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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9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성 내용이 매우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그래, 결국 보고야 말았다.

그래도 조금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감독의 의도와 의중을 100% 이해하고자 IMAX로 보아야만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단 한곳 있는 용산CGV에 예매를 하려고 대기중 이었는데 3일 전이나 되어서야 예매가 풀렸다.
게다가 티켓링크,맥스무비등의 예매 사이트에선 좌석 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꼭 CGV 홈페이지에서 예매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전국에 나같은 사람이 오죽 많겠는가...

17일 일요일 영화를 보려고 목요일부터 대기하다가...환자가 밀려서 어느덧 오후가 되어서야 컴터에 앉아 CGV 홈페이지를 보니 시간이 남아있는 것은 8시 조조와 10시50분 2회차 뿐이었고, 그나마 좌석은 맨~ 앞에서 2,3줄이 고작이었다.

IMAX에 대해 여러 커뮤니티에서 후기도 읽어보고 조사도 한 결과 H~L 열 사이가 가장 보기도 좋고 사운드 접점이기 때문에 음향도 훌륭하다고 들었건만...

이건 뭐, C열 앞에서 3번째줄, 그것도 측면이니 할 말이 없다. ㅠ.,ㅜ

그래도 꿋꿋이 2시간 30분을 뻣뻣해져가는 뒷목을 움켜쥐고 올려다본 결과, 대만족이다.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3가지 정도가 되겠다.
그럼, 또, 귀찮지만, 번호 매겨 가면서 말해 보자.

1. 감독의 화두- “참으로 얇은 善”과 惡의 경계“.

가장 먼저 왜 배트맨 시리즈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기용했는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3년 전 쯤 “배트맨 비긴스”를 보고 쓴 글의 연장선 이지만, 여타의 HERO 물과는 다르게 배트맨은 “태생의 한계”로 인한 고민과 방황, 우울함과 강박증 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표현해 내야만 했다.

특히 초기 배트맨 시리즈의 “팀 버튼”이 그려 내었던 이미지들이 3편부터 유아용 블록버스터 수준으로 격이 떨어지는 동안,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눈이 넓어진 초기 관객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고 그래서 배트맨 5편 무렵 부터는 “쓰래기 영화”라는 오명을 안티팬도 아닌 진짜 팬에게서 듣게 되었다.

그때 등장한 위기론 가운데에서 구세주로 뽑힌 것이 “크리스토퍼 놀란” 이었고, 그는 다소 무리는 있지만 이야기를 원점으로 되돌림과 동시에 영화 시리즈의 色을 180도로 완전히 바꾸어 놓아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의 진지한 모습을 선사하게 된 것이다.

그가 주장하고 싶은 바는 “비긴스”에서 시작하여 “다크나이트”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 보인다.

“비긴스”
에서는 배트맨의 탄생에 대한 설명과 함께 배트맨의 독특한 설정에 대한 부연 설명을 제시하는 것에 신경을 써서 사실 주제의식이 좀 약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善을 지키기 위한 단체가 목적을 위해 자신들만의 정의로 세상을 심판한다...
(좋아, 떡밥은 잘 던졌다!)

그들의 오만함과 감독, 그리고 배트맨이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얘기가 더 깊이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것을 얘기하기에는 영화 러닝타임의 압박과 ‘비긴스’라는 성격상 더 파고들어갈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정의” 또는 “善과 惡”이라는 절대 화두에 대한 연장 토론이 “다크나이트”에서 여러 등장인물로 대별되어 결론지어 지는 것이다.

“비긴스”
에서 “善의 절대성과 합목적성”을 얘기하고자 했던 감독은 “다크나이트”에서는 “개인으로서의 善”을 꺼내어 들어 “善과 惡의 경계”의 미묘함에 대해 스마트하게 떡밥을 제시한다.

이미 “비긴스”에서 고담시의 정의로 자리잡은 배트맨은 “다크나이트”에서 더 이상 주제의식을 설파하지 못한다.

대신 화두를 던지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쪽은 “조커”이다.

그는 영화를 두 갈래로 나누어 善에 대해 까발리려고 노력하는데, 자신이 악인임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惡에 대해 열변을 토하거나 찬양하지 않는다.

1-1. 첫 번째 노선은 “배트맨”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인데, 여기서 조커는 배트맨과 자신과의 “동질성”을 내세우며 “생각의 차이일 뿐 서로 별종인 우리 둘은 통하는 사이”라는 약간 사이코틱 하지만 묘하게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한다.

1-2. 그러나 후반부에서는 두 번째 노선으로 변경을 하게 되는데 그 매개체는 White Knight, 즉 “하비 덴트” 검사이다.
“하비 덴트”를 사이에 두고 배트맨은 그를 “현실세계의 영웅” 이자 “살아있는, 움직이는 善”으로 여기고 그렇게 만들어 간다.

반면에 조커는 오히려 “절대 善” 혹은 “고담시 마지막 양심”으로 불리우는 “하비 덴트”를 끊임없이 간질이고 건드려서 매우 얇은 시소 위에서 위태롭게 존재 할 수 밖에 없는 “완결성”을 뒤집어 버리려고 한다.

영화상에 등장하는 복선의 산물인 “양면 동전”과 조커의 “상하반전 조커카드”는 이런 면에서 상통하는 의미를 넌지시 제시하고 있었고, 결국은 “절대 善”이어야 했던 “하비 덴트”는 너무도 쉽게 “절대 惡”으로 넘어가게 되어 조커의 의도대로 세상의 섭리(?),논리(?)가 귀결되어지는 것으로 결말이 치닫는다.

하지만 감독은 적당한 “타협선”과 그 “희생양”을 잊지 않았다.

“타협선”
이라 함은 “조커”가 한 개인의 마음은 바꾸고 조종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인의 도덕이 사회의 도덕이 될 수 없듯이, 반드시 개인의 악함이 단체의 악함으로 표출되어 진다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제시하는 것
이다.

죄수들을 실은 배와 선량한 시민을 실은 배...

이렇게 2척의 배에 상대 배를 폭파시킬 수 있는 스위치를 주고 서로 먼저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싸우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생각의 완전성과 논리의 무결함을 확인하고 싶었던 조커 였지만, 결과는 그의 생각과는 정 반대로 나타난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이런 결말이 날 가능성 보다는 서로 죽고 죽일 확률이 높을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조금 억지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감독이 이 우울한 영화에서 단 하나의 희망의 메시지로서 “상황이나 핑계로 인해 모두다 악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애써 애처롭게 주장하고 싶어하는 바이니, 그냥 넘어가 주자.

대신 감독은 자신의 조그만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에서 가장 큰 카드를 버려야 했다.

“희생양”은 바로 “배트맨”
이었던 것이다.

“배트맨”은 감독의 애처로운 주장을 고담시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세상에 “절대 善”과 “착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 모든 惡의 책임을 뒤집어 쓰고 동전의 어두운 뒷면이 되는 것을 선택
한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빛을 더욱 밝게 하기 위해서 스스로 더욱 짙은 어둠이 되어야 하는...

White Knight를 빛나게 하기 위해 Dark Knight로서 뒤에 남는 것
이다.

2. 조커가 되어버린 히스 레져.

두 번째 감상 포인트는 고인이 되어버린 “히스 레져”에 대한 부분이다.

뭐, 워낙 극찬을 받을만한 연기였고, 역시 다들 평가를 멋지게 해 주고 있으니 별로 덧붙일 말은 없다.

“조커 역할에 100%충실했다”

배우에게 칭찬이 될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것이 재앙이었다.

훌륭한 연기를 하는 배우 중에 그 연기가 acting 이 아니라 실제 삶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배우들이 있다.

그런 배우들은 촬영 동안 연기를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역할에 빠져들어 그 인물 자체가 되었던 것이다.

