 한국의 단순한 영웅주의 무협지가 눈에 차지 않게 되는 것이다.

본인 또한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사 놓으신 영웅문 3부작으로 무협지를 시작했다.
“사조영웅문,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를 거쳐 “소오강호, 녹정기”등의 작품을 섭렵하였는데, 차후 접하게 되는 한국형 초기 무협지들의 단순하고 평면적인 인물구도와 奇緣, 奇寶가 난무하는 천편일률적인 내용에 많이 실망하고 쉽게 질리게 되었다.

하지만 또 오랜만에 한번 잡으면 그런 단순한 영웅주의 한국 무협지가 재밌는 것도 사실이다.
무협지 속의 협객에게 감정이입을 시켜 미녀들에 둘러싸여 세상의 오의하고 단기필마로 강호를 평정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일상의 피곤함과 지루함을 날려버리는 것이다.

어쨌든 요즘 또 한국 무협지들을 몇질 보다가 쉬이 질려버린 와중에 예전 김룡의 소설 중에서 내가 보지 않은 “천룡팔부”를 발견하고 오랜만에 10권짜리, 40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을 손에 잡았다.

이 소설의 대략은 2가지의 큰 의미로 나뉘어져서 10권의 방대한 분량을 복잡다난하게 엮어가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地緣”과 “血緣”이다.

1. 地緣- 국가를 위한 목숨.

김룡 소설의 특징 중의 하나는 다른 일반 무협지들의 배경이 단순히 중국 당송명청의 어느 시점 정도로만 간접 묘사되는 것에 반하여 시대적 상황을 밀접하게 소설의 내용에 적극 반영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번 천룡팔부의 시대적 배경은 송나라를 보여주는데, 그 공간적 배경은 거란, 여진, 서하, 대리국 등 여러 나라를 나타내어 그 시대의 역사와 이해관계를 스토리의 중요한 축으로 사용하고 있고, 이것은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보여지듯이 "강호상의 일개 필부라 할지라도 나라의 국민으로서 大義라고 할 수 있는 愛國, 救國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정신을 주지시킨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사람은 4명 정도가 등장하는데 그중에 대부분의 사람이 여러 나라의 황손이라던가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서 나라의 역사와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대리국의 단예, 거란의 교봉, 연나라의 모용복, 서하국의 부마인 허죽 4명이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단예와 모용복은 황세손과 황손으로서 중임을 맞고 있고, 교봉은 개방의 방주였지만 거란의 후예로 남원대장군에 봉책되며, 모용복은 과거에 사라진 연나라의 황족후예이고, 허죽은 우연찮게 서하국의 공주와 결혼하게 되어 부마가 된다.

이들은 각각 개인적으로 의형제와 원한등 각각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부딪히게 되는데, 그 중요 원인이 “국가”를 위한 충성이다.
이것은 아무리 훌륭한 대영웅이라 하더라도 자기 나라 출신이 아니면 “오랑캐, 도적놈, 살인마, 대역죄인”으로 몰아세우는 풍토에서 매우 씁쓸하게 나타난다.

그 중심에서 작가의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개방방주 교봉은 원래 송나라 한족으로 알고 살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거란족 출신임이 드러나게 되어 그동안의 광명정대하던 인품은 가려지고 거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림의 공적이 되어 쫒기게 된다.
그래서 찾아간 거란족에서 남원대장군에 오를 정도로 성공하고 거란 황제와 의형제도 맺지만, 결국 거란 황제도 교봉이 송나라에서 컸기 때문에 언제 반란을 일으킨지 모른다고 우려하여 교봉을 감금하고 죽이려 한다.

참...개인의 인품보다 출신 나라 때문에 원수가 되고, 자신의 인생보다는 국가의 운명 때문에 배신,살인을 태연하게 저지르고 정당화하는 인물 군상들이 슬프게 다가온다.


2. 血緣- 뿌린 씨앗 때문에 벌어지는 애증의 피보라.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혈연”이다.
특히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3명의 의형제인 “교봉, 허죽, 단예”는 모두 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 보아야 한다.

당시 중국 송나라에서는 一夫多妻가 흔했었고, “英雄好色”이라는 말도 있었기 때문에 소설 속의 등장인물과 많은 미녀들 사이에 雲雨之情이 난무하고, 그것에 의해 뿌려진 씨앗들이 자손의 대에서 등장하여 또 愛憎으로 얽히게 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버지가 강호 곳곳의 미녀들과 저지른 애정 행각 때문에 두고두고 고생을 하는데, 자식이 강호 출두하여 만나는 미녀들마다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 보니 모두 아버지가 같고 어머니만 다른 남매관계이고...
절정고수이지만 어리버리해서 답답함을 불러일으키던 바보는 무림의 천하제일, 태산북두 문파의 장문인의 사생아라니...

이런 일을 벌이고 뒷수습도 못하는 남자를 두고 “풍류적으로 산다”라는 한마디로 강호 중원의 영웅들은 용서하고 마는 어이없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단순한 치정에 얽매인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소설은 종국에 전형적인 비극의 형식을 따르게 되는데, 극적 긴장도가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 후반부 소림사에서의 영웅대전에서는 등장인물의 갖가지 얽히고설킨 혈연관계가 드러나면서 경악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그간 10권의 기나긴 내용 속에서 지나갔던 문제들이 한큐에 해결되기에 이른다.

물론 요즘 한국의 아줌마들이 보는 아침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은 사골곰탕처럼 우려먹는 단골 소스지만, 옛날 햄릿이나 고전소설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비극의 전형성은 잘 살리기만 한다면 그리 유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다.


