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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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은 어떤 만화인가!
전작인 "언플러그드 보이"의 인기에 힘입어 1998년 잡지 연재로 복귀한 "천계영"의 두번째 작품 "오디션"은 순정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나같은 남정네도 좋아할 정도의 재미있는 소재와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한국 만화계를 뒤흔들었고, 순정만화로서는 드물게 단행본 全10권의 판매량이 비공식 100만권을 넘었을 정도의 초인기작이었다.
때문에 2000년에 "오디션"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는 말을 들었을때 원작 만화의 팬으로서 누구보다 기뻐했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스타프로젝트2002"에 선정되는 등 낭보가 잇따라 들려옴에 따라 기대감 또한 커져 갔었다.
하지만 1년...2년...
시간은 하릴 없이 흘러만 갔지만 어디서도 "오디션"의 개봉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2007년이 되어서야 짧은 예고편 트레일러 동영상이 공개된다.
그동안 제작비 조달에 많은 문제가 생겨서 조금씩 만들어지다 중단되고...하다가 겨우 겨우 제작사인 "(주)라스코엔터테인먼트" 의 자체 펀드에 의해서 제작이 지속되었던 것이다.
어찌어찌 제작된지 10년이 지난 후에야...
2009년 12월 21일에 대망의 극장 개봉을 맞았으나...
10년의 세월동안 관심의 밖,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지워져버린 과거의 화제작 따위를 받아줄 배급사는 없었다.
결국 나라에서 헛바람을 불어 넣은 전력이 있으니 어찌어찌 개봉은 해야 하니까 선택된 곳이 비상업적 애니메이션 전문 상영관인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개봉이 확정 되었다.
10년만의 개봉이 치욕적인 단관 개봉이라니...
하지만 그 결과물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독자, 관객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었다면 지난 10년의 세월이 보상 받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으로 나이 31세의 부끄럼쟁이 남정네가 황금같은 토요일 오후에 혼자서 저 멀리 남산 중턱에 있는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까지 발걸음을 옯겼던 것이다.
(관객은 나까지 포함해서 5명... ㅠ.,ㅠ)
그러나 이 영화는 "차라리 개봉되지 말았어야 했다" 라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1. 영상.
이렇게 엉성한 작화가 있을 줄이야...
미술감독을 일본 "IMAGE ROOM JIRO" 의 "고노 지로"가 했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80년대 제작된 "독고탁, 설까치" 시리즈에 비해서 단 한발도 앞서지 못한 것 같다.
일단 캐릭터 디자인은 원작 만화에서 가져왔으니 별다른 불만은 없으나, 그들의 옷은 왜 항상 같은 옷인가???
그리고 21세기 애니메이션에서 다들 모션캡쳐다 뭐다 난리인데...
"오디션"의 주인공들은 말을 할 때든, 노래를 할 때든...입만 벙긋거릴 뿐이고, 악기 연주하는 손도 오사카의 "쿠이오다레" 인형만도 못하게 손만 휘적거릴 뿐... 단 한군데도 음악과 싱크가 맞는 곳이 없다.
지나친 프레임의 절약으로 인해 롱테이크의 배경 파노라마 샷이나 극단적인 줌인, 줌아웃 샷이 많은데, 역시 8~90년대 TV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테크닉이다.
결정적으로 음악이 소재이다보니 여러차례 등장하는 오디션 장면과 엔딩의 결승전 장면의 화려한 무대를 기대했으나...50년대 가요무대를 연상시키는 싸구려 장면이라니...
2. 각본.
앞서 2009년작인 "썸머 워즈" 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한 글을 쓰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2D 애니메이션이라도 제대로 된 메세지, 스토리 텔링이 있다면 성공한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썸머 워즈"는 흥행에도 성공했고, 전세계 영화제에서 27차례나 수상을 하는 등 인정을 받았다.
기술과 자본에서 밀린다고 해서, 이 거지같은 스토리의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10권의 내용을 90여분에 줄여내는 과정이 힘들긴 했겠지만, 그것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누구나 겪는 어려움일 뿐이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스토리 각색 작업을 일본의 유명인인 "신세기 에반게리온, 슬레이어즈" 시리즈의 "마쯔조노 히로시"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돈도 없는데 외국인의 손까지 빌려야 했을까?
아니, 그랬다 하더라도 결과물이 좋으면 이해라도 하련만...
이런 개 쓰래기 같은 내용을 써 놓고 돈 낭비를 했으니 욕을 먹어도 변명할 수는 없으리라.
"국철, 황보래용, 류미끼, 장달봉" 의 4명의 천재 음악소년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그들 각자의 배경과 사연들은 극소로 축소되고, 어이없는 경찰 "왕오삼" 과의 추격전 같은 장면에 시간 낭비를 하지를 않나!!!
오디션 과정에서 주인공들에게 충격을 주고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적인 "청학동 댕기즈, 카스트라토 민호, 천사표밴드" 들의 에피소드와 노래들이 너무 대충 넘어간다는 점도 용서할 수 없다.
3. 연출.
결국 연출자인 "민경조"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음악 영화(애니)에서 극단적으로 음악을 배제하면 무엇을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단 말인가???
심지어 주인공들인 "재활용 밴드"의 노래 조차도 노래 제목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으며 몇차례의 오디션 과정에서도 완곡이 나오는 장면은 한번도 없었다.
"박혜경, Crash, 닥터코어911, 허규, 한상원, Every singlday, Sugar donut, L'arc~en~Ciel" 등 한국, 일본의 유명 가수들을 불러다가 OST를 만들어 놓고서는 그것을 활용도 못하고 버리다니...
그리고 일본 "도에이동화" 에서 일도 하고, "심청이, 장금이의 꿈" 등도 작업했으면서 이런 시대착오적인 연출 기법과 화면 때깔은 어쩌란 말이냐!!!
10년의 제작기간과 2010년이라는 개봉 시점이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래서 "개봉하지 않는 것아 나았다" 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원작자인 "천계영"씨도 완성된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겠다고 했겠는가!!!
"원더풀 데이즈, 마리 이야기" 등 성공은 못했지만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몇편 있은 후에 정말 오랜만에 극장 개봉하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었는데...
이젠 정말 한국 제작의 애니메이션이 극장에서 개봉되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 같다.
미국,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에는 능력있는 한국 스텦들이 참여하고 있는데...한국의 현실은 이렇게 암울하다니...
어쨌든 나도 사명감 때문에 남산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까지 찾아가서 보고 왔지만, 결코 남들에게 권하기는 쉽지 않다.
원작 만화 "오디션"을 정말 재미있게 본 사람만 가서 보세요~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4호선 명동역 1번출구, 남산방면 도보 5분거리.
-관람료: 성인 6000원, 청소년,어린이,조조 5000원.
-상영시간: 평일 12:50, 14:40, 16:30, 18:20 (1일 4회 상영)
주말 : 11:00, 12:50, 14:40, 16:30, 18:20 (1일 5회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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