이번 조커 역할을 위해 “히스 레져”는 6개월 가량은 골방에 갇혀 캐릭터를 연구하며 조커의 성격, 인간성, 악인이 되어버릴 수 밖에 없는 이유...등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맡은 역할이 극히 불우하고, 극히 암울하고, 극히 퇴폐적인 “조커”였기 때문에, 그의 우울증과 약물의존증을 부채질 했고, 그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조커 역할에 파고들었기 때문에 전혀 색다르지만 매우 완벽해 보이는 조커가 등장하게 되었다.
“팀 버튼”의 1편에 등장했던 조커는 매우 희화화 되어 있는 캐릭터로 여기저기 유머러스함과 카리스마를 뿌리고 다니는 멋진, 혹은 재미있는 악당으로 등장하였다.

하지만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그야말로 조커의 웃는 입이 진짜 웃는 모습이 아니듯이...

보라색의 웃긴 양복과 우스꽝스러운 진한 화장을 하고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우울함과 슬픔 등이 고스란히 남아 전해지고 있었다.

조금 괴팍하게 그려질 뿐, 절대 희화화 된 캐릭터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매우 디테일 하게 표현된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동자라든지...끝을 늘이면서 쩝쩝 거리는 말투...등으로 인해 단순히 극악무도한 악당이 아니라 정신적 트라우마와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연민을 느끼게 하는 매우 이중적이면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의 땀에 젖은 지저분한 머리칼...
군데군데 화장이 지워져 더욱 섬뜩해 보이는 화장...
불안정한 눈동자와 끈적이는 입술...

그가 연기한 조커가 대본에 딱! 맞는 조커는 아니었을지 모르나, 그가 창조한 조커는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정도로 정말 훌륭했다.

이전에 대배우인 “잭 니콜슨” 했던 역할이기 때문에 당연히 비교도 될 것이고, 부담도 많이 되었을 텐데...그것을 이겨내고...아니 아예 무시한 것 같지만...이런 명연기를 펼친 그가 이젠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또 한번 눈물이 난다.

그는 이 작품으로 영원히 영화팬들의 가슴에 살아 숨 쉴 것이다.

3. IMAX의 의의.

“난 그 영화 IMAX로 봤잖아”
라고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의미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아직 IMAX로 밖에 못 보았기 때문에, 일반화면으로 보고 난 후에야 그 훌륭함을 비교하여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IMAX 3D가 아닌 이상 2D는 그냥 큰 화면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의도적으로 IMAX 필름을 써서 영화를 촬영했던 것이다.

그런 영화를 1.85:1이나 2.35:1 정도의 일반 영화관에서 보고 나서 감독의 생각을 알겠다느니, 영화를 100% 즐겼다느니...그런 말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음향 시스템에 있어서도 20채널 가까이 되는 IMAX 포맷의 시스템은 현장감에서부터 다른데, 특히 국내에서 IMAX가 자연다큐멘터리 물로만 인식되어 있다가 이런 액션 영화를 IMAX 포맷으로 보게 된다면 새삼 그 위력에 놀라게 될 것이고, 왜 모든 영화들이 IMAX로 만들어 지지 않는 가 원망하게 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싸니까”

영화 제작 하기도 힘들고 제작비도 많이 들지만, 그렇게 찍은 영화를 돌릴 영화관 시스템을 구비하는 데에도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근데 그런 투자를 안해도 사람들은 영화보러 오거든...

어쨌든 영화 보러 가기 전에는 “왜 OECD 선진국인 대한민국 서울에 IMAX 영화관이 1군데 밖에 없는 거야!!!”라고 울분을 토했으나...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그래, IMAX 영화관이 서울에 한곳이라도 있는 것이 정말 고맙고 행복하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다행히 아직 극장에서 상영중이니까 아직 안 본 사람은 꼭 용산,인천,일산의 CGV에서 IMAX로 관람하기를 권한다.
이상 A4 5장짜리 길고 긴 감상평, 끝~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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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1일 작성된 글입니다).

미친듯이 보고 싶었다!!!

이정도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영화라면 당연히 개봉일 영화관에 가서 봐줘야 한다는 씨네키드의 어줍잖은 자격지심
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작년에 처음 이 영화의 기획이 발표되었을 때 영화계, 언론, 시민들이 모두 놀라서 열광했던 기억이 난다.

김지운
감독의 연출과 한국식 웨스턴이라는 영화 소재 말고도 단연 주목받는 부분은 바로 캐스팅이었는데, 대다수의 언론에서 “이 3명의 배우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꼭 봐야할 영화” 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며 기대감을 키워갔다.

그래, 그렇다.

이 영화의 존재 가치와 평가 잣대는 2가지로만 가능하다.

기획 의도가 그랬고, 감독이 의도한 바가 그랬고, 배우들이 출연한 것도 그래서니까...

1. 김지운 감독의 개인적인 욕심.

현재 젊은 충무로 감독 중에서 스타일리쉬한 연출과 함께 대박은 없지만 적당한 흥행 성적을 바탕으로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찍는 일에 별 어려움이 없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슷한 세대에 비교적 흥행감독인 “류승완”감독 조차 원하는 영화를 만들고 개봉하기 위해서 부인을 사장으로 앉힌 영화사를 따로 차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김지운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이 영화는 감독 개인의 “졸업작품”이다.

그가 청년기를 넘어 장년기로 가기 전에 하고자 하는 것,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것을 화끈하게 보여주고자 했고, 그는 그것을 차근차근 준비하여 대규모 제자작비와 믿을 수 없는 캐스팅을 성사시켰다.

2. 세명의 배우들의 기하학적 균형과 Scene 상의 비쥬얼.

세명의 톱스타를 기용하여 전면에 내세우면서 각각의 특색을 살려내어 개성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멋지게 보일 것.

이상의 지상과제를 앞에 두고 감독과 배우들이 고민을 거듭하여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영화상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다.

개인적으로 세명 모두 좋아하는 배우지만 영화상의 평가를 위해 따로따로 언급해 보겠다.

2-1. 송강호.
:자타공인 충무로 최고등급, AAA급 배우로 연기력 확실하고 영화를 살리는 맛에는 따를 자가 없으나 단점으로는 액션에 살짝 약하다는 점과 본격 오락영화의 단독주연으로 하기에는 2%부족한 점이 작용한다.

소고기로 치면 마블링 잘 된 횡성한우 혹은 정읍 한우, 그중에서도 부채살이나 안창살처럼 많이 먹긴 힘들지만 적은 부위로 최고의 맛을 내고 비싼만큼 값어치를 하는 놈.

이번 영화의 시높상에서는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모든 반전과 진행이 “이상한 놈”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액션 수위는 다른 2명의 배우에 비해 뒤지기 때문에 관객의 눈에 확~ 박히진 않지만 bridge 형식으로 이어지는 scene에서의 감칠맛 나는 연기로 인해 영화가 끝나면 “역시 주인공은 송강호!”라는 결론을 내는데 어려움이 없게 된다.

2-2. 정우성.
: 최고의 가오와 후까시를 자랑하는 남자 배우이지만 연기력에 대한 논란이 아직 남아있는 AA등급 배우.

하지만 지난 날의 후광에 빛나며 단독주연급 남자 배우로는 몇 안되는 (연기+흥행)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영화사나 감독에게 믿음직스런 배우.

소고기로 치면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한우 꽃등심이지만...너무 맛을 내려고 오래 구워서 맛을 버리는 일이 간혹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간혹 한국에서는 망해도 일본등 해외에서 대박(내 머릿속의 지우개) 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수입산 소고기인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사실 이번 영화에서는 존재감에서는 “송강호”에게 뒤지고, 후까시와 액션에서도 워낙에 “이병헌”이 부각되었기 때문에 나도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영화를 보고 남자는 “역시 정우성 형님 킹,왕,짱!!!”을 외치게 만들고, 여자관객들 눈은 하트로 만듬과 동시에 침을 줄~줄~ 흘리게 하는 환상의 액션을 보여주신다.