어쨌든 오랜만에 쉬지 않고 몇일만에 10권, 40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을 독파했더니 눈과 머리의 피로도가 심하다.
하지만 그만큼 재미있었기 때문에 복잡하고 머리 아픈 내용의 소설의 책장을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또 절세미남인 청년고수가 수십 명의 미녀를 옆에 끼고 전설의 마교, 마왕 따위와 싸우는 한국 무협지를 보다가 지겨워지면 다시 무협의 고전, 김용을 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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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4일 작성된 글입니다).

나에게 “황석영”이라는 작가의 이미지는 그간 그리 뚜렷한 것이 아니었다.

때때로 어릴 때 아버지가 심어놓은 “장길산”의 충격이 “초한지”와 맞닥뜨려 “정비석”씨와 섞여들었고...
교과서에서 처음 만난 “삼포 가는 길”은 수능 문제 풀기용 한 단락의 단편이미지가 도대체 “이청준”인지 “황석영”인지 헷깔리게도 했다.

말인 즉슨 내가 그만큼 문학계에 대해 아는 바가 적고 깊이가 얕다는 것이다.
수능 언어영역, 외국어 영영 만점은 “문제풀이능력”에 국한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나를 문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했던 것 같다.
기껏해야 끝까지 완전히 읽은 소설은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어쨌든 이번에 읽게 된 “바리데기”는 오랜만에 내가 읽고 싶어서 구입한 책이다.
아니, 사실 나는 섬에 있어서 책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섬은 택배비가 비싸서 9000원짜리 물건사면서 7500원의 택배비를 낸 적도 있다 ㅡ.,ㅡ) 서울에 있는 누나에게 인터넷 서점 할인쿠폰을 보내주고 대신 사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보면서 “황석영”이라는 작가의 흰머리를 고정관념으로 가지고 있었던 나는 새로이 그에 대한 호감이 깊어졌다.

사실 이전에 봤던 “삼포 가는 길”, “장길산”이나, 작년 즈음에 지진희, 염정아가 주연한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했던 “오래된 정원”에서 느껴지는 gap들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작가 자체에 대한 일관된 이미지를 확립하지 못한 점이 그를 다른 사람과 쉽게 혼동하게 되는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책의 내용을 잠깐 언급하자면 4가지 정도의 플롯이 작가의 주관적 주제의식에 잘 버무려져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되었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1. 실제설화 “바리데기”.

우선 책의 제목이자 전체적인 스토리를 아우르는 “바리데기” 설화에 대해 조금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이 책을 사자 마자 엄마가 제목만 보더니 “어? 바리공주 이야기 아냐?”라고 아는 척을 하셨다.
나보다 윗세대 분들에게 “바리데기” 혹은 “바리공주” 이야기는 매우 친밀한 것이었다.

원래 “바리데기”는 버려진 딸...이란 의미 정도인데 원래 이것이 한반도 전역에서 펼쳐지는 굿(무속적인)의 일부로 퍼져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바리데게 내용만 따로 떨어져 나와서 설화처럼, 혹은 구전동화처럼 전해져 왔는데, 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바리가 접하는 “바리데기”설화 자체도 할머니의 입을 통해 전해져 나오는 옛날이야기였다.

“바리데기” 설화의 내용 자체는 일종의 영웅 서사시의 형식을 띤다.
버려졌던 왕가의 핏줄(^^;;)인 공주가 부모님과 세상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지옥을 가로질러 멀리 西天까지 가서 생명의 물을 가져와서 사람들을 구한다...라는 마치 오딧세이나 북유럽 신화에서도 볼수 있는 설정이 들어맞고 있다.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이 내용을 이해하고 간다면 그녀가 겪게 되는 고난, 멀리 서양의 끝인 영국까지 가게되는 여정...이런 것들이 “바리데기”설화와 매우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catch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황석영씨의 이전작인 “심청”의 같은 연장선상에서도 보자면 요즘 황석영씨의 창작 행보가 한국 전통 설화에 기반을 두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이 든다.


2. “북한”에 대한 내용.

사실 황석영씨는 친북...성향은 아니지만...물론 내가 판단할 정도는 아니지만 북한에 관한 활동을 해왔었고, 실제 북한을 다녀와서 작품을 쓰기도 했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북한의 어느 가정집에서 7번째 딸로 태어난다.
“바리데기”설화가 “7공주”설화라고도 불리우듯이 7번째 딸은 버리다시피 하는 존재이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사회주의 체제하의 그녀 가족은 어느날부터 찾아온 기근과 김일성의 사망...등으로 혼돈에 빠진 북한의 모습을 눈에 그려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결국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죽거나 중국으로 밀입국을 하게 된다.

여기서 단순히 황석영씨의 친북성향이 소설에 북한이라는 배경을 가지게 했다고 성급하게 판단할 수도 있으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느낌이 20%이고, 사실 다음에 말하게 될 3번째 코멘터리와 관련된 사실이 80%라는 근거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3. “이주, 고난, 화해”로 이어지는 흐름.

소설의 후반기에 주인공 바리가 정착하게 되는 “영국 런던”은 “바리데기 설화에서 말하는 西天, 즉 서쪽하늘 끝이라고 여겨도 상관 없지만 사실은 다양하고 굴곡많은 여러 이주민들이 만나는 하나의 ”인종 pool"이라고 판단된다.

여기서 바리가 만나는 사람중에 original 영국 백인은 에밀리 부인 단 한명이다.
그 이외에는 모두 파키스탄, 아프리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서 불법 밀입국 혹은 이주한 외지인들이다.
(심지어 바리가 결혼하게 되는 남성은 파키스탄 출신의 무슬림이다.)

