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5명이 극장을 찾아가는 극도로 꺼리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재밌는 영화였다.
사실 기대감이 매우 큰 영화였고, 공개된 소스가 이미 결말을 명백히 암시하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재미가 없어 실망할 까봐 우려했던 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평소 영화를 즐겨보지 않던 사람도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을 제시하였다.
(p.s: 영화의 주제도 모르는지...한국 포스터가 제일 구리기 때문에 다른 나라 포스터도 같이 가져왔다. 한국 홍보팀 미친거 아냐?)
1. 대니 보일.
역시 감독인 "대니 보일"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충격적인 내용 만큼이나 화려한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트레인스포팅" 으로 찬란히 빛났던 천재 감독은 이후 대중적으로 사망상태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치 "M 나이트 샤말란" 의 모습과 겹쳐져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이후 연출작인 "인질, 비치, 28일후"등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못만든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에 대한 대중적 기대는 너무 높았고, 그것을 만족시키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 아닐까?
하지만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그정도는 감내해야 할 부분이고, 그의 진정한 팬들은 그의 범작 마저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고마운 일이다.
어쨌든 매우 뻔한 내용과 낯뜨거운 대사, 열악한 촬영환경등의 장애물을 넘어서서 완성해낸 그의 영화는 그 자신의 영화인생에서도 그렇지만 세계 영화계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칭송받을 만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어떤 감독이 어떤 눈으로 찍느냐에 따라 인도의 뭄바이, 한국의 유흥가, 태국의 창녀촌이 어떻게 화면에 보이는 것이 달라지고, 꼬질꼬질한 빈민가 꼬마, 상처를 가진 악당, 슬픔을 숨긴 창녀가 얼마나 아름답게 보여지느냐가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대니 보일"은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 한가운데로 직접 들어가서 현실적인 슬럼의 모습을 담아내는 한편, "더러움의 합이 더 큰 더러움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원거리 상공에서 순차적으로 찍은 슬럼가 지붕의 모습이라든가, 공동 빨래터나 염색장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각양각색의 조각들을 이어붙여 멋진 모자이크를 만들어내느는 퀼트 사진 같은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준다.
또한 아마츄어 아역배우들의 생생한 모습들을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음영처리로 포장해 낸다.
그리고 헐리우드 자본에 영국 영화감독이 만들었다는 점은 "세련됨" 정도만 느껴질 정도로 철저히 인도적인 영화로 보이도록 연출하였고, 인도 출신 음악감독을 영입한 점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2. 원작 "Q & A"와 시나리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영화는 "바카스 스와루프"의 "Q & A"라는 원작 소설을 약간의 각색을 통해 거의 그대로 영화로 옮긴 것이다.
나도 읽어보진 못했는데, "대니 보일" 감독과 각색가인 "사이먼 뷰포이"의 말을 빌리자면 최대한 원작을 살렸다는 점에서 영화 내용을 가지고 짐작은 해 볼 수 있다.
작가는 퀴즈쇼라는 형식을 통해 절대적인 신분 사회에서의 신분 극복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주인공의 성장 단계를 통한 시간의 흐름을 이용하여 급격한 인도의 변화되는 모습과 빈민, 천민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사실 단순하게 교육받지 못한 천민이 퀴즈쇼에 나가 2000만 루피의 상금을 획득하는 내용이었다면 이 소설과 영화는 망했을 것이다.
여기서 원작의 힘은 "사랑"이라는 인류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그가 어렵게 사는 삶을 이겨가고 현실 극복을 위해 퀴즈쇼에 출전하는 과정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각색을 통해 재구성 되어진 전개 순서는 이미 영화 시작부에서 주인공의 퀴즈쇼 최종라운드 진출이 확정되어진 상황이고, 경찰의 고문을 받으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갔는지를 설명하면서 단순한 시간 전개를 다양한 시점으로 분산시킴으로써 지루한 흐름을 흥미 진진하고 복선을 깔 수 있는 바탕으로 활용하게 한다.
그리고 그 퀴즈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중에는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한 천민이 운명적으로 경험을 통해 알 수밖에 없는 답들이 등장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답을 맞추는 일이 주인공의 삶의 역경을 서술하는 일과 동일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결론짓자면 (경찰 심문->퀴즈 답 해설->인생 서술)의 단계를 반복하는 것이다.
물론 7개의 문제가 너무 쉽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너무 운 좋게 아는 것만 나오는 어이없는 설정이 거슬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영화 최초의 크레딧에 의해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How he did it? (어떻게 그는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을까?)"
a. he cheated(속임수).
b. he is lucky(운이 좋아서).
c. he is a genius(천재라서).
d. it is written(그렇게 쓰여져서->그런 운명이라서).
그래, 운명이라는데 어쩔거야? ^^;;
실제로 영화상의 주인공 "자말"의 입에서는 "destiny"라는 말로 나타난다.
3. 현실의 인도.
이 영화는 외국인이 보기에는 사실적인 빈민가 묘사나 아름다운 풍광, 발전하는 인도의 뒷모습...등 새로운 인도를 보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인도인이 보는 인도는 영국 출신 감독이 보는 눈과 다를 수 도 있고, 자신들의 치부를 외부인이 까발리고, 외부인들이 보고 즐기는 것을 달가와 하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의 무의미한 폭력 충돌과 살인, 방화...