특히 난이도에서 가장 어려운 와이어 액션과, 말타고 추격, 총격씬등 환상의 액션을 보여주는데, 정두홍 무술감독이 요구한 것 이외에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후반부 기마대 역주행 씬 등...노력도 많이 했고, 그 결과 영화상에서 가장 멋지게 나온다.

인터뷰를 보니 일부러 대사도 줄이고 무심한 듯, 과장 없이 하려고 했다는데...그것이 오히려 좋게 작용한 것 같다.

2-3. 이병헌.
:사실 이병헌은 아직도 영화배우라기 보다는 TV배우라고 기억되는 경향이 강하다.

filmograph에 있어서 흥행작이라고 할만 한 것은 “공동경비구역 JSA"정도 밖에 없고, 국제적으로 영화로 상을 받은 것은 ”마리이야기“에 음성출연을 한 것 뿐...

반면에 “올인, 해피투게더...”등의 드라마에 있어서는 가공할 흥행력을 보임과 동시에 아시아권에서도 한류스타의 선두 대열에 서 있는 대스타가 된다.

신은 공평하다고 했던가...

그는 선이 굵은 멋진 얼굴과, 근육질의 몸매, 멋진 저음의 매력적인 voice를 가지고 있지만...
키가 작다!!!

그래서 단독 주연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다른 배우와 동반 출연, 그것도 주연급으로 같이 출연하는 경우에는 살짝 단점으로 다가온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처럼 환상의 기럭지를 자랑하는 “정우성”과의 원컷은 좀...지,못,미).

하지만 위의 흥행 결과나 신체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가 훌륭한 배우로 평가받아 헐리웃에 진출(G.I.Joe 였던가...현재 촬영중) 하고 여러 감독의 love call을 받는 이유는 뛰어난 연기력과 함께 배역에 대한 확실한 이미지 메이킹과 전달력 때문일 것이다.

“달콤한 인생”
등의 멋지게 나온 영화도 물론 그렇지만 “번지점프를 하다, 내마음의 풍금, 그해 여름”등의 영화에서도 보듯이 감정선의 흐름과 자연스런 연기가 버무려져 멋진 평가를 받았었다(근데 흥행을 못해서...).

어쨌든 이번 영화에서도 홍보 포스터와 짧은 예고편 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병헌의 force에 후덜덜~ 쩔지 않았던가!!!
그는 최고의 마적으로서의 자존심과 몰락한 지성으로서의 광기를 훌륭히 표현해 내어 김지운 감독이 원했던 이미지를 120% 구현해 내었다.

소고기로 치자면 정육점에서 큰 기대안하고 산 비육우 소고기인데 집에서 먹어보니...
왔다, 맛이 환상이네 그려~ 라는 느낌?

어쨌든 이로써 3명의 배우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와 함께, 이 영화를 볼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2가지 기준에 대한 설명을 마친다.

작년 이맘때에도 한바탕 난리가 났었지만, 제발 “스토리” 가지고 떠들어 대지 좀 말자.

무슨 100% 오락영화에서 “대부” 같은 완성도와 작품성 있는 플롯이나 서사를 따지냐?
(중간에 살짝 지루하다는 의견에는 어느 정도 동감 하지만...옥의티로 남겨두자).

나도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원작자의 의도를 무시할 필요는 없지 않냐는 것이다.
코메디언 노홍철씨한테 “넌 왜 방송에서 진지하지 못하고 맨날 요란하기만 해? 생각은 하고 사냐?”라고 해 봐야 별무소용이란 얘기다.

그냥 재미있게 보자.

남미의 흥겨운 리듬이 살아있는 듯한 BGM에 맞추어 멋지게 기차를 털고, 총을 겨누고, 말을 타고 벌판을 달리고...아드레날린의 폭주를 느껴보자.

속이 시원한 청량음료 같은 재미만 빨대로 쪽쪽 뽑아 보자.
아싸~

p.s>스포일러를 줄이려고 영화 내용에 대한 글은 되도록 안 쓰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살짝씩 정보가 드러나 있으니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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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0일 작성된 글입니다).

동일 소재, 2개의 다른 결과물을 비교하는 글을 안 쓴지 오래 되었다.

한참 그런 일에 재미를 느낀 때가 있었는데, 일단 주관적인 애매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절상 혹은 절하 하기에는 여러 작품들에 미안함을 느낄 만큼 내 지식과 감성이 조그마 했기에 몇 번 하다가 그만 두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교가 되면 나보고 어쩌라구~

열흘 전 즈음에 서울의 모처...
굉장히 큰 체육경기를 위한 hall이었다.

사실 나는 가수 김장훈씨의 콘서트인 줄 알고 갔다.
하지만 알고보니 “크로싱”이라는 한국 영화의 시사회장이었다.

시사회에서 가수가 나와서 30분이나 노래 하는 것도 처음 봤지만, 이런 대규모 시사회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좋은 의도의 영화이기에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했으나, 이 영화의 기획자와 감독과 배우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어리둥절 했다.

10만명이 보는 전국 시사회를 열겠다고?
“Cry with us"라는 표어로 동정심을 유발해 보겠다고?
민감한 소재와 작위적 소품과 준비된 최루탄으로 울려 보겠다고?

사람들이 관심을 이 영화에 안 가져줄까 걱정이 되었나?
관객들이 자기네 영화를 이해 못 할까봐 걱정이 되었나?
바보들이 울어야 할 타이밍을 못 잡을까 걱정이 되었나?

이 영화가 12세미만 관람가이긴 하지만 유아용 영화가 아닌 이상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런 쓸데없는 행동들이 이 영화의 작품으로서의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 뿐일까?

일단 이 영화가 그들의 기획의도에 딱 맞는 조각구성이냐고 묻는 다면 나는 ?(물음표)를 붙여 주겠다.

감독인 “김태균”씨의 열정적인 추진력으로 영화가 만들어 졌고, “차인표”씨도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하는데, 그들의 비장함이 못내 씁쓸한 것은 왜일까?

전작만 가지고 평가하긴 미안하기도 하고 좀 잔인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김태균”감독은 데뷔작인 “박봉곤 가출사건”의 오오라를 잃어버리고 “화산고”, “늑대의 유혹”, “백만장자의 첫사랑” 같은 쓰래기영화(내 주관적 기준에), 즉 초짜 입봉 감독이 어쩔 수 없이 만들었다면 이해하겠지만 그것도 아닌 중견(?)감독이 이런 영화를 찍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엉망인 영화들을 자랑스레 필모그래피에 올려놓고 있다.

Junk food같은 가벼운 인터넷 소설들을 영화로 그래도 옮겨 놓던 감독이 어느날 갑자기 엄청난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진지한 팩큐맨터리 같은 영화를 가지고 나와서 “제발 같이 울자~”라고 말하면 쉽게 손을 내밀 관객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은 차인표씨의 어색하지만 진지하고 비웃을 수 없는 연기에 조차 너무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최대한 사실만을 전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처럼 담백하게 연출했다”라고 말해놓고 홍보는 “Cry with us"라니 너무 표리부동하지 않은가?

각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스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단 탈북자들의 현실과 그들의 경험을 1/10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맞는 말인 것 같다.

갑자기 차인표네 가족이 왜 어려워 졌는지,
잘 먹고 살던 차인표의 부인이 난데없이 폐결핵에 걸리는지,
차인표가 왜 갑자기 외국 공사관에 뛰어들게 되는지,
브로커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아들을 찾아 냈는지,

이러한 여러 가지 연결 고리들이 삭제되어 있어 영화가 각본의 부실인지 편집의 실수인지 애매한 부족함을 노출시키게 한다.

그리고 혼자 정처없이 헤메이는 아들을 그렇게 쉽게 찾아(내가 보기엔) 데려오더니, 결말에선 왜 굳이 그런 선택을 보여줘서 눈물을 짜 내게 하는 것인가?

여기서 비교되는 것이 “안판석”감독의 “국경의 남쪽”이다.