따라서 위의 2번에서 언급한 “북한” 관련 내용이 굳이 작가의 친북 성향 때문만은 아니라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작가와 주요 독자층이 살고있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이주” 와 “난민”의 이미지를 현실화 할 수 있는 소재로써 북한 난민들을 끌어들였을 것이라는 것이 타당한 결론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그들과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
밀입국 단속, 마약에 빠진 친구, 911테러, 이슬람 내전, 런던 지하철 버스 폭탄테러...
이런 일들이 바리와 주위 인물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며 여기에 덧붙여서 주인공인 바리 개인의 시련이 더욱 가혹하게 몰아친다.

이 역시 “바리데기” 설화에서 이어지는데, 설화 상에서 바리는 많은 사람들의 고난과 원망을 짊어지고 서천에 가서 해답을 구하게 되고, 생명수를 얻기 위해 3년간 애를 낳아주고 갖은 고생을 하게 된다고 설정되어 있다.

바리는 18살에 런던에 정착하여 21살이 되는 3년간의 시간동안 위의 설화 내용에 상응하는 고난들을 겪게 되고, 마지막으로 그 고뇌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4. 주인공의 영적 능력.

설정상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영적 능력이 탁월하여 남들이 보지 못하는 영혼들을 볼 수 있고, 그런 유령들...게다가 동물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의 과거와 미래를 알수 있고, 꿈을 통해 현실로부터의 도피를 하기도 하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러한 영적 능력은 “바리데기” 설화를 그녀의 꿈속...혹은 심상적인 표현으로 나타내어서 현재시제의 소설 내용과 이어서 결론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소재가 된다.

단순한 흥밋거리 잠재 능력이 아니라 소설의 궁극적인 목적인 “고난과 화해”라는 명제를 풀어 내는 데에 현실에선 불가능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리의 영적 능력이 소설의 주제의식과 맞물려 나타날 때 등장하는 “할머니”와 강아지인 “칠성이”는 현실에서나 꿈속에서 바리의 생각과 행동이 작가의 전지적 주관에 맞게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일종의 나침반 같은 역할로서 (설화-꿈-정신세계-현실세계)를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또 어찌 하다보니 소설을 너무 분석적으로 읽은 것 같은데,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황석영씨의 수려하고 어색함 없는 서술과 묘사는 소설을 읽는 또다른 재미였다.

예를 들면 풍경을 묘사하는데

“봄이면 마을 빈터의 마른 잡초들 사이에서 한무리의 진달래들이 이 묶음 저 묶음 다투어 피어나 아침저녁 노을에 더욱 붉게 타오르고 드높은 동편 하늘가에 아직도 눈을 하얗게 얹은 관모산이 아랫도리를 안개 속에 감추고 떠 있었다...”라고 미려하게 표현하는 가 하면,

“팔다리가 쪼그라들기 시작하여 양 콧구멍에서 떼어낸 코딱지를 뭉친 것처럼 콩알보다도 작게 말랑말랑 해졌다가 팍 하고 터져버린다...”라고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한 표현을 보여주어 소설 속에 빠져 있다가도 깜짝깜짝 감탄을 하게 한다.

소설도 재미있었고, 황석영씨에 대해서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여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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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6일 작성된 글입니다)
(2008년 1월 17일 empas.com의 blog life에 선정된 글입니다).

이 소설은 워낙에 유명하니 먼저 읽은 사람도 많겠다, 그지?

여기 저기 추천이 난무하고, 무엇보다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 할아버지는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 때문에 그 휘광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두껍고(472p), 불친절하고(모든 문장기호 생략, 문단구별 생략), 메스꺼운(내용이...) 책을 손에 쥐게 된 이유는 이 소설이 영화화 되기 때문이다.

현재 촬영중이라는데 감독은 “City of god"의 감독이었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맡았고, 타이틀 롤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 부인은 ”줄리안 무어“가 맡아서 신뢰가 생긴다.

어쨌든 이 소설의 대부분의 감상평이 주제 사라마구 할아버지의 소설관인 마술적 초현실주의...뭐 이런 것과 인간의 이기심에 비판과 경고...뭐 이런 것에 많이 치중되어 있는데 사실 이 소설은 기획과 플롯이 매우 탄탄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런 사전지식과 선입관이 없다면 소설 자체의 충격적이고 흥미진진한 흐름에 좀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따라서 나는 좀 길고 지루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읽는 데 들인 내 기나 긴 겨울밤과 그때 느꼈던 소름 돋는 카타르시스를 남기기 위해 소설의 내용과 기승전결의 흐름에 따른 분석에 글의 중심을 두겠다.

1. 전조.

-소설의 시작은 한 남자가 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운전중에 눈이 멀면서 시작한다.
그러나 이 시력 상실 증상은 일반적인 암흑에 빠지는 것과 달리 세상이 하얗게 보이게 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안과병원에 간다.
안과 의사는 이 신기한 case를 연구하는 중에 집에서 눈이 멀게 되고...점점 눈이 머는 사람들이 속출하게 된다.

2. 전제적 정부의 대응.

-이 소설에서 배경은 현대사회의 어느 도시이다.
사라마구 할아버지가 포르투갈 사람이라 그런가...아님 도로에 돌이 깔려있다거나 낮은 아파트들이 도로변에 주~욱 깔린 묘사를 보다보니 마치 유럽의 어느 중소도시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어쨌든 안과의사는 직업적 사명감에 의해 이 시력 상실 증상이 전염병일 가능성을 상정하고 정부와 보건부에 신고를 하게 된다.