고아를 납치해다가 팔다리를 자르고, 눈을 파버려서 앵벌이를 시키고...
처녀를 팔아먹고 폭력이면 무엇이든 가능한 무법천지의 세계...
온갖 쓰레기가 가득 찬 빈민가와 썩어가는 강물...
그리고 비웃듯이 높이 서가는 마천루의 건물들...
물론 과장된 면도 있겠지만 어느정도 들어왔던 인도의 솔직한 모습들 이었고, 비록 소설이지만 이 글과 영화에 분명 힘을 실어주는 묘사라고 생각한다.
덧붙여서 사실적인 인도 영화만의 특징, 집단 군무의 향연!!!
엔딩 크레딧 부분의 군무는 몇몇 사람들에겐 거부감이 들었겠지만 나는 흥겨운 인도 음악에 맞추어 화려하게 펼쳐지는 기차 플랫폼에서의 군무가 영화의 아름다운 엔딩의 여운을 더욱 짙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4. 희망과 사랑.
결론은 이거다, 희망과 사랑.
빈민가 소년의 착한 인생과 의심하지 않는 희망,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사랑.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역과 시간을 넘어서서 모두가 이해하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진부하다고 해도 할 수 없다, 그만큼 익숙하고 누구나 인정할 수 박에 없으며 누구나 감동받을 수 있는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종합적으로 이 영화는 모든 감독, 시나리오, 배우, 음악...모든 부분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미국,영국과 유명감독의 힘이 아니라 그냥 보통의 인도 영화였거나 아니면 동일한 내용의 다른 나라 영화였다고 해도 이렇게 성공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당연하다.
기껏해야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서 만족해야 할 만한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88개의 영화제 수상을 하고 2억달러가 넘는 흥행을 한다는 것은 조금 어색한 일이기는 하다.
어쨌든 그런 흥행 덕분에 한국에서도 아직 극장에서 볼 수 있으니 다들 빨리 극장으로 고고씽~^^
(아래는 이 영화의 수상정보...정말 놀랍다)
2009 아카데미 8개 최다/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음악상, 편집상, 촬영상, 주제가상, 음향상
2009 골든글로브 4개 최다 / 감독상, 작품상, 음악상, 각본상
2009 영국 아카데미상(BAFTA)) 7개 최다/ 감독상, 편집상, 작품상, 음악상, 각색상, 촬영상, 음향상
2009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ESBF)/ 최우수 기술 공로상
2009 엑설런스 인 프로덕션 디자인 어워드 / 동시대 영화상
2008 새틀라이트 어워즈(Satellite)/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2008 블랙릴 어워즈(Black Reel) / 남우주연상, 발전상, 음악상
2008 영국독립영화제(BIF)/작품상, 감독상, 신인배우상
2008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
2008 시카고 국제영화제/관객상
2008 카메리미지 영화제 / GOLD FLOG상
2008 아시안 필름 페스티발/ 관객상
2008 세인트 루이스 국제영화제/ 해외영화상
2008 전미 비평가 협회상(NBR)/작품상, 각색상, 신인남우상
2008 뉴욕 비평가협회상(NYFCC)/촬영상
2008 LA비평가 협회상(LAFCA)/ 감독상
2008 워싱턴 비평가 협회상(WAFCA)/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신인상
2008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CFCA)/ 감독상, 각색상, 유망연기상
2008 보스톤 비평가 협회상(BSFC)/ 작품상, 편집상
2008 달라스 비평가협회상/ 작품상, 감독상
2008 플로리다 비평가 협회상(FFCC)/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2008 피닉스 비평가 협회상(PFCS)/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아역남우상
2008 샌디에고 비평가 협회상/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음악상, 편집상
2008 남동부 영화 비평가 협회상(SEFCA)/ 감독상, 각색상
2009 캔자스시티 비평가 협회상(KCFCC)/ 작품상, 각색상
2009 센트럴오하이오 평론가 협회상(COFCA)/ 감독상, 각색상
2009 방송영화 비평가 협회상(Critics Choice)/ 감독상, 작품상, 각색상, 작곡상, 아역배우상
2008 미국제작자조합상(PGA)/ 작품상
2009 미국감독조합상(DGA)/ 감독상
2009 미국작가조합상(WGA)/ 각색상
2009 미국 영화 편집자 협회상(ACE)/ 편집상
2009 미국촬영감독협회(ASC)/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2009 미국미술감독조합(ADG)/ 미술상
2009 미국배우조합상(SAG) 베스트앙상블상
2009 미국 영화 음향 협회상(CAS)/ 음향상
2009 의상디자이너 조합상(CDG)/ 의상상
L.A. TIMES 선정 ‘올해 최고의 영화1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영화 TOP10’
롤링스톤지 선정 ‘최고의 영화 TOP10’
월 스트리트저널 선정 ‘최고의 영화 TOP10’
스티븐 킹 선정 ‘올해 베스트무비 TOP10’
L.A.영화 평론가 협회 ‘올해 최고의 영화10’
워싱턴 비평가 협회 선정 ‘최고의 작품10’
미국영화연구소(IPA) 선정 ‘올해 최고의 영화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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