사실 “국경의 남쪽”은 상업적으로 평가하자면 망한 영화이다.

“안판석”
감독 또한 TV 연출자였지 장편영화를 찍은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평가절하 당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트렌디 드라마 경력과 “하얀거탑”같은 명작 드라마의 아우라를 쉽게 무시할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경의 남쪽”“크로싱”처럼 대놓고 북한의 찌질하고 처절한 현실을 보여주진 않지만 “탈북자”로서의 삶은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원에서의 일과 생소한 남한 생활,
북한에 남겨두고 온 사람을 찾기 위해 브로커를 고용하지만 사기당하는 일,
결국 세월과 삶에 사랑을 잊고 현실에 적응하며 남한 여자와 결혼하는 일,
다시 만난 북한의 옛 연인과의 어색한 해후와 이별...

이러한 일들이 "국경의 남쪽"에서 훨씬 현실적으로, 그리고 "크로싱""김태균"감독이 했던 말처럼 "담백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뭐, “크로싱”이 이렇게 나에게 욕먹을 이유는 없지만...
그만큼 안타까워서 이다.

어찌하다보니 몇몇 탈북자 분들을 만나 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분들이 “크로싱”을 보면서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안타까움을 해소해 준다고 생각하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크로싱” 제작진이 지금처럼 영화 자체로만 홍보를 하지 않고 대놓고 “탈북자 인터뷰” 형식의 광고를 내 보내고, “Cry With Us"라는 구호를 억지 주입 시키며 홍보를 해 댄다면...

과연 당사자인 탈북자들이 고마워할 것 같은가?
오히려 배신당하고 이용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어쨌든 시사회 가서 공짜로 영화도 보고 김장훈씨 미니 콘서트도 봐 놓고, 너무 욕만 해 댄 것 같지만...
젠장, 차인표씨...
왜 시사회에서 배우가 노래를 하고 그래요...

어쨌든 좋은 취지 때문에라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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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2일 작성된 글입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성 문구가 있습니다)

별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봤지만, 그만큼 작은 기대에 큰 보답을 해준 영화라 나름 만족했다.

이번 영화는 부모님과 함께 보았는데, 참 기분이 좋았다.

여태까지 대부분 혼자 영화를 보다가 서울로 올라온 후론 주말에 부모님과 함께 거실 TV로 영화를 보는데, 참 영화보면서 잔소리가 많으시지만...

이번 영화처럼 결론이 아리송한 스릴러 영화에서는 내가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을 캣치해 내시고 나름 완벽한 추리를 하시는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 영화는 흥행이 될만한 소재와 한국의 시기적절한 대선, 그리고 그를 이용한 막대한 홍보까지...
성공할 만한 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 이유를 꼽자면 한국 홍보의 실패독특한 시간 구성에 대한 관객 적응 실패 라고 볼 수 있겠다.

한국 관객들은 아직도 Name value에 크게 티켓 구매가 좌우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인디애나 존스", "리셀웨폰", "다이하드" 등의 영화 브랜드 네임에서도 그렇지만, 관객들이 아주 바보도 아니고, 아주 전문가도 아닌 Sex, Sport, Screen 시대부터 길러온 나름의 영화관이 성립된 어설픈 전문가가 된 이후엔 특정 감독과 배우 이름에 몰리는 경향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게다가 요즘엔 스텦의 이름까지 팔기 시작하여 "트랜스포머 제작진", "300 제작군단" 등의 갖다 붙이기식 선전 문구를 각종 매체에 흘리곤 한다.

그런 와중에 너무도 엉뚱한 "밴티지 포인트"의 홍보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

홍보팀은 흥미 유발을 위한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저격당했다"라는 포스터를 도배했고, 한국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원치 않는 노이즈 마케팅까지 하게 되었으며, 나름 흥미를 끄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럴 필요 없이 가장 정석적인 홍보가 필요했으리라 본다.

예를 들어 이 영화의 출연진에는 "포레스트 휘태커", "윌리엄 허트"등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출신의 배우가 2명이나 있고, 비록 한물 가긴 했지만 올드 팬들의 뇌리에는 선명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데니스 퀘이드", "시고니 위버"등의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분명 실수이다.

물론 감독인 "피트 트래비스"가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고, 출연 배우들도 흥행배우는 아니지만 이미 영화 개봉 전부터 여러 커뮤니티와 게시판에는 완벽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는데도 메이져 홍보 수단에는 적극 반영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만큼 이 영화가 재미있고 잘 만들어 졌기 때문에 아쉬운 것이다.

스페인 마요르 광장에서 미국 대통령이 저격되는 사건의 전후 20여분을 가지고 이 영화는 2시간의 러닝 타임을 채운다.

방송국 직원, 대통령 경호원, 저격범, 협조자, 관광객...등등 총 8명의 주요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20분씩, 즉 160여분을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포멧은 굉장히 새롭고 흥미로운 시도이지만, 그것이 100% 순기능만 했느냐고 하면...
딱히 그렇지는 못한 것 같기도 하다.

8명의 사건 관계자가 주관적인 시선으로 동인 사건에 대한 현실 체험을 보여 주는 것은 일반적인 3인칭 서사 형태의 영화 흐름에 비하면 사건의 전모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고, 등장 인물들의 입장과 생각, 행동을 모두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해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똑같은 일을 8번 보는 것은 지루한 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영화나 책은 절대 두번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다!

사실 영화 자체에 집중을 하고 본다면 일반적인 3인칭 동일 시점 서사 형태의 영화에서도 영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사건의 전모를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감독의 특별한 암시나 오마쥬, 복선등은 놓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찾는 것도 또한 재미이고...못 찾더라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는 수준들 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독특한 8인 시점의 반복 서술 때문에 영화가 오히려 지루해 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노출되었다.

감독이 너무도 친절하게 당사자, 가해자, 방관자의 입장을 구구절절이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이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음과 동시에 납득을 강요하고, 더 나아가 지루함까지 안겨주는 것
이다.

사실 이런 포멧이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긴박한 시간의 흐름을 따르는 영화들...

제목부터가 모든 것을 암시하는 "11시14분" 같은 영화에서도 동일 시간에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여러 당사자들의 시각으로 재구성해 보여주었고, "스내치"나 "락스탁 앤 투스모킹배럴스", "범죄의 재구성"같은 영화에서도 전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이런 포멧을 따르고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가이리치"나 "최동훈"감독은 무모한 시도와 편집을 적절히 조절하여 전혀 지루하지 않고 긴박감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이것이 "피트 트래비스"감독이 비교되는 점인데, 그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8명의 인물에게 동일한 시간과 분량을 배분하여 사용하는데, 이것이 러닝타임의 낭비가 될 뿐더러, 관객에게는 지루함 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쫒기듯 시간 할애를 한 것이 원인인지는 몰라도 사건의 해결은 오히려 너무 서두른 감이 있고,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결말을 보여준다.

결국 주인공들이 직접 사건을 해결할 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이없이 차사고로 대통령을 구하게 되는 결말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예전에 목숨을 구해준 경력이 있는 오랜 친구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너무 순화되고 정형화된 미국 액션영화적 결말은 그나마 완성도 있는 구성과 배우들의 훌륭했던 열연을 잊어버리고 실소하게 만든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을 계속 하면서도 나와 우리 부모님은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글에도 결론을 내리자면...

역시 HD 캠코더는 좋구나!!!
1080i 촬영이 가능하니 방송국이 필요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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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3일 작성된 글입니다).

아~놔~

주말에 할 일이 많았단 말이다~.
밀려있는 “추격자, 밴티지포인트” 감상평도 써야 하고, “드래곤 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등 요즘 빠져든 판타지 소설 독후감도 써야 하는데...

게다가 오늘은 꼭 Clover Field를 보기로 마음 먹고 맥주도 냉장고에 넣어 놨는데...