이때 웃긴 것이 정부의 대응인데, 일전의 명작 영화인 “괴물”에서 정부는 미군의 말만 믿고 사건의 원인인 괴물 조사는 등한시 하고 전염력을 무서워하여 송강호 일가를 쫒는 것에 더 힘을 쏟는 목적 전치의 상황을 재미있게 보았었다.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정부는 실명 사건의 원인과 치료법 개발에 힘을 쓰지 않고 현재 실명 증상이 확인된 유병자와 그들과 접촉하여 잠재적 발병 가능성이 있는 자들의 격리와 처리에만 신경을 쓴다.

그들의 주장은 “미친 개가 죽으면 광견병은 치료된다”는 것인데, 일견 맞는 말이긴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하지만 소설 상에서는 이 나라의 국적과 사회체제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뭐라 할 수는 없고...다만 정부의 우매함과 힘에 의지하여 억압적으로 통치하는 전제적 체제의 암맹부위를 풍자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 설정이 아닌 가 싶다.

어쨌든 정부는 유병자 및 보균자들을 시내의 정신병원, 체육관, 창고등에 격리수용을 시키고 그들의 외부 접촉을 막기 위해 군인들이 지키게 하며, 무단 이탈시 실탄 발포를 하는 등 강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심지어는 군인 상사의 입을 통해 “저들이 모두 죽는 것이 사태가 빨리 해결되는 길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게 한다.

3. 작은사회의 구성.

-이렇게 격리수용된 사람들 중에서 소설의 전지적 작가 시점은 하나의 정신병원에 수용된 사람들을 이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보여준다.

맨 처음 병원의 첫 번째 병실에 모인 사람들은 소설 서두에 등장했던 (안과의사와 그 부인, 그리고 맨 처음 눈이 멀어 병원에 왔던 남자와 그 부인, 눈 먼 남자의 자동차를 훔쳤던 도둑, 그리고 그 시간에 안과 병원에 있었던 백내장 걸린 애꾸 노인, 사팔뜨기 소년)등 “병원”을 매개로 하는 일단의 사람들과 (창녀였던 선글래스 여인, 이 창녀와 sex를 하던 남자, 그 호텔 청소부)등 창녀와 호텔을 중심으로 하는 사람들, 그리고 기타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관계에 연계된 사람들이 주요 등장 인물이 되어 소설을 이끌어 가게 되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이름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등장하는 사람중에 특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생각(의사)이나 행동(창녀)같은 전형성을 전제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과 일반인, 의존성이 강한 소년...등을 배치하여 익명성을 내세워서 이 작은 병실에서 구성된 사회에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고체계와 행동양식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단 한명의 예외가 있는데 그것은 안과 의사의 부인이다.
그는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특별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녀는 맹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식상한 비유이지만 “애꾸 왕국에서 눈이 두개인 사람은 병신이지만, 맹인 나라에서 눈이 보이는 사람은 왕” 이기 때문인데, 그녀는 눈이 멀지 않았으면서 맹인이 된 남편을 돌보기 위해 격리수용소에 들어오게 된다.

그녀는 독자적인 생각과 판단, 행동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존재인데, 눈이 보이기 때문에 소설의 전개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을 바라보는 작가, 독자의 눈이 되는 동시에 사건의 전개, 해결에 결정적인 관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제한이 있는 것은 작가가 이 암울한 세계에서 희망...은 아니어도 양심의 의미로 그녀를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그녀는 “볼 수 있다”는 잇점을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보다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먹여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 행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쨌든 소설은 이들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4. 무질서와 본능, 그리고 동물화.

-작가가 이 소설에서 중점을 가지고 보여주고자 했던 부분은 아마도 모든 인간이 공통의 장애를 가지고 평등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사회가 굴러가는지...그리고 문명의 창조와 이용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기문명화 되어있던 인간들이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수용소에는 계속해서 실명된 사람들이 몰려들어 가득 차게 되고, 모두 동일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의 시작은 마치 게임의 start 장면인 듯하다.
이성과 수치심을 가지고 있던 인간들은 장애의 한계로 인해 점점 그것들을 상실하고 그저 동물이 되어 간다.
그리고 본능에 따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작가는 그 순서와 단계를 잘 설정하여 보여주고 있다.

4-1. 배설욕.

-사람들은 군인들이 주는 배급품만을 먹게 되는데, 거의 먹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똥오줌은 계속해서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화장실을 잘 찾지 못하고, 화장실을 찾아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어서 화장실은 똥 천지가 된다.

처음에 수치심을 가지고 그래도 화장실을 찾던 사람들은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굳이 화장실 까지 가는 수고로움과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이젠 아무데나 똥오줌을 싸게 되고, 병실과 복도, 마당은 모두 똥 천지가 된다.

거기를 걷고, 기어다니던 사람들은 그대로 또 먹고 자고 하는데, 눈이 안보이니 수도를 찾아 씻을 생각도 못하게 된다.

이제 돼지가 되기 1보 직전이다.

4-2. 식욕.

-작은 수용소에서 식량의 자급을 할 여건도 안 되고, 맹인들에겐 그런 능력도 없기 때문에 비정기적으로 군인들이 주는 배급품에 식량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양도 적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가 더 먼저, 많이 먹는 지를 가지고 싸우게 되고, 식량에 대한 욕심에 배급장소에 갔다가 군인들에게 총살 당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작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적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은 바로 식량이고, 이것으로 인해 모든 불신, 다툼, 반목, 살인이 일어나게 된다.

4-3. 권력(이라고 쓰고 “폭력”이라고 읽는다).