밤 11시 30분 무렵, 무심코 켠 TV에서 “조제”를 다시 만났다.
(평소에 TV를 잘 보지도 않던 내가, 그것도 EBS 명작극장을 왜 보게 되었는지 정말 훌륭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조제”는 여전히 독특하고...사랑스러웠으며...매혹적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호랑이”는 무섭고 “물고기”는 이별로 인해 애틋하다.

지금은 너무 빛나는 스타가 되어버린 “츠마부키 사토시” “우에노 주리”를 보는 맛도 상쾌했다.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손에 든 리모콘을 놓는 것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무릎을 껴안고 TV를 보았다.

그리고 또...
그 담담한 결말에 또 눈물짓고 말았다.

그래, 정말 재미와 흥분에 취해 글을 쓰는 것이 얼마만이냐!!!

젠장, 그래 3년 전에 어느 밤에 이 영화를 처음 보고, 글을 쓰고, 잠들지 못했던 것처럼...

오늘도 맥주 한 캔에 새벽 4시를 맞으며, 담배 한대 간절한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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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9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이 영화 정말 보고 싶었다.

평소 영화는 많이 보지만, 워낙 편협하고 주관적인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고상한 시각을 위하여 해마다 아카데미 등의 수상작들은 챙겨보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몇 편이 있었는데, 대한민국이라는 멀티플렉스에 먹혀버린 문화후진국에서는 진짜 돈 주고 극장가서 영화보고 싶어도 절대 불가능 하다는 사실만을 뼈저리게 느꼈다.

작품상등 4개부문을 수상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전국 11개관에서 개봉했다.
서울을 제외하곤 지방에선 아예 볼 수 없다.
내가 보고 싶었던 “주노” 역시 제작비의 수백배가 넘는 수익을 내며 미국 박스오피스에선 10주 넘게 선전하고 있고, 여주인공 “엘런 페이지”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데다가 각본상 수상까지 했는데...한국에선 전국 50개관 개봉이 전부이다.
(게다가 빌어먹을 멀티플렉스에선 다른 영화 사이에 끼워넣기 해서 하루에 3회 돌리지도 않는다.)

그래, 닥치고 내가 알아서 보는 수 밖에...

어쨌든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고, 결국 보았고, 결과는 대만족이다.
(이번 글은 번호 매기면서 쓰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가 즐겁게 본 느낌 대로 평을 쓰겠다.)

영화는 시작부터 내 눈을 사로잡았다.
나는 별로 뛰어난 예술감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제에 뭔가 색다르고 멋있는 opening을 보면 감독의 감각에 대해 극찬을 쏟아내며 영화 전체에 대해 호의적이 된다.

이번 영화의 오프닝은 주인공이 실사 필름에서 animation化 되어 손으로 쓰고 색연필로 색칠한 듯한 credit과 함께 걸어나온다.

그리고 발랄하고 귀여운 입으로 조잘대는 “앨런 페이지”가 1갤런이 넘는 거대한 오렌지쥬스병을 들고 다니며 마셔댈 때부터 나는 그녀와, 그리고 이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제니주노”처럼 10대 임신을 미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4개월,3주...그리고 2일”처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노블리”처럼 임신을 소재로 드라마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딱 현실적으로(미국에서), Cool하게 영화를 보여준다.

영화의 각본은 “Diablo"라는 웃기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썼다는데, 이걸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근데 그녀는 전직 Strip Dancer 출신이며, 그녀의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그래, 약간의 드라마가 가미되긴 했지만 이정도가 딱 좋다.

철없는 16세가 등장하지만 그녀가 속한 사회와 주변 인물들이 간접적으로 말하는 주제의식이 너무 마음에 든다.

10대 임신은 “죽일년”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순한 실수일 뿐이다.
(뭐, 기독교도나 생명존중주의자들이 보면 뭐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긴장해서 안절부절하는 딸 앞에 진지하게 앉아 “뭐 나쁜 짓 했어?”라고 묻는 부모님.
그들은 “음주운전, 뺑소니, 마약...”등의 예를 들며 딸의 “나쁜 짓”을 추궁하지만 “임신”이라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안도”한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 준다.

“4개월...”처럼 극단적인 낙태도 아니고...
“제니,주노”처럼 사랑타령이나 하고 있다가 무작정 애만 싸질러 놓는 것도 아니고...

생명 때문에 낙태는 못 하겠고, 남자친구와는 확신이 없고, 나이가 어리니 키울 수도 없고...
결국 영화는 얍삽하게도 가장 현실적으로 안전하게 애를 낳아 완벽한 가정에 입양을 보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쨌든 작가의 세상에 대한 어투와, 영화상에서 등장인물들이 내 뱉는 대사중에는 너무 멋진 말들이 많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걸 종이에 적어, 말어?” 라고 망설이다가...결국 “에이 영화 끊기니까 그냥 보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했다.

아래부터는 그냥 인상깊게 본 Scene과 손벽 치며 들었던 대사들을 나열하겠다.

<Scene>
-오프닝의 애니메이션과 1갤런짜리 오렌지쥬스통.
-누워서 만삭의 배 위로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는 주인공.
-학교 식당에서 엄청난 양의 햄버거, 감자튀김, 슬러시를 먹으며 친구와 사랑에 대해 히스테릭하게 이야기하는 장면.
-한밤중, 어느 카페 앞 주차장에서 주차된 차 본넷 위에 누워있다가 주차위반 딱지 위에 편지를 쓰는 장면(양부모에게 줄).
-운동장에서 남자친구와 Kiss하며 친구에게 Fuck you~를 날려주는 장면.
-출산직후 침대에 남친과 나란히 누웠을 때 카메라에 클로즈업 해 잡히는 남친의 흙 뭍은 나이키 운동화와 주인공의 무지개색 양말...
-그리고 Last scene에서 나란히 앉아 기타치며 노래 부르는데...카메라가 zoom out 되어지면서 둘이 Kiss할 때...

<대사>
-남친: 난 많이 참고 있어. 화 내야할 사람은 나라고. 너를 무시할 수도 있어. 넌 심심해서 나랑 Sex한게 아니야. 그날 케이블 TV에선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 영화를 했었고, 넌 못 본 거라면서 같이 보기로 해 놓고선 네가 Sex가 하고 싶다고 한 거잖아.
-주인공: 넌 최소한 스웨터 밑에 흔적을 달고 다니진 않잖아(만삭의 배를 의미)...

-양부모(남): 난 아직 아버지가 될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주인공: 당신은 이미 나이를 많이 쳐먹었잖아!

-주인공: 다른 곳에 가보기 전엔 집이 이렇게 좋은 곳인지 몰랐어.

-아버지: 네가 기분이 좋을 때건, 나쁠 때건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아라. 그 사람은 네 엉덩이에서도 빛이 난다고 해줄 거야.


뭐, 대충 이정도다.
나열해 놓고 보니까 감흥이 덜 한데, 영화를 직접 봐야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 영화는 단순한 10대 임신을 소재로 한 영화가 되기에는 다른 많은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려고 한다.

주인공의 부모에 대한 얘기가 영화 초반에 보여지면서 이혼가정에서 아버지와 새엄마와 살지만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겉으로 보기에는 부자이고 완벽한 부부처럼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부족하여 입양을 앞두고 이혼하는 젊은 부부...

그리고 아버지가 말해주는 “내가 자랑스럽게 살진 않지만 불행하진 않다. 너도 너를 있는 그래도 사랑해 주는 사람을 찾아라. 지금 옆에 있지 않느냐?” 라는 따뜻한 말.

그래, 완벽한 사람도 없고, 성공적인 가정이란 것도 없다.
그냥 다들 행복한 방향을 찾아 살아가는 것 뿐이다.

어쨌든,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예전에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명작 동성애 영화가 개봉했을 때 어느 평론가가 이런 말을 했다.
“한국 땅에서 이런 소재를 편히 말 할 수 있는 시기가 오고, 그걸 이렇게 멋지게 풀어낼 수 있는 영화가 나오다니...”