-이제 식량이라는 재화가 수용소 사회를 장악하게 되면서 그것을 독점하려는 자가 반드시 나타나게 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힘과 권력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수용소에 갇힘 사람들 중에 또 다른 전형성을 대표하는 것들이 있었으니, 바로 “깡패”이다.
그들도 어차피 눈이 보이지 않지만 그런 나쁜 놈들끼리 연합하여 몽둥이와 총을 가지고 다른 맹인들을 협박하고 통치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먼저 총과 몽둥이의 힘을 과시해(눈이 안보임에도 불구하고) 맹인들을 대량 구타(학살)하여 힘과 권력에 대한 인정을 받게 된다.

속수무책인 맹인들은 기존의 고대,중세,근대 사회가 그러하였듯이 반항, 투쟁을 하자고 주장하고 토론을 하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서 총 앞에 서지 못한다.

결국 그들은 깡패들의 요구대로 가지고 있던 모든 귀중품, 현금을 내놓고 깡패들에게 배급을 받게 된다.

4-4. 성욕.

-좀 먹고 살만해 지면 인간들은 생존 본능 이외에 다른 본능...쾌락을 주는 본능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깡패들은 힘으로 수용소를 장악하고 식량과 권력을 손에 넣었으니, 인간의 인생에 관련된 3재인 “財, 色, 權” 중에서 2가지를 가지게 된 것이고, 당연히 남은 하나인 色에 치중하게 된다.

그들은 오만하게도 수용소에 있는 6개의 병실에서 매일 한 병실씩, 병실의 모든 여자를 깡패들의 병실로 보내도록 한다.

돈 뿐만 아니라 인권까지 유린당할 위기에 처한 맹인들은 또 분개하지만...특히 남자들이 분개하고 또 여자들을 추동하지만...결국 여자들은 다리를 벌릴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매일 밤 20여명의 깡패들에게 강간당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젠 돼지를 넘어서서 금수만도 못한 것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5. 결국은 사회전복.

-식량이 끊기고...불길한 전조로써 수용소에 전기와 수도가 끊긴다(물론 맹인들에는 별 상관 없겠지만...)
더 이상 인간들이 아닌 것들이 모인 돼지우리에서 다수의 돼지들이 들고 일어난다.

먼저 역할모델을 충실히 이행한 “의사 부인”은 독립투사와 같은 행동으로 광란의 sex party 와중에 깡패들의 두목을 가위로 살해한다.
두 눈이 보이는 사람에게는 맹인이 쏘는 총과 휘두르는 몽둥이는 그리 무서운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대장이 없어지면 다른 자가 그 자리를 대신할 뿐 바로 붕괴되진 않고, 몇몇 용기있는 맹인들이 의사 부인과 함께 깡패들을 습격하지만, 침대로 만든 바리케이트 뒤에서 쏘는 총에 맹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고, 다시 “의사부인”의 개입으로 침대에 불을 붙여 깡패들을 태워 죽임과 동시에 수용소를 불살라 버린다.

맹인들은 보이지 않는 불길에 타죽고, 압사당하지만 수용소를 뛰쳐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다...
예전엔 수용소 정문 근처에만 가도 군인들이 총을 쏴서 죽이던 군인들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 맹인들은 수용소를 나와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만...세상은 이미 끝나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눈이 먼 것이다.

“눈 먼 사람들에게 말하라, 너는 자유다. 가라. 너는 자유다...그러나 그는 가지 않는다. 길 한가운데서 꼼짝도 않고 그대로 있다. 그들은 겁에 질려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수용소라는 합리적인 미로에서 사는 것과 도시라는 미쳐버린 미로로 나아가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6. 눈먼자들의 도시.

-전기,수도,가스가 끊긴 도시에서 맹인이 된 사람들은 단지 “식량”을 찾아 손을 더듬거리며 도시를 헤메인다.

그들은 커다란 쥐새끼나 마찬가지이다.
여기저기 쓰레기를 뒤져 먹을 것을 찾고, 씻지도 않으며, 길거리 여기 저기에 내키는 대로 똥을 싸고, 남여가 홀레붙어 sex를 한다.

온 도시에 시체썩는 냄새와 똥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 도시를 뒤져 식량을 구하던 의사 부인도 서서히 지쳐가고, 대량 시체를 목격한 후 들어간 성당에서 석상들의 눈을 붕대로 가리고, 그림 속의 사람들의 눈에 흰 페인트칠을 한 장면을 목격한다.
누가 그런 신성모독을 했느냐 라는 문제보다 그것의 상징성이 더 무섭다.
신도 인간을 돌보지 못한다는 것인가?

책 중간에 의사와 의사부인이 나눈 대화가 기억이 난다.
“우리는 눈이 멀기 전에도 장님이었어요.”
“보이지 않는 걸 보려하기 때문인가?”
“아니요, 보이는 걸 보지 않기 때문이죠...”

결국 제일 처음에 눈이 멀었던 남자를 시작으로 다시 사람들은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궁금증일 뿐이다.

현실세계의 사라마구 할아버지는 결국 인간이란 동물, 그것들이 사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런 재미있는 소재를 찾아내었을 뿐이다.

영화상에서 작가의 생각들이 얼마나 드러날 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며 상상으로만 느껴졌던 그 끔찍한 광경과 구역질 나는 냄새들...그것들을 어떻게 묘사할 지도 궁금하다.

어쨌든 읽기는 힘들었으나 읽고 나서 많은 것을 남겨준 사라마구 할아버지,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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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6일 작성된 글입니다).

문화나 문체 차이때문인 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영어권 소설 보다는 일본 소설이 더 좋다.

특유의 담담함이나 유머가 있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 편하다.
(가네시로 가즈키 최고!!!)

그러나 이번에 읽은 책의 저자 "오쿠다 히데오"는 아무래도 과대 평가 받고 있는 듯 하다.

일본 문학상중에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아쿠타가와 상"과 "나오키 상" 등등이 있는데, 이 작가는 이 작품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이라부"라는 신경정신과 의사를 동일한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여러 종류의 정신병 환자에 따른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라부"의 과격성, 괴짜기질, 어린애 같은 접근 방식...과 그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다가 동화되고 자연치유되는 환자들의 모습이 반복되는 가운데 "웃겨 죽겠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하나도 "안 웃기다".

대형 병원의 후계자라서 돈 많은 정신과 의사.
병원 운영이나 환자 치료엔 관심도 없고 혼자 유치하게 놀기 바쁘다.
변태처럼 "주사"에 집착하여 환자가 오면 일단 비타민 주사부터 한대 찌른다.

이런 변태같은 설정으로 웃기려고 드는데, 일단 이런 억지 설정이 나에겐 별로 웃기지 않다.
(그냥 만화 작가나 하지...)

이런 작가가 억지로 독자에게 강요하는 캐릭터성에 의존하는 억지 설정 말고도 거슬리는 부분이 또 있다.

등장하는 모든 환자는 "강박신경증"에 국한되어 있다.

모든 환자는 자신이 신경쓰는 사람이나 직업적 트라우마를 가진 강박신경증 환자이다.

때문에 치료는 가장 간단한 "원인 제거" 나 "발산"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또 그 "해결"과정 또한 매번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라서 지루하다.

"이라부"는 환자가 누구든지 그 사람의 직업(야쿠자, 프로야구선수, 공중곡예사, 소설가)에 끼어들어 어설프게 흉내내고 웃기려고 한다.

공중곡예사가 오니까 자기도 서커스단에 찾아가 공중에 메달리고, 야구선수가 환자면 캐치볼 하자고 조르고, 소설가가 환자면 자기도 소설을 쓰겠다고 덤비는 형식의 반복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소설은 그냥 보통의 개그 만화만도 못하다.

게다가 이런 에피소드 나열식의 구성은 후속작품인 "인더풀"까지 이어지는데, 도대체 이따위 소설에 왜 권위있는 "나오키 상"이 돌아갔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단 하나의 풍자나 깊이있는 웃음,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나 웃음속에 눈물 흘릴 수 있는 감동 또한 없다.

역시 "XX상 수상작", "인터넷 최고 인기", "XX 서점 판매 1위"...등등의 말에 속으면 안된다.
된통 낚이기 십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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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6일 작성된 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해, 파리" 라고 하면 영화 Paris, Je taime 를 떠올리고, 나도 그랬다.

이런 책은 내 취향은 아니지만(게다가 오랜만에 보는 300 page가 넘는 책!!!) 누나가 사 놓았기 때문에 보게 된 책이다.

영화는 여러명의 유명 감독들이 paris 라는 도시를 공각적 주제로 삼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종류의 로맨스 스토리를 펼쳐내는 옴니버스 영화였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랑해"라는 말이 들어가긴 하지만 정작 러브 스토리는 없다.

저자인 "황성혜"씨는 조선일보 기자를 하다가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 사람이다.

30대 여성의 감수성으로...
그리고 기자라는 이성적 시각으로...

파리, 그것이 속한 프랑스라는 사회와 문화, 사람들에 대해 느낀 것 들을 적어 보여주고 있다.

오페라, 물랭루즈, 프랑스 음식, 길거리의 유서깊은 카페, 몽마르트 언덕의 가난한 화가...

이런 파리를 대표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고.
프랑스의 뿌리깊은 反美감정, 아프리카계와 이슬람계 이민자 문제, 낮은 혼인률, 저출산과 높은 동거율, 인구수보다 많은 개를 키우는 이상한 애완동물 사랑...

이러한 단순한 관광객의 눈에는 쉽게 들어오지 않는 민감하고 심도깊게 파리를 이해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언급하고 서술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기자로서의 의식이 발휘되는 것 같다.

아, 참.
그러고 보니 근래에 읽은 글 중에서...특히 여자가 쓴 책 중에서 이렇게 문장이 짧고 간결하게 쓰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애틋하고 기발한 형용사와 수식어가 붙어있지만, 결코 길코 늘어지게 장식하는 만연체는 없고 담백하고 정직한 문체로 글을 쓰기 때문에 300page가 넘는 책인데도 거부감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또 작가가 직접 찍은 감각적인 파리의 단면들을 담은 사진...
(에펠탑이나 성당들 찍은 풍경 사진이 아닌 책의 chapter에 어울리는 사진들이다)

어쨌든 싸늘한 가을 바람과 따뜻한 커피 한잔이 옆에 있다면 같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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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7일 작성된 글입니다).

어디에나 좀 엉뚱하고 자신만만한 사람들이 있다.

내 친한 친구 성진이는 한의대를 나와서 반년간 모은 돈으로 이번 10월초에 티벳,몽고,중국,네팔을 거치는 긴 여행을 떠났다.
학생때도 방학때면 혼자 배낭메고 인도, 중국 같은 곳을 한달 넘게 여행하고 오더니...
결국 자신 살고자 하는 방향대로 나아갔다.

이 책을 쓴 "김새봄"이라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이유로 방 3개짜리 집을 구하여 외국인을 가족으로 맞아 동거를 시작한 것이다!!!

영어 회화 학원에서 최하위 class에도 못 들어갈 실력으로 혼자 어떻게든 영어를 잘 해보려고 말 한마디 못하면서 외국인들 파티에 무작정 따라가서 끝까지 남고, 밤새 인터넷 채팅하면서 영어를 익히고...

집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온 룸메이트들과 "Sex and the city" 드라마를 보면서 수다를 떨고...