그래, 이런 소재를 이렇게 멋지게 그려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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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31일 작성된 글입니다).

봄비가 내린다.
따뜻한 날씨에 가벼운 옷차림은 느닷없이 내리는 빗방울에 서늘한 목덜미를 쓰다듬게 하는 이질감을 선사한다.

예전부터 보려고 벼르고 벼르던...
Well made라는 추세에 멋지게 편승하여 승승장구한 “Seven Days"를 보았다.

그래, 走馬加鞭이라는 말이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한다.

한국영화계가 위기다 뭐다 하지만, 그 험난한 숲을 헤쳐 나가려면 정공법 밖에 없다.

좋은 극본, 좋은 감독, 좋은 배우.
이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지면 좋은 영화가 나온다.

당연한거 아닌가?
거기다가 요즘 한국의 영화 관객들은 수준높은 다양한 소스들로 인하여 눈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만큼의 학습효과로 인해 좋은 영화를 알아보는 눈도 좋아졌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는 만화책 광이고 영화광이다.
하지만 스캔본 만화책이나 대여점 만화책을 보긴 하지만 나의 기준에서 인정하는 만화는 모두 사기 때문에 현재 1500권이 넘는 만화를 소장하고 있다.
영화 또한 어둠의 경로를 통해 많은 작품을 보지만 “한국영화”만큼은 왠만하면 개봉관을 찾아서 극장에서 보려고 하고, 내가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DVD를 구입한다.

이것이 요즈음의 한국 관객이다.
한국이 부가판권 시장이 죽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Cine21이나 Moveiweek등의 영화 저널에서 밝혔듯이 소비자의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영화계의 문제가 크기 때문에 일종의 문화산업인 영화계에서 책임을 관객 개개인에게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억울하면 우는 소리 하지 말고 좋은 영화 만들란 말이다.
내가 사줄게!!!
영화 8000원내고 봐주고, 20000원내고 DVD도 사서 너희들 살려 주겠다는데 너네가 쓰레기같은 것만 만드니까 그동안 내 지갑이 자린고비가 된거 아니야?

어쨌든 사설이 길었지만, 이런 문제에 해답으로 제시되는 것은 앞서 말한 Wellmade의 트렌드이다.

“살인의 추억”때도 그랬지만 잘 만들어진 작품은 평단, 관객, 흥행...여러 부분에서 인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Seven days 또한 뭐 특출나게 뛰어난 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잘 해야만 하는 부분에 공을 들여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1. 열심히 하는 감독.

솔직히 “원신연”독이나 “김윤진”이 한국 최고는 아니다.

특히 나는 개인적으로 “구타유발자” 때부터 극찬을 하며 좋아하는 감독이지만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에 “원신연”감독은 그리 열광받는 감독은 아니다.

물론 “빵과 우유”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구타유발자”가 영진위 시나리오 대상을 받아서 나름 지위가 있지만 멀티플렉스와 다운로드의 행패에 시달리는 한국 영화계에서 그리 성대한 환영을 받았던 감독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실력은 언론의 평가나 관객의 화답과 무관하게 일정하다.
몇몇 감독들이 불경기의 영화판에서 입봉작을 잡고자 여러 문제와 타협하여 입봉의 압박과 흥행의 무서움에 무릎을 꿇을 때 자신의 주관을 믿고 펼쳐가는 잔다르크적 무대포 정신은 언젠가 인정받기 마련이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이전의 “구타유발자”에서 보여주었던 유니크함을 넘어서서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를 기다려온 관객에게 무한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다양한 각도와 앵글은 2~3대의 카메라를 돌려서 얻었다고 하고,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과 편집은 씬당 2초라는 엄청난 프레임을 과감하게 낭비해가며 만든 결과이다.

그리고 콘트라스트 높은 화면과 적그적으로 핸드핼드 카메라를 살려서 보여주는 장면들은 이 영화가 액션과 추격이 아주 조금 등장하는 소극적인 범죄스릴러 영화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긴박하게 긴장감을 몰아가서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겨움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게 한다.

현실과 무한 타협하지 않고 무쏘처럼 나아간 원신연 감독과 멍청한 언론은 이 영화의 엄청난 흥행에 놀랐겠지만 “똑똑해지는 관객”들의 말석에나마 엉덩이를 걸치고 있던 나로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칭찬해 주고 싶다.

2.
훌륭한 오프닝, 엔딩 시퀀스.

그리고 오프닝에서 제작과정의 어려움을 보여주듯이 각종 신용협동조합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동안 씁쓸함이 눈물로 눈 앞을 가렸지만...

살인사건의 범인 몽타주가 만들어지는 인쇄 기계와 그림들로 이루어진 오프닝 시퀀스는 간만에 한국 영화를 보면서 소름이 돋게 만들어 주었다.

“박찬욱” “최동훈” 감독 이후에 이렇게 시작부터 눈을 사로잡는 한국 감독은 없었다.

그리고 엔딩 시퀀스에서도 타자기에 쳐 지듯이 보여지는 크레딧은 정말 훌륭했다.

물론 고리타분하게 여전히 까만바탕에 하얀 글씨로 감독, 배우, 스탭의 이름을 올리는 영화들중에도 훌륭한 작품은 많지만, 감독의 능력은 연출만이 아니라 영화 전반에서 그 감각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에 21세기 현재에 있어서 이런 능력은 정말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

3.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출중했다.

주연인 “김윤진”은 Lost를 촬영하는 중에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을 결정하여 Lost의 season off 기간중에 잠깐 한국에 와서 빡세게 촬영을 했다고 한다.

솔직히 김윤진은 “쉬리”의 성공 후에 미국으로 떠났기 때문에 한국에서 그리 큰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아주 훌륭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어찌보면 “박찬호”나 “박지성”급의 국가대표라고 볼 수 있다.

“박찬호”가 겨울에 한국에 오듯이, “박지성”이 EPL이 끝나면 쉬듯이...

Lost의 간격에 조용히 쉴수도 있지만, “김윤진”은 한국에 와서 그 짧은 틈에 시나리오를 고르고 최고의 감독을 만나 멋진 한편의 작품을 남기고 다시 떠났다.

현재 배우로서의 “김윤진”은 잘 벼려진 한자루의 칼처럼 세상을 갈라 나아가고 있다.
그녀의 안목과 선택은 틀릴 리가 없고, 당분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도 세상이 그녀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배우인 “박희순”씨는 정말 최고다.

연극판에서 연기력을 갈고 닦은 그는 여러 언론에서 언급했듯이 “설경구, 송강호”를 잇는 대배우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우이다.

“Love talk"에서의 모습과, 얼마전 드라마인 ”얼렁뚱땅 흥신소“에서 본 그의 모습은 자신의 색깔을 지키면서 다양한 색깔로 팔렛트에 물드는 유화물감과 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의 선 굵은 얼굴과 허스키하면서 깊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는 그에게 깊고 넓은 Variation을 주었고, 젊음과 연기력은 그 다양한 역할에 완벽히 물들어 갈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아직 그 능력만큼의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최고의 평가를 받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조니 뎁” “팀버튼”의 페르소나 이듯이, 그와 잘 맞는 감독과 작품을 만나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김미숙”“오광록”이다.

“김미숙”은 등장하는 시간은 짧지만 영화의 전개와 복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등장하는 장면마다 원숙미를 뽐내며 절제와 폭발을 넘나드는 멋진 연기를 보여주어 관객을 농락했고, 결국 영화 종반에 이르러 절세의 눈빛을 보여주는 명연기를 선보여 주었다.

“김윤진”, “박희순” 같은 신진 명연기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와중에 떡~ 하니 등장하여 무게중심을 잡으며 “이런게 바로 연기야!!!”라는 말을 넌지시 던져주는 역할이랄까?


그리고 짧지만 굵게 등장하는 “오광록”씨는 독특한 개성으로 본인을 어필한다.