그런 말도 안되고 시트콤 같은 생활을 2년 하면서 이 여자, 결국 영어에 입과 귀가 트였고, 결국 3년에 걸쳐 세계여행에 떠나게 된다.

그리고 더 말도 안 되게 세계여행중에 만난 인도네시아 왕족 청년과 드라마 같은 로맨스에 빠져 국제 결혼까지 한다.

이 정도면 일을 벌인 것도 아니다...
"저질렀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이런 대책없고, 무대책한 일들을 저지르는 용기...
그것은 "자유로움"과 "자신만만"한 personality가 아닐까?

물론 나보고 하라면 못 하겠지만...부럽다.

p.s> 이 책의 뒷면에 적힌 주의사항이 너무 웃겨서 옮겨본다.
"경고: 이 책을 읽고 영어와 세계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독자가 벌이는 모든 일, 특히 외국인과 연애하기로 인한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서 저자와 출판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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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7일 작성된 글입니다).

이 책은 내가 굳이 읽어야 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구입한 책이 아니라 선물받은 책이다.

아마, 내게 필요한 것이 "마음의 여유"와 "자유"라는 것을 인지한 친구가 그의 마음을 담아 선물한 것일 것이다.

지은이는 여권에 200개의 도장을 찍으며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EBS의 지원으로 "장기배낭여행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은 사람이다.

물론 이 책은 그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장기 배낭여행자들에 대한 인터뷰와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장기 배낭여행이라 함은 정말 배낭 하나 둘러메고 1년에서 몇년에 걸친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지은이는 태국 방콕의 "카오산" 거리로 향했는데, 이곳에는 엄청나게 많은 게스트하우스, 식당, 술집, 길거리 시장...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객들이 1년 내내 넘쳐나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자립심이 강한 미국이나 유럽 젊은이들의 경우 배낭여행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 나와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으면서 내가 중요시 하는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만이 중요시하는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일어나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17세의 나이에 고교를 자퇴하고 인도로 떠난 여학생...
부부가 같이 회사를 퇴직하고 젊었을 때의 꿈인 세계를 걷는 30대 부부...

그리고 가장 빛나는 등장인물, 50이 넘은 나이에 부인에게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 부인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아저씨...

그들에게 학력, 돈, 집, 자동차...이런 것들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 확인하고, 찾아가고, 가지고 싶어하는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결심을 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 걱정...그런 것들이 한없이 유치하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살다보면 어느 순간 누구에게나 여행이 필요한 시간이 온다.
무엇인가 참을 수 없을 때 단 몇일이라도 좋으니 여행을 떠나보라.
망설일 이유는 없다.
자기 자신을 믿고 배낭을 싸면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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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5일 작성된 글입니다).


책의 원제는 "능소화-400년전에 부친 편지"이다.

출판 배경을 밝힌 저자의 글을 보면 이렇다.

1998년 4월 경북 안동에서 택지조성을 위해 분묘이장을 하던 중 남자의 미라와 편지 한 통이 발견되었다. 유물 조사 작업에 참여해 ‘원이 엄마의 편지’ 해독을 맡은 국문과 교수인 나는 마침 한국에 교환교수로 와 있는 기타노 노부시에게서 일본 간사이 외국어대학교의 민속박물관에 원이 엄마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일기가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나는 그 일기가 임진왜란 당시 안동에 침입한 왜군이 가져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편지와 일기를 바탕으로 400년 전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을 부부의 이야기를 소설화했다.
이응태는 안동의 무장 이요신의 둘째 아들로, 기골이 장대하고 머리가 좋아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이요신은 친구인 하운 스님에게서 아들 응태가 소화꽃을 들고 올 사주, 곧 죽을 사주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천하의 박색 여인과 결혼해야 응태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날로 집에 심어져 있던 소화나무를 모두 베어내는데…….

"조두진"씨의 글은 처음 읽는데, 생각보다 깔끔한 문체로 애절한 사연을 담아내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감수성이 풍부하거나 세련된 미학은 없는 것 같아 아쉬웠다.

연애, 사랑 소설을 쓰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10page도 읽기 전에 느껴졌다.

읽는 내내 눈을 사로잡지 못하고 겉도는 문구들 때문에 읽는 속도가 점점 증가하는(^^;;) 경험을 했다.

아마 짧은데다가 결과만 남아있는 사건을 가지고 글을 쓰려니 힘들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억지로 글을 늘리려 한 점은 오히려 단점이 되었달까?
(이 책을 빌려준 사람은 "연애소설이 아니라 무협지를 읽은 것 같았다"는 표현을 했다)

게다가...지나치게 원본 편지글과 역사적 고증 과정에 신경을 써서 책의 차례가 일반적인 소설 같지 않게 작가가 사건에 대해 발견한 순서대로 배열되고, 심지어는 글 중간에 새롭게 발견된 자료때문에 뒷이야기를 이어가는 부분은 독자의 감정선을 잘라버림과 동시에 소설의 목적과 주제에 대한 집중력을 흩어버리는 중대한 단점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어쨌든 200page 가량 되는 책이지만 1시간 남짓에 다 읽어 버렸다.

그만큼 소재와 내용이 흥미가 있기도 하지만 책장 넘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조선시대의 사랑과 영혼"이라는 말이 딱 맞는...

애틋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앞으로 길 가다가 "능소화"를 보면 한번 씩 눈길이 머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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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30일 작성된 글입니다).


이 책은 발간일을 기다려 구입을 부탁했을 정도로 기다리던 책이었지만 지방에서는 대도시인 광주에서도 1주일이나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애가 탔던 책이다.
(발간일에 서울에선 베스트셀러인데 지방에선 책 표지조차 구경할 수 없다니...ㅠ.,ㅜ)

유시민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1년 3개월 정도 지내고 사임한 후에 쓴 이 책은 지은이와 책 제목에서 나오는 심각한 정치적 색깔이나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이고 손에 잡힐듯 한...