사실 그간 “오광록”은 나에게 “박찬욱”의 페르소나였다.
그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등 박찬욱의 복수3연작에 모두 출연하여 명연기를 보여준 조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요즘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본인의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이것은 웃기는 말투와 성량으로 인한 우연이 아니다.

4. 훌륭한 시나리오.

마지막으로 “Well made"의 3요소중의 하나인 시나리오를 보겠다.

이 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은 이미 미국 헐리웃에 팔렸다.

리메이크 판권은 사실 영화의 흥행이나 연출력 보다도 각본 스스로의 힘에 의해 판단된다고 본다면, 이 영화의 시나리오 또한 매우 훌륭한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유괴”에 대한 소재는 헐리웃에서도 여러번 사용된 진부한 소재이지만 대부분 테러리즘에 대한 역발상, 부모의 분노, 소영웅주의로 점철되는 단순한 라인을 보여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동양의 섬세하고 다양하다 못해 자질구레한 여러 가지가 얽히고 섥혀서 다양한 시점으로 보여지는 영화는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탐이 났을 수도 있다.
(물론 요즘 헐리웃 영화사들은 한국, 일본등 아시아 국가의 영화들에 대해서 꼭 영화화 할 것도 아니면서 판권부터 사 놓는 행태를 자주 보이긴 하지만...)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나리오상의 소재의 독특함과 전개의 긴박성으로 볼 때 얼마 전에 한국에서 개봉했던 “잔혹한 출근”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소재 자체로 보았을 때는 더 재미있었다고 판단된다.

뭐, 판단은 결과론적으로 볼 수 밖에 없으니까 이제와서 별로 할 말은 없다.


어쨌든 따뜻해지는 날씨에 느슨해지는 옷깃을 다시 여미게 해주고...
느닷없이 내린 봄비가 서늘함을 선사하여 다시 보일러를 켜게 해 주는 밤에...

혼자 맥주 5캔을 마시며 흡족한 기분에 새벽을 맞게 해주는 좋은 영화였다.

이미 새벽4시...
오랜만에 예전 대학때처럼 영화4편 연속 관람으로 밤을 지새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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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9일 작성된 글입니다).

역시 “극장판”이라는 허울 좋은 명칭은 과거의 휘황아래 팬들의 사랑을 울궈먹으려는 알량한 수작과 다름아니라는 사실을 통감했다.

드라마 HERO는 2001년 일본방영당시 평균시청률 34%에 빛나는 일본TV역사상 최고의 흥행 드라마였다.
이런 경우 일종의 흥행공식에 따라 Season제로 도입하여 시청률을 끌고 가거나 SP(special판)을 제작하여 방영하게 되고, 특별한 경우 영화화되기 마련이다.
(“춤추는 대수사선”, “언페어”등 영화화된 드라마 중에는 경찰수사영화가 특이하게 많기도 하다)

그러나 이상하게 HERO의 경우 초대박 컨텐츠인데도 불구하고 SP나 Spin off 시리즈도 나오지 않았고 영화화 또한 잠잠했다.
작품으로 보나 배우로 보나, 이런 흥행보증수표를 가만히 버려둘 바보들은 아닐텐데...

결국 2006년 TV에서 HERO 특별판 SP가 방영되어 시청자들에게 5년전 최고의 드라마였던 HERO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하고, 결국 2007년 극장판 HERO를 개봉하여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하지만 이런 흥행공식을 따르는 영화들의 공통점이 되는 점이 있는데, 전작인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별다른 재미를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간단히 원작 드라마의 설정과 등장인물만을 차용해 독자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가기 때문에 별도의 작품으로 대할 수 도 있겠지만 이번 HERO 극장판은 스토리마저도 드라마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드라마, 특히 특별판 SP를 보지 않은 사람은 흐름에 따른 재미를 70%정도는 “본인은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뭐, “드라마를 보지 않았는데도 영화는 재미있네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사람은 원래의 재미를 30%정도 보아 놓고 재밌다고 하는 것이니, 어찌보면 안타까운 상황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꼭 드라마를 보아라” 라고 아무도 강요하지는 않지만, 결국은 “드라마 안본 사람은 영화도 안 보는 것이 낫다”라는 말과 일견 상통해 보이는 것은 나 혼자뿐인 걸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어설프게 등장한 “이병헌”과 한국이다.
이 영화에서는 지나치게 “한류”라는 것을 의식한 나머지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는데, 참 거슬리기 짝이 없다.

영화의 배경이 갑자기 한국의 부산으로 바뀌어 쿠리우 검사와 아마미야 사무관은 부산을 뛰어 다니며 자갈치 시장, 남포동을 휘젖고 다니고, 청국장을 먹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들의 한국행이 되는 원인이 되는 사건의 축인 “범죄자의 용의차량의 한국유입”이라는 설정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는 점을 현실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에 무척 거북해 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에서 폐차되는 차를 한국으로 밀수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용의차량 또한 한국으로 몰래 들어왔다...라는 설정인데, 물론 일본의 스포츠카등의 희소 모델과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BMW와 벤츠등의 차량이 수입되는 경우는 있지만 다 부서져가는 일제 미니밴(봉고차)을 한국에 가져온다고 해서 누가 사겠는가?

그리고 “한류”라는 소스를 보다 완전히 이용하기 위해 “이병헌” 출연!!! 이라는 카드를 사용한다.
“이병헌”이 배용준만큼은 아니지만 “올인”등의 드라마와 “달콤한 인생”같은 영화 때문에 그래도 일본에서 손꼽히는 한류 스타라는 점은 광고하기에 좋은 점이었다.

그래서 이병헌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사람이라 “도대체 언제 나오나...”하고 기다렸는데 결국 등장 씬은 딱 2장면, 시간상 10초정도, 대사는 10마디가 넘지 않음...

과연 일본과 한국의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러나 영화에선 굳이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한국과의 커넥션을 만들려고 하고, 주인공들을 부산으로 보내 부산의 오밀조밀하고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마저도 그간 우리가 동남아시아, 특히 홍콩이나 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자주 보아온 장면들 뿐이다.
재래시장의 모습과...식당씬...그리고 한밤중에 문닫은 좁은 상점가에서의 카 체이싱과 추격씬...이런 진부한 장면 뿐이어서 안타까운 마음만 들 뿐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조연들의 비중이 너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드라마 상에서는 참 맛깔스러운 조연들이 다양한 캐릭터로 드라마상에 웃음과 감동을 주었는데...

뭐, 영화에서는 집중도 때문에라도 주인공에 스폿라이트를 줄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할 만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지지부진해서 답답하던 “기무라 타쿠야”와 “마츠 타카코”의 러브 라인이 직접적으로 언급, 묘사되고 어느 정도 결말을 짓는다는 것은 드라마의 팬으로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어쨌든, 아주 재미없는 영화도 아니고...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진부한 결론 밖에 못 짓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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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3일 작성된 글입니다).

Jumper...
속된 말로 “잠바”라고 불리우는 개념작을 보게 되었다.

사실 이미 본 사람들의 평가가 별로 좋지 않아서 망설였지만, 그냥 덮어두기에 이 영화는 매혹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결국 보고야 말았다.

내가 끌린 가장 큰 이유는 “덕 리만” 감독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의 히트작인 “본 아이덴티티”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먼저 생각하겠지만, 나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던 영화인 “GO"의 감독으로 강하게 기억을 남겼던 감독이다.
당시 가볍고 빠른 편집과 꼬일대로 꼬인 복잡한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낸 연출력을 보고 놀랐었고, “가이리치” 정도 되는 명성을 얻게 되리라고 섣부르게 예상했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GO" 이후에 연출한 ”본 아이덴티티“로 그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혜성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후는 탄탄대로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이런 액션 영화는 성공하면 당연한 거고, 망하면 잊혀질 뿐...감독의 역량을 100% 어필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때문에 액션 블록버스터 감독들은 “흥행감독”이라는 꼬리표는 붙지만, 꼭 그사람이 아니어도 그만큼은 할 수 있는 사람은 많다는 점에서 감독으로서는 그리 가치있는 자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찬란히 빛났던 그의 재능이 명성에 파묻혀 허울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닐까...걱정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꼭 내 생각처럼 망가지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멋진 배경과 CG를 적절히 섞어서 블록버스터의 재미를 잘 살림과 동시에 전투 장면과 도쿄에서의 벤츠 SLK 드라이빙 장면은 그의 빠르고 경쾌한 감각의 연출을 잘 살려낸 것 같아 좋았다.
(우리는 Car chasing scene의 명작이라고 불리우는 "Bourn"시리즈의 시발자가 “덕 리만”감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슈프리머시”와 “얼티매이텀”의 감독은 다르지만...)

그리고 배우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사실 “헤이든 크리스텐슨”은 그리 미남자도 아니고 연기력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어서 별로 호감이 안 갔다.

하지만 포스터에서 확인한 “제이미 벨”...
그는 그 예전 충격으로 다가왔던 감동의 명작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 그리 비중이 크진 않지만 매우 인상깊게 보았다(“킹콩”에서보단 낫다).

그리고 뜻밖의 수확인 “레이첼 빌슨”은 나의 헐리웃 여배우 편력의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게 되었다.
흑발에 하얀 피부, 골이 깊은 눈에 약한 나는 추운 겨울 빨개진 그녀의 코끝을 본 순간 빠져들고 만 것이다!!!

하지만 시높 상에서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디펜던스데이” “맨 인 블랙”도 있는 마당에, 개연성을 따지는 것도 우습지만 그래도 독특한 소재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토대가 미약하다는 점은 역시 “단순한 볼거리 영화”로 그치게 하는 한계를 만들어지게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어머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팔라딘의 존재와 능력에 대한 묘사가 상황에 따라 너무 제멋대로라 눈살이 찌푸려졌다.
점퍼들을 따라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정도의 과학력이라니...

어쨌든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가 나오는 영화지만 아주 좋은 점수는 주기 힘들겠다.
역시 “시간 때우기엔 좋은 영화” 정도가 적당한 평가겠다.
물론 이와 같은 용도로 선택한다면 95% 만족을 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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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2일 작성된 글입니다).

오우 Jesus!!!

간만에 극장이라는 곳을 찾아서 그간 쌓인 문화적 기갈을 풀고자 했건만, 제약된 시간으로 인해 보고 싶던 “내셔널 트레져”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무방비도시”도 아닌...

어이없게도 “내사랑”을 보고야 말았다.
내 돈 주고...

크리스마스를 지나 연말,신년 시즌이 되면서 또 사랑영화들이 극장에 걸리고 있다.
이런 시기적 잇점을 노린 기획성이 농후한 영화들에 일조하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닌데다가,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재미도 없고 허술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대놓고 “러브 액츄얼리”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잇는 영화라고 홍보까지 해 대니 기분이 더 나빴다.
위의 두 영화에 비하면 이 영화는 한 두수 정도 접고 들어가야 할 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가장 거슬렸던 부분은 역시 시나리오이다.
위의 사랑영화들을 흉내낸 멀티 커플 등장의 다양한 사랑 전개라는 점에서는 별로 나쁘지 않다.
순수한 대학생 커플, 4차원적인 지하철커플,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 옛 여인을 기다리는 프리허그 운동가.

근데 개연성과 구심점이 결여된 등장인물 구성은 난잡하기만 할 뿐 아무 의미도, 감동도 줄 수 없었다.

우선 4개의 커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없다.
“러브 액츄얼리”처럼 크리스마스라는 특정한 시간적 공유점을 갖지도 못하고,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처럼 1주일이라는 공통된 시간적 테두리 안에서 모든 인물들이 연결되는 공감각적 연계성도 제시되지 못한다.

기껏 제시된다는 것이 “개기일식”인데, 이것이 “사랑”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친절하게 류승룡의 입을 빌려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만 가지고 4커플의 사랑에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단 말인가?
크리스마스는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어떤 사랑이든 용납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개기일식이 일어난다고 죽은 여자가 살아 돌아오고, 갑자기 마음이 바뀌고,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뜬다는게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차라리 발렌타인데이로 하지, 왜?

그리고 각본의 설정상 가장 거북한 부분은 무리한 캐릭터 설정에서 절정을 이룬다.
등장인물의 직업이나 신분, 연령상으로 다양한 커플 관계와 사랑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은 알겠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무리수로 억지 설정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싶다.

4차원 소녀로 등장하는 최강희는 왜 지하철에 집착하고 괴상한 짓만 하는 걸까?
감우성과 이어주는 매개체가 지하철이란 것은 알겠는데 단지 특이한 설정이란 것 이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단순히 지하철에서 어이없는 놀이를 하는 둘의 모습과, 결국 지하철 기관사가 되어 2호선을 못 떠나는 감우성과, 낙서들이 아무 기승전결 없이 나열되었다가 갑자기 죽음과 눈물로 끝맺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시선을 끌려고 말도 안되는 캐릭터성을 강조하려고 했다는 의심만 남게 된다.
(심지어 예고편에서는 이 커플이 영화의 전부인 것처럼 보여지고, 홍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한 감독의 전작 영화들에서 빠져 나온 듯한 정일우 이연희 커플은 그나마 가장 정상적이고 개연성있는 드라마를 보여주지만, 어떻게 보면 이 커플이야말로 감독이 억지로나마 주장하는 주제의식인 “개기일식의 기적”과는 가장 동떨어진 커플이 아닌가 싶다.
도대체 개기일식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나마 류승룡 임정은 커플은 직접적으로 “개기일식”이라는 소재를 등장시키고 감정선을 이어가서 클라이막스에 이해와 화해(?)라는 기적아닌 기적을 가지게 되지만 영화 상에서는 극단적인 기다림과 괴로움으로 표현된 장면들만이 등장해서 상대적으로 주제의식을 대표하면서도 등장 분량은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근데 엄태웅, 넌 왜 나온거냐?
난데없이 6년전부터 “프리허그”운동을 해온 남자라니...
한 여자 때문에 6년이나 외국에서 고생하면서 기다려오다가 전화한통에 싹 다 잊고 세상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안아주는 것이...멋있어 보이기는 한다만...도대체 왜 “프리허그”운동가라는 것이 등장하고 결말을 장식하는 신파를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

이한 감독은 전작인 “연애소설”이나 “청춘만화”에서 나름 감수성 있고 예쁘고 애절한 사랑 얘기를 잘 만들어 내더니 왜 이번엔 이런 무리를 했을까 싶다.
물론 사랑영화 전문 감독이라 이런 기획 영화를 해보고 싶은 욕심은 이해가 가지만...
굳이 왜 그가 이런 시도를 하고 이런 졸작을 내 놓았는지는 쉽게 납득하지 못하겠다.

차라리 여러 감독과 함께, 혹은 혼자서라도 4개의 커플을 하나씩 쪼개어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었으면 독특한 캐릭터들과 설정을 잘 살리면서 억지성이 느껴지지 않는 독립된 좋은 영화 4개가 탄생했을지도 모르는데...
안타깝다.

하지만 영화에서 성과가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최강희” 누님의 변함없이 엉뚱하고 상큼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또 전혀 알지도 못 했고 기대도 안 했던 “이연희”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하고, 술을 깨서 부스스한 모습 까지도 이뻤고...
술집에서 일어나 율동과 함께 보여준 “허밍 어번 스테레오”의 “하와이안 커플” 노래는 정말 잊혀지지 않을 귀여움의 기억으로 뇌리에 낙인찍혀 버렸다.
계속해서 머릿 속에서 “귀여워~귀여워~웃을 때 귀여워~~~”라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어쨌든 어쩔 수 없이 본 영화이고, 돈이 아깝지만...
그래 돈이 아까워서 이런 글을 쓴다.
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