그리고 일반 국민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일면 매우 민감할 수도 있는 문제들을 제시하고 전하고 있다.

가장 큰 맥락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이야기 인데, 그 전제와 방법으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주인, 즉 국민이 잘 알고 노력해야 한다" 라는 말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냉철하게 현시대에 대한 판단을 말해주는데, 사실 나 같이 어리고 한쪽에 물들기 쉬우며, 컴퓨터 앞에 앉아 공개되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소극적인 국민들에게 균형을 찾아주는 말들 이다.

예를 들어 이미 박정희때 부터 나라를 잘 살게 하기 위해 무역을 통한 "통상국가"로 방향이 정해져 버렸고, 이제 "민족경제론"이 발붙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박현채 선생의 제자들이나, 김대중 대통령이나, 또한 노무현과 유시민 또한 어쩔 수 없이 이왕 이렇게 된 마당이라면 "선진통상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 할 수 밖에 없다는 색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또 중요한 복지와 평등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단계를 넘어선 "사회투자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 하면서 언론의 무조건적인 혹세무민과 그것에 휘둘려 눈앞의 세금과 살림살이에 미쳐 자신의 미래를 내다 볼 줄 모르는 국민들에게 애타는 전언을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시각에 대해 놀란 점도 크다.

일반적으로 언론과 여론에서 판단하듯이 나 또한 유시민이 급진 좌파의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누누히 "양비론"적인, 혹은 "양시론"적인 시각을 적나라 하게 드러내어 독자들을 당황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말대로 "진보와 보수의 접점"이 없기 때문에 소통이 막히고 대립이 자라게 된 것이 맞는 판단인 것 같다.

둘다 틀린 말들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거시적인 시각이 아니라 상대방의 약점, 정치적 이략에 따른 트집잡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어쨌든...
앞에서도 말 했듯이 이 책은 제목과 저자에서 느껴지는 정치적인 무엇으로부터 벗어난...
유시민의 솔직한 걱정과 미래 제시가 담긴 책이다.

노무현 얘기도 없고, 정치적 얘기도, 대선에 관련된 얘기도 없다.
(다만 IMF를 불러온 원인이 김영삼과 한나라당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과 죄를 김대중과 노무현에게 덮어씌운 한나라당에 대한 매서운 비난은 있다. 나라의 경제를 말아먹은 놈들이 10년간 애써서 경제를 살린 사람들 보고 민생경제파탄범으로 몰아가는 부분은 나도 무척 열받았던 부분이고, 대다수의 "멍청한"국민들이 자신들의 원수인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의 모략에 넘어가서 자기가 살기 힘든 것을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놨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는 식으로 열우당을 비판하는 것은 정말 짜증 나는 현실이었다)

그의 머리속에서 고민하던 성장과 복지의, 세계화와 양극화의 흑백극점을 어떻게 융화하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잘 살게 할 것인가...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그러나 예리한 지적들을 말 해 주고 있다.
(때문에 한미FTA나 비젼2030등 복지정책 얘기만 나와서 실망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유시민은 그동안 정말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또 책 앞머리에 "丹城疏"를 적으며 나라에 바른 말을 하고 국민을 계도하여 앞장서서 욕을 먹겠다고 한다.
그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노무현의 남자 유시민, 여전한 언론탓",
"유시민 전 장관, 이젠 국민탓까지!!!"
라는 욕을 먹을 것 같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 부분에서는 정말 쓴웃음 밖에 지을 수 없었다.

그래, 엎어지든 깨지든, 반드시 옳은 말은 아닐 지 몰라도...
이런 문제에 대해 당략이나 사욕에 얽매이지 않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밝힐 줄 아는 똑똑한 바보가 한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는...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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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9일 작성된 글입니다).


원래 김훈 선생을 맹목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쓰는 소설의 소재와 방향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 재천이가 생일 선물로 준 "칼의 노래" 이후 2번째로 읽는 그의 소설이었는데, 사실 이 책이 2007년 4월 출간하여 베스트셀러이긴 하지만 내켜서 읽었던 것은 아니다.

누가 빌려서 읽던 것을 빼앗아서 읽은 것인데, 400쪽 가까운 내용을 슈르륵~ 읽어 나가고 말았다.

김훈은 소재에서 뭍어나는 강인함과는 달리 서사적이고 묘사에 능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만연체는 아니지만 장면과 느낌의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이 소설은 "병자호란"이라는 배경과,

"수성"이라는 이번 싸움의 특성,
"인조"라는 우유부단한 왕의 조연 전락...

등으로 어찌 보면 굉장히 지루하고 밋밋한 내용이 될 수도 있었다.

그 사이에서 긴장과 재미를 불러 일으킨 것은 "이조판서 최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의 대결구도 아니었을까 싶다.

主和와 主戰 사이에서 서로 대립하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애틋하게 바라보며...배려하는 모습은 남성적인 소설에서 남자다운 모습으로 눈시울을 뜨겁세 만들어 주었다.

개인적으로 최명길을 응원하였다.
일단 살고 봐야지...

입으로만 주체와 자주를 부르짖는 못난 유생보다 나은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명길이 인조에게 김상헌의 의견을 아예 내치지 말라 부탁하고...

역사의 아름다운 꽃으로 남는 것을 이상헌에게 맡기고...

자신은 역사의 돌팔매를 맞을 것을 알면서 주장하는 모습은...

정말 콧등이 매워 먼 바닷